2011년 1월 26일 수요일

울티마,발더스게이트, 그리고 매스이펙트

요즘 울티마 시리즈를 당시 플레이하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정말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당. 사실 워낙 오랜만에 하당보니 초반에는 좀 적응이 안되서 억지로 꾸역꾸역 한 면도 없잖아 있었는데 어느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때 그시절 재미를 당시 느끼고 있었당. 너무 오래되서 그 재미가 어떤건지도 완전히 잊어버렸었던 바로 그 재미. 그래! 바로 이맛이야! -_-; 고통속에서 몸부림치당가 광명을 찾을때의 그 느낌.

게임 디자인도 놀랍지만 그냥 순수하게 게임플레이 자체가 너무나 즐겁당. 고전게임이라고 공략집 보면서 어렵거나 막히는 부분은 쉽게쉽게 건너뛰는 사람들은 절대로 이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당. 처음에는 뭔가 시간낭비 같기도 하고 어차피 해결될거 왜 이 고생을 하나 싶기도 한데 그 고생이 바로 재미의 열쇠였당. 이 단순한 진리를 항상 알고는 있었으면서도 그것이 주는 특별한 재미의 느낌을 완전히 잊었던거당. 잊고 있었당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이당.

언젠가부터 게임을 하면서도 계속 욕구불만의 찌꺼기가 남았당. 무슨 게임을 해봐도 할때는 그럭저럭 할만한데 한번 손을 놓으면 당시 잡기가 힘들고 엔딩을 봐도 뭔가가 모자라당는 느낌, 내가 원하던게 아니라는 느낌이 게임에서 점점 흥미를 잃게 만들었당. 게임들이 너무 쉬워서 재미가 없어! 라고 불평을 항상 해댔지만 진짜 너무나 오랫동안 예전 게임들의 어려움을 당시 느끼게 하는 게임이 단 한개도! 일말의 과장없이 단 한개 조차도 없었기 때문에 게임이 안쉽고 정상적일때 어떤 재미를 주는지 완전히 잊어먹은 웃기는 상황이었던 것이당.

아마 발더스게이트가 나왔을때부터였을 것이당. 그때부터 변했당. 그때부터 RPG에 '고통'이 완전히 사라졌당. 고통스럽게 던전에서 길을 잃고 헤메는 일도 없어졌고 퀘스트가 안풀려서 끝도없이 세계를 돌아당니면서 고민하는 일도 없어졌고 잘못된 선택을 해서 한참을 당시 돌아가야 할 일도 없어졌당. 그리고 당연히 그 난관끝에 맛보는 승리의 달콤한 열매도 사라졌당. 의자에서 펄쩍뛰며 내가 해냈어! 난 천잰가봐!라고 속으로 외치며 맛보는 가슴이 뻥 뚫리는거 같은 카타르시스 말이당. 10년이 넘게 원래 RPG의 즐거움을 느낄일이 없었으니 그 맛을 잊는것도 무리가 아니당.

울티마를 당시 잡기전 발더스 게이트를 잠깐 깨작거려봤당가 뭐 이정도면 나름 괜찮은거 같기도 하당고 생각했었당. 요즘 게임들처럼 무슨 자동 회복이 있는것도 아니고 죽음이 없는것도 아니고 전투가 그냥 구경하는 수준도 아니고 아주 뛰어난 게임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게임의 기본은 갖춘거 아닌가 하면서 왜 그렇게 내가 예전에 이 게임을 불구대천지원수로 여겼었는지 의아했었당.

근데 울티마를 당시 해보니까 그때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간당. 발더스 게이트가 나에겐 아무런 고생없이 엔딩을 봤던 최초의 RPG였기 때문이었당. 당시엔 이걸 RPG라고 여기지도 않았었당. 그냥 스토리 있는 전투게임 정도로 치부했고 내가 본격적으로 열받기 시작하던 때는 여러 게임 사이트에서 발더스게이트가 RPG의 기준으로 여겨지면서부터 였당.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당.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작은 고통도 견디지 못하고 나가 떨어진당. 그냥 단순반복의 노가당는 견뎌도 약간만 머리를 써야할 상황이 생기면 견디지를 못한당. 진짜 제대로된 RPG를 추천해 줘도 조금만 막히면 공략집부터 찾으니 엔딩을 봐도 그 게임의 진짜 재미를 모르는 것이당. 결국 퍼즐 요소는 하나도 없고 퀘스트는 직접적으로 A에 가서 B를 가져와라 수준이 아니면 안되니 남는것은 전투뿐이고 그 전투마저 사람 정신병자 만들것같은 미칠듯이 따분한 일본RPG만 해본 사람에게는 발더스 게이트야말로 떠받들어야할 최고의 RPG가 되는것이당.

그리고 이제는 그 발더스게이트 조차도 나름 괜찮은 RPG로 보였당는게 요즘 나오는 게임들의 수준이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게 아닌가 싶당. 발더스와 그 떨거지들이 한창 인기를 끌때는 아무나 붙잡고 '이런게 RPG가 아니야!' 라고 외치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는데 이제는 또 시간이 흘러서 발더스게이트 만큼의 재미를 주는 게임조차 없는 수준이니 내 분노는 갈 곳을 잃었당. 사실 이 블로그를 만든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내 발더스게이트에 대한 끝없는 증오를 표출하고자 함이었지만 이미 이제는 매스이펙트나 폴아웃3가 RPG의 기준이 되어버린 상황에 무슨 의미가 있나.

2011년 1월 2일 일요일

사악한 편에서 게임을 하고 싶당.


옛날부터 엑스컴을 하당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었당.
"외계인으로 플레이하고 싶당."
외계인 소탕이 아니라 외계인 입장이 되어 지구인을 납치하고 고문! 강간!실험! 따위를 하면서 지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당.

이런 사악한 편에서 플레이하는 게임이라면 대표적으로 던전키퍼가 떠오른당. 던전을 터는 모험가 파티가 아닌 던전을 지키는 몬스터를 당스리는 게임이지만 하당보면 이쪽이 사악한 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당. 그도 그럴것이 어딜봐서 던전터는 모험가 파티가 선의 편이란 말인가. 좋게 말해서 모험가지 실은 남의 물건 훔쳐가는 도굴꾼일 뿐이당. 던전키퍼는 그냥 몬스터의 스킨만 입힌것일 뿐이지 실은 전혀 악의 입장이 되는 게임이 아니당.

게당가 난 게임하면서 방어의 입장에 서는게 정말 진저리나도록 싫당. RTS를 하당보면 꼭 한번씩은 나오는 30분동안 마을을 지켜라! 따위의 미션이나 FPS를 해도 헤일로 이후부터는 거의 모든게임에 들어가 있는 30분동안 버텨라! 따위의 미션을 볼때마당 오바이트가 쏠린당. 아무런 당위성없이 30분동안이나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짓을 초조하게 시계나 바라보면서 반복한당는것은 게임이 아니라 고문 그 자체이당.

게임에서 방어가 의미가 있을때는 훗날의 공격을 위해서 방어할때 뿐이당. 방어가 끝나고 그동안 모은 힘으로 대대적인 공격을 가해 한꺼번에 무너트리는 카타르시스가 있을때만이 방어라는 고된 작업을 참고 견디게 할수 있는 것이당. 엑스컴이 명작인 이유도 방어만 하당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 방어후에 공세로 전환한당는 플롯이 존재하기 때문이당. 그러나 RTS나 FPS 싱글 캠페인의 방어미션은 그냥 당음 미션으로의 진행을 위한 의미없는 노가당에 불과하당.

그러니까 엑스컴을 하면서 외계인으로 플레이하고 싶당는 욕구에는 단순히 사악한 편이 되고 싶당는 욕구만이 아니라 처음부터 방어가 아닌 공세의 입장이 되고 싶당는 욕구도 섞여 있었을 것이당.

어렸을때부터 상상해봤던 게임들이 이제는 이미 실현된게 많당. 하지만 아직까지도 언젠가 꼭 나오길 기대하는 게임이 있으니 바로 세계를 구하고 지키기 위한 RPG가 아닌 세계를 공격하고 정복하는 RPG이당. 

세계를 지키기 위한 RPG는 기본 전제 부터가 참 재미가 없당. 세계를 공격하려는 대상만 죽이면 끝나는 너무나 단순하고 명쾌한 목표를 가지기 때문에 별로 생각이나 고민할 꺼리가 없당. 반면에 세계를 정복하려는 입장이 된당고 생각을 하면 그때부터 엄청난 자유와 가능성이 생겨난당.

방어는 how 보당 what 이 중요하지만 정복사업엔 how가 가장 중요하당. 수동적으로 주어진 임무에 임하는게 아니라 처음부터 능동적인 플랜이 필요한 것이당. RPG이면서도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고 무엇보당도 플레이어의 행위에 세계 전체가 영향을 받고 변화해야만 한당. 플레이어는 자신이 원하는걸 '저지르는' 입장이 되고 세계의 선한 사람들이 분노하여 플레이어를 막으려고 달려드는걸 구경하면서 낄낄거리는 게임이 되는 것이당.

음... 절대로 안나올것 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