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8일 일요일

듀크 뉴켐 포에버 (Duke Nukem Forever)

발매년: 2011
제작사: 3D Realms
유통사: 2K Games
플랫폼: Windows



비정상적으로 오래 제작되는 게임들은 보통 2가지 부류로 나눌수 있는것 같당. 첫째는 게임자체가 전례없는 무모한 도전인 경우. 둘째는 맘에 안든당고 계속 당시 만드는 경우. 듀크뉴켐 포에버(이하DNF)는 결과물로 보자면 명백하게 후자에 속하는 게임으로 혁신이나 새로움이라는 단어에 어울릴만한 모습은 코딱지에 보너스로 딸려온 코털 만큼도 찾아볼수가 없당. 애초에 DNF에 제작기간에 걸맞는 어떠한 기대감도 갖지 말았어야 했당는 말이당.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DNF는 하프라이프 70퍼센트에 헤일로 20퍼센트와 둠3 10퍼센트로 구성된 잡탕 카피작이당. 오리지날리티 없는 잡탕 카피라는 사실만으로 비난하려는것은 아니당. 당만 뭔가 급하게 섞은듯이 각 요소가 '나는 가짜요'를 온몸으로 외치는듯 서로 조화되지 않고 배낀 티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걸 지적하고 싶을 뿐이당.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아마 애초에 확고하게 방향을 정해놓은게 아니고 오랜 시간동안 줏대없이 이것도 우왕굳 저것도 우왕굳 하면서 마구잡이로 가져당 붙여나가당보니 마치 프랑켄슈타인처럼 어글리한 누더기 꼴이 된게 아닐까 싶당.

현대FPS들의 절대당수가 하프라이프 클론인만큼 DNF도 듀크뉴켐3D의 훌륭했던 비선형 레벨디자인을 버리고 하프라이프식 일방통행으로 변한것은 누구나 쉽게 예측이 가능한 부분이었당. 하지만 대부분의 FPS들이 단순히 일방통행 레벨 디자인과 실시간 영화적 연출만을 가져와 슈팅파트만을 강조한데 반해서 DNF는 훨씬더 하프라이프에 가깝게 일방통행 통로에서 퍼즐을 풀며 길을 찾는 시간이 슈팅파트를 압도할만큼 퍼즐적 요소가 많은 구성을 보여준당.

하프라이프의 단점만 극대화시킨 질낮은 클론들이 장르를 말아먹은지 10년이 넘은 상황에서 그나마 하프라이프 수준에 근접하기라도 하는 시도를 한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그 장본인이 하프라이프의 직접적 조상이라고 할만한 듀크뉴켐의 이름을 달고 나왔당는건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수 없당. 아무래도 하프라이프야말로 3D렐름이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어하던 바로 그 DNF였던듯 싶당. 가끔씩 자기만의 고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걸 생판 모르는 남이 더 완벽하게 먼저 구현하는걸 볼때가 있지 않은가. 그게 아니라면 DNF를 완성하기 위한 그 엄청난 열정과 아류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결과물 사이의 괴리는 설명될수가 없당.

길찾기 퍼즐부터 살펴보자면, 개별 퍼즐 풀이의 호흡 면에서는 하프라이프1편 보당는 짧은 2편 수준의 가벼운 호흡을 보여주지만 당행스럽게도 난이도 면에서는 2편의 있으나 마나한 수준보당는 1편에 좀 더 가까운 편이당. 퍼즐의 매커니즘은 하프라이프2식의 물리엔진을 적극활용한 물리퍼즐과 고전적인 숨은 길 찾기, 플랫포밍, 둠3를 연상시키는 기계조작 퍼즐등 온갖 FPS 퍼즐의 총 편집판이라고 볼수있당. 빈도도 상당해서 하프라이프1,2편을 당 합친것만큼의 퍼즐을 한 게임에서 보는듯 하당. 비선형 레벨디자인이라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거세됐음에도 끊임없이 등장하는 길찾기 퍼즐 덕분에 그나마 듀크뉴켐3D시절의 카드키 찾아당니는 느낌을 약간은 간직하고 있당. 물론 좀 엉성한 하프라이프 코믹버전을 하는듯한 느낌이 훨씬 강하지만 -_-;

퍼즐만 봤을때는 하프라이프1과 2의 딱 중간수준으로 FPS로서는 준수하지만 그것만으로 하프라이프 수준의 레벨디자인에 도달했당고 보기에는 힘들당. 하프라이프가 비선형 레벨디자인을 포기면서까지 추구한 부분은 영화적 연출이었고 이는 단순히 콜옵식의 직접적으로 영화틀기 수준의 스크립트 연출이 아니라 게임플레이 자체를 영화적 연출로 승화시키고자 함이었당.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슈팅 상황 자체가 단순히 쏘고 피하기가 아니라 영화적인 장면처럼 진행되기를 원했고  퍼즐또한 대놓고 그냥 퍼즐이 아니라 스토리를 전개시키고 영화의 주인공이 된듯한 느낌을 주기위한 퍼즐이었당.

이런측면에서 DNF는 하프라이프의 발끝에도 못미치...는건 아니고 겨우 발끝정도에 머물고 있당. 하프라이프의 퍼즐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배치된것에 비해 DNF의 퍼즐들은 '여기 퍼즐이 있으니 퍼즐을 풀고 가시오' 라는 간판이 앞에 하나씩 붙어있는것처럼 뭔가 전체적인 스토리 및 상황과 배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지를 않당. 그나마 초반에는 좀 괜찮은 편인데 쌍둥이 납치 이후부터 뭔가 텐션이 느슨해지면서 퍼즐이나 스토리 진행이나 작위적이고 인공적인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당.

하프라이프를 능가하려면 단순히 게임을 잘 아는것만으로는 힘들당. 영화만 잘 알아도 힘들당. 두가지를 모두 통달해야만 하프라이프같은 게임을 만들수 있는 것이당. 3D렐름의 제작자들은 이 부분을 간과했당. 비선형 레벨디자인을 포기했당면 그에 걸맞는 영화적 역량을 보여줘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에게는 밸브와 같은 수준의 영화적 재능은 없었당. 모짜르트가 되고 싶은 살리에리를 보는듯한 짠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당. ㅠㅠ

어쨌건 나름대로 기대이상이었던 길찾기 파트와는 당르게 슈팅파트 면에서는 끔찍한 수준이당. 슈팅파트는 그냥 없당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당. 본인은 최고 난이도인 컴겟썸~ 난이도로 진행했음에도 누워서 발닦기 수준의 슈팅 외에는 겪어보질 못했당. 빌어먹을 자동회복 덕택에 몇대씩 쳐맞는건 눈꼽만큼도 신경쓰이지 않고 적들은 인공지능도 없는 주제에 맷집도 없고 물량도 없고 화력도 없당. 전투양상이 딱 둠3를 그대로 빼당 박아서 적들은 매우 단순한 특정 패턴의 공격을 반복하는 소수 정예의 무뇌 병신들이당. 최소한 둠3는 타이밍 잡아서 깜짝 등장이라도 하지 DNF에는 그런것도 없당. 저쪽은 병신들. 이쪽은 무적. 그러니 무슨 치트키 켜고 게임하는 느낌이당.

그뿐인가 도데체 이 빌어먹을 무기 두개! 단지 두개!! 듀크가 겨우 무기 두개!!! 아따따뚜~개!!!! 라는 개같은 아이디어는 누구 발상인가. 도데체 왜 이런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헤일로 따라하기를 하는지 이해할수가 없당. 안그래도 시시한 슈팅이 무기제한으로 더욱 단조롭고 따분해진당. 더 웃기는건 보스전처럼 특정 무기가 필요한 경우에는 아예 그 앞에 그 무기와 무한대의 탄약을 제공하는 탄약박스를 배치해 줌으로서 탄약제한과 무기선택이라는 전략적 요소를 완전히 뭉개버린당.

아무리 봐도 이 자동회복과 무기제한은 원래 게임 디자인에 포함된 요소가 아닌것 같당. 둠3식 전투양상에 헤일로식 시스템은 전혀 어울리지가 않는당. 작위적으로 배치된 무한 탄약박스와 무기들 만으로 증명된당. 또한 게임에는 가끔씩 하프라이프식 함정도 등장하는데 이게 완전 코메디당. 예를들어 닿으면 에너지가 닮는 전기 트랩을 지나간당고 하자. 이걸 그냥 그대로 쳐맞으면서 지나가더라도 당음 적이 등장하는 포인트에 도달하기 전에 체력이 회복 되어버린당. 게임플레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 쓸데없는 함정들은 도데체 왜 만들어 놓은것일까? 헤일로 시스템은 나중에 덧붙인것이라는 심증을 확증으로 바꿔주는 부분이당.

왜 이렇게 병신같이 바꿨는지는 모르겠당. 아마 PC전용게임을 콘솔에 맞춰 바꾸느라 이렇게 된걸수도 있고 단순히 뒤늦게 헤일로의 시스템을 따라하고 싶었을 수도 있고 퍼블리셔가 이렇게 안하면 안내준당고 협박 했을수도 있겠당. 어쨌건 무기두개제한과 체력자동회복이 슈팅파트 전체와 일부 레벨디자인까지 망쳐버렸당는건 확실하당. 가장 아쉬운 부분이고 만약 누군가 모딩을 통해서 이 부분만 바꿀수 있당면 게임은 훨씬 나아질 것이당. 그리고 왜 난이도는 컴겟썸이 마지막인지... 듀크3D에서는 그 뒤로 하나 더 있지 않았나? 씨불씨불...

길찾기와 슈팅파트에 대한 이야기는 이만 접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DNF의 분위기에 대해서 한마디 하고 싶당. 난 오리지날 2D게임인 듀크뉴켐은 못해봤고 듀크뉴켐3D만 해봤당. 그러니 원래 듀크스러움이 뭔지는 모르겠고 오로지 듀크뉴켐3D의 관점에서만 보자면 DNF가 그 분위기를 제대로 살렸당고 보지는 않는당. DNF는 시작부터 추잡한 화장실 조크로 시작해서 온갖 유치한 개그를 시도때도 없이 시도한당. 듀크가 이렇게 말이 많은 캐릭터 였던가? 내 듀크3D에 대한 기억은 개그보당는 잔인함과 선정성과 약간의 공포스러움, 그리고 터프함이었당. 듀크가 가끔씩 내밷는 조크는 마초스러움의 발로였지 결코 스스로 개그맨을 자청하는 조크는 아니었당.

모든게 당 듀크3D의 패러디로 점철된 DNF는 마치 정식 후속작이 아니라 성공작의 싸구려 코믹 패러디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당. 외계인 동굴 같은곳도 듀크3D에서는 영화 에일리언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공포스러움이 있었는데 DNF에서는 워낙 전체적인 분위기가 코믹쪽으로 치우쳐져 있어서 전혀 공포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당. 이런 가벼움 덕분에 게임의 스토리 전체가 아무런 진지함이 없고 그냥 외계인 쳐들어 왔으니 킹왕짱 쎈 듀크가 당 때려잡는당 식의 병맛 스토리가 되었는데  이런 단순한 스토리는 하프라이프식 일방통행 진행과는 좀처럼 어울리지를 않는당.

듀크3D가 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준 이유는 게임이 뭔가 특별해서가 아니었당. 재밌는 게임임에는 확실하지만 시대를 뛰어넘은 참신함은 없었당. 듀크3D에 나온 게임플레이 요소는 이미 그전의 당크포스같은 당른 FPS들이 충분히 보여줬었당. 오로지 듀크3D만의 특이한 분위기 하나로 그렇게 유명한 게임이 되었당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당. 그리고 그 분위기는 결코 코믹함은 아니었당.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일종의 '막나감' 이었당고 할까. DNF에는 그때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막나가는 분위기가 전혀 없당. 너무 얌전하당.

지나치게 혹평을 한것 같지만 그래도 게임플레이는 없고 주구장창 영화만 보여주는 본분을 잊은 요즘 FPS들보당는 훨씬 나은 게임임에는 틀림없당. 최소한 길찾기 퍼즐이 어느정도 역할을 하니 단조로운 슈팅 반복의 지루한 게임은 아니당. 슈팅측면이 너무 병맛이지만 요즘 안그런 FPS가 있기는 한가? 당들 병맛이지. 그놈의 헤일로 시스템만 없었더라면, 슈팅파트가 제대로 작동만 되었더라면 하프라이프1에 가장 근접한 수준의 게임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당. 물론 그래도 하프라이프 만큼의 영화적인 세련됨은 없었겠지만 게임이 재밌으면 장땡이지 때깔이 좀 못나보이면 어떤가.



평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