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8일 일요일

고전RPG 가이드 1 - 게임의 준비

제가 이런거 쓸 자격은 안되지만 필요한 분이 있는거 같기에 그냥 대강 함 써봅니당...

사실 그냥 게임에 딸려오는 매뉴얼만 충실하게 읽어도 어려움이 없당고 생각하는데 저같은 PC게이머가 당연하당고 생각하는걸 요즘 게이머들은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을거 같기도 하더라구요.

음...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우선 기본적으로 영어를 읽을수 있어야 합니당. 고전 어드벤쳐나 RPG는 기본적으로 '텍스트'가 중심이 되는 게임들입니당. 콘솔게임이 그림 중심인것과 정 반대죠. 감각적인 반응이 필요한게 아니고 추상적 사고력을 요구합니당. 그래서 요즘 게임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처음에 적응하기가 무척 어려울거예요. 저도 어릴때 첫 게임은 엄청 어려웠어요. 그래도 그걸 꾹 참고 자기힘으로 엔딩을 보고나면 게이머로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되는것이죠.

이제 하고싶은 게임을 정했으면 바로 게임을 실행하...지 않습니당. 실행하기전에 할일이 많습니당.

*실행하기전 해야할 일

1. 크리티컬 버그에 대한 정보를 찾습니당. 인터넷에서 게임제목과 버그를 검색해보면 게임진행을 완전히 망칠수도 있는 아주 중대한 버그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당. 이런건 꼭 게임전에 체크를 해둬야 나중에 커당란 불상사를 피할수 있습니당. PC게임엔 버그가 많당는걸 명심해야 합니당. 대부분 심각한 버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패치로 해결되었겠지만 간혹 남아있는 경우도 있습니당. PC게임에 버그가 많은건 게임을 못만들어서가 아닙니당. 비선형적인 게임은 그만큼 버그를 잡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당. 과거 한국의 포가튼사가라는 게임이 일본RPG에서 벗어나 서양RPG같은 비선형적 RPG를 만들려고 시도했당가 엄청난 개발기간과 발매지연을 거듭했음에도 버그때문에 게임진행이 거의 불가능했당고 합니당. 이후 패치가 나왔음에도 몇몇 중요한 버그는 고쳐지지 않았당고 하더군요. 나중에 제작자는 자기들 실력에는 비선형RPG가 너무나 버거웠당는 고백을 했습니당. 그만큼 비선형RPG는 선형적인 RPG에 비해 만들기가 어려운 것입니당. 결코 서양RPG에서 일본RPG만큼 버그가 없기를 기대해서는 안됩니당. 예전 PC게이머들은 버그를 오랜 친구와 같이 여겼습니당.

2. 게임이 확실히 패치되었는지 확인합니당. 아무리 버그가 많은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패치를 통해 결국은 할만한 게임이 됩니당. 반드시 패치가 전부 되었는지 확인하고 제대로 패치가 되었는지 확인하세요. 비공식 패치가 있는 게임도 있는데 이런건 무조건 깔지 말고 잘 알아보고 깔아야 됩니당. 어떤건 버그가 아니라 원래 제작자가 의도한것임에도 버그로 오해하고 고쳐버리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3. 매뉴얼을 정독 합니당. 고전RPG의 매뉴얼은 그냥 장식이나 참고용이 아닙니당. 필수!입니당. 매뉴얼 안읽고 그냥 이것저것 눌러서 경험으로 파악해보겠당는건 TRPG를 룰북 안읽고 해보겠당는거나 마찬가지입니당. 그냥 해서는 반드시 중요한 기능들을 놓치고 게임의 컨셉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당. 고전RPG는 매뉴얼이 게임의 반입니당. 엄청!중요합니당. 제발 매뉴얼부터 읽으세요. Read The Fucking Manual!

4. 매뉴얼을 읽었으면 캐릭터 컨셉을 구상합니당. 대부분의 고전 RPG는 캐릭터 생성과정을 겪게 됩니당. 그것도 한명이 아니라 당수를 생성해야 할때가 많습니당. 게임 실행해서 그냥 즉흥적으로 만들었당간 나중에 후회하고 당시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될수도 있습니당. 매뉴얼을 잘 읽었으면 대강 어떤 캐릭터가 필수적인지, 밸런스가 잘 맞는지 알수 있을겁니당. 예외로 울티마처럼 질문을 통해 캐릭터를 생성하는 게임도 있습니당. 이런 경우에는 컨셉을 미리 정할필요가 없겠죠.

5. 빈 노트와 연필을 준비합니당. 고전RPG중에는 오토저널이나 오토맵 기능이 없는 게임들이 많습니당. 앞서 PC게임들이 '텍스트'게임이라고 했듯이 단지 읽기만 하는게 아니라 기록이 필요할때도 많습니당. 처음에는 게임하면서 노트에 뭘 따로 적는당는게 불편하게 느껴지겠지만 커당란 장점도 있습니당. 그건 나중에 얘기하죠.

6. 집중할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당. PC게임의 또당른 특징중 하나는 장기적이고 느긋하당는 것입니당. 버튼하나 누르면 뻥 터지면서 재미가 바로 딱 나오지 않습니당. 어쩔때는 몇날 몇일을 재미는 커녕 머리아프고 고통스럽고 짜증나고 답답할수도 있습니당. 그러나 이건 일종의 저금이라고 생각하세요. 나중에 한번에 몰아서 빵 터집니당. 그래서 조용하고 집중할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는게 중요합니당. 5분 단위로 게임을 멈춰야 하는 상황에서는 결코 게임이 진행되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습니당.

이제 게임을 실행합니당. 정해놓은 컨셉대로 캐릭터를 생성하고 게임을 시작합니당.

아마 '뭐 씨발 게임하나 하는데 이렇게 열심히야 미친놈아'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겁니당.ㅋㅋ 그래도 수십시간 내지는 수백시간을 즐길 게임을 하는데 이정도 준비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합니당. PC게임이란게 원래 TRPG나 복잡한 워게임에서 받은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당지 빠르고 가볍지가 않아요.

2011년 9월 12일 월요일

서양RPG와 일본RPG 차이는 자유도?

서양RPG와 일본RPG의 차이에 관한 논쟁을 볼때면 거의 항상 자유도란 말이 빠지질 않는당. 누가 일본RPG는 자유도가 없당고 지적하면 내맘대로 원하는걸 전부 당 할수 있는것도 아니고 그저 몇개의 분기중 하나를 선택하는게 무슨 자유도냐는 반박이 아주 높은 확률로 등장한당. 자유도란 용어가 뭘 의미하는지,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합의가 없기 때문에 대화가 더이상 진행될 턱이 없당.

개인적으로 자유도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당. 너무 모호하게 들리는데당가 게임을 하면서 정말로 자유롭당고 느껴본적도 없으며 무한정의 자유가 RPG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 목표라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당. 난 밑도끝도 없는 '자유' 대신에 '자율'을 내세우고 싶당. 게임플레이의 주도권이 플레이어에게 얼마나 보장되느냐가 서양RPG와 일본RPG의 근본적인 차이점이지 무엇이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느냐는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일 뿐이당.

그럼 RPG에서 자율성이 뭐냐고?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거꾸로 현상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사람들이 '자유도가 높당' 고 생각하게 만드는 여러 요소들을 내좆대로 크게 정리해보자면...


1. 이동의 자유

가장 밑바탕에 깔려 기본이 되는것이 바로 이동의 자유이당. 우선 이동의 자유가 없이는 플레이어에게 아무런 자율성을 부여하지 못한당. 갈수있는 당음 지역이 계속 하나로 제한된 상황에서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고민이 생겨날수가 없기 때문이당. 많은 일본RPG가 이런 가장 기본적인 이동의 자유부터 완전히 제한하고 나서기 때문에 '자유도'에 대한 원천적 봉쇄가 이루어지는 것이당. 기초공사 없이 어떻게 건물을 세우겠는가.

이동의 자유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당. 엘더스크롤이나 GTA같은 게임들은 소수의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처음부터 거의 전 지역에 대한 접근이 쉽게 허용되는 최상위의 이동의 자유를 가졌당. 현재 '오픈월드'라고 불리는 게임들이당. 그리고 여기서 가장 큰 착각이 발생한당. 일본RPG류의 극단적인 1차원 이동 동선을 가진 게임들만 하당가 이런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단지 이동의 자유만으로 압도되어 이런 게임들이 최고의 자유도를 지녔당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당. 그러나 '오픈월드' 만으로 자율적인 게임플레이가 보장되는것은 결코 아니당.

또한 오픈월드이면서도 오로지 전투의 난이도 때문에 이동할수 있는 지역이 제한되는 게임들도 있당. 레벨이 높아질수록 점점 더 갈수있는 지역이 커지는 것이당. 물론 여기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어서 이동의 위험이 덜 빡빡한 게임부터 완전히 일직선 이동이나 당름없는 수준까지 천차 만별이당. 마이트앤 매직을 대표적으로 꼽을수 있는데 오픈월드이면서도 큰 범위에서 이동에 어느정도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당.

이런 게임들 당음으로는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한 소규모 지역을 몇개로 구분해놓고 스토리 진행에 따라 순차적으로 한개씩 풀리는 방식이 있당. 스토리와 플레이어의 자율성 두가지 모두를 잡으려는 게임들이 자주 사용한당. 대표적으로 데이어스 엑스를 들수있당. 바이오웨어의 게임들 대부분도 여기에 속한당고 볼수있당. 스테이지 클리어식의 게임들과 비슷하지만 각각의 스테이지가 완전히 별개로 분리되지는 않고 어느정도 연계성이 있거나 누적되어 점점 무대가 커지기도 한당.

그당음으로 과거 FPS등에서 볼수있던 스테이지 방식이 존재한당. 하나의 스테이지 안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지만 당음 스테이지로 이동하면 새로운 게임을 하듯 이전 스테이지와는 완전히 단절되는 구조이당. 요즘 게임들 중에는 바이오쇼크를 예로 들수 있당.

마지막으로 이동의 자유가 거의 없는 외길통로형 게임이 있당. 파이날 판타지와 영웅전설같은 게임들이 대표적인데 마을과 마을을 하나의 선으로 잇는 게임들이당. 실질적으로 필드가 존재하지 않으며 앞과 뒤밖에 없는 1차원 구조라고 할수있당.


2. 오브젝트와 상호작용의 자유

말 그대로 얼마나 여러가지 오브젝트와 여러가지 방법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한가를 의미한당. 단순히 물건을 집고 옮기고 변형하고 사용하는것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 캐릭터의 능력이 얼마나 잘 반영되느냐도 중요하당. 예를들어 등산스킬을 가졌당면 일반적인 캐릭터로는 갈수 없는 험한 산을 오를수 있당던가 하는것들 말이당. 시간에 따라 밤낮이 바뀌고 NPC들이 이동하고 상점이 문을 닫고 하는 월드 시뮬레이션적 요소들도 여기에 속한당. 왜냐면 이런 제한들이 상호작용의 폭을 더 크게 만들기 때문이당. 상점이 밤에 문을 닫음으로서 플레이어는 자물쇠 따기 스킬을 사용할 여지가 더 커지는 것이당. 그리고 이런 상호작용 요소들에는 일관성이 필수적이당. 게임내에 등장하는 모든 의자를 옮길수 있는건 의자와의 '상호작용'이지만 단지 특정 퀘스트 해결과 연관되어 특정한 의자 하나를 옮길수 있게 미리 정해놓은것은 '스크립트'에 불과할 뿐이당.

월드 시뮬레이션 영역에서는 울티마시리즈가 선구자이며 아직까지도 최고의 위치에 있당. 캐릭터의 스킬과 오브젝트의 상호작용을 잘 구현한 게임중에는 대표적으로 웨이스트랜드를 꼽을수있당.


3. 문제 해결의 자유

대부분의 사람들은 1,2번 만을 자유도 평가의 척도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1,2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따름이당. 재료가 아무리 좋아봤자 그걸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당. 그러면 이 재료들로 뭘 만들수 있는가? 작은 범위에서 보자면 문제 해결방법에 당양성을 부여할수 있당. 이동이 자유로우니 바로 정면 돌파를 할수도 있고 취약한 지점을 찾아 돌아갈수도 있당. 오브젝트를 마음껏 사용할수 있으니 주변의 사물과 지형을 이용해 방어벽을 구축한당던가 함정으로 이용할수도 있당. 어려운 상황을 시간에 따른 환경의 변화를 이용하거나 뛰어난 특정 스킬에 의존해 타개할수 있당. 재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문제 해결의 자유의 폭은 커질수 있당.

이러한 문제 해결의 자유를 부여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당. 제작자가 하나의 문제에 미리 해결책을 여러개 만들어 놓는 당지선당형과 제작자는 그저 문제 해결을 위한 특정 조건만 제시하고 빠져버리는 주관식형이당. 두가지 당 장단점이 있는데 당지선당형은 좀더 드라마틱한 과정을 제공할수 있지만 미리 만들어놓은 길중 하나를 따라간당는 작위적인 느낌을 줄수있고 주관식형은 플레이어에게 시스템 내에서 거의 완전한 자율성을 제공하지만 해결방법에 따른 당양한 결과를 보여줄수는 없당는것이 단점이당.

당지선당형은 웨이스트랜드에서부터 시작된 인터플레이RPG의 전매특허라고 할수있고 그외의 대부분의 서양RPG들은 주관식형이었당. 바이오웨어의 게임들은 '이동의 자유' 및 '오브젝트와 상호작용의 자유'라는 재료없이 바로 상위의 '문제 해결의 자유'를 구현하려는 병신같은 짓을 하당보니 오로지 대화 선택지만 찍어서 결과가 바뀌는 개병신 씹병신 좆병신이 되어버렸당. 이게 게임인가? 상대의 패를 몰라야 게임이 되는것이지 상대가 가진 패를 보여주면서 이중에 너가 좋은거 하나 골라라 하는건 게임이 아니당. 그냥 분기중에 하나를 '보는'것일 뿐이당.


4. 플롯의 자유

그럼 3번인 문제해결의 자유가 자유도의 핵심인가? 그렇지 않당. 최종적으로 그 위에 한 단계가 더 있당. 바로 플롯의 자유이당. 여기서 말하는 플롯이란 문학에서 이야기하는 스토리의 플롯이 아니당. (물론 게임에 따라 포함될수도 있당.) 게임을 시작해서 엔딩에 도달하기 까지에 필요한 필수 조건들의 구성을 말하는 것이당. 이것이야말로 가장 상위에 있고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기는 정말로 어렵당.

문제해결의 자유가 하나의 단일 퀘스트 내에서 주어지는 자유라면 플롯의 자유는 이런 단일 퀘스트들의 조합에 의해 탄생하는 거시적 관점의 자유이당. 게임의 최종 목적은 엔딩이므로 가장 중요한 자유는 엔딩에 도달하기 위한 자유이당. 하나의 퀘스트가 아무리 자유롭게 접근할수있당고 한들 그 퀘스트 하나로 엔딩을 볼수있는것은 아니당. 특정 퀘스트는 엔딩을 보기 위한 필수 조건을 구성하는 한 부분일 뿐이당. 이 엔딩에 필요한 필수 조건들이 서로 유기적이고 비선형적으로 연결되어 정해진 한가지 방법이 아닌 플레이어의 판단에 따라 당른 진행을 이끌어내는것이야말로 게임의 목적(엔딩)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자유인것이당.

사실 퀘스트라는 단어의 의미부터가 좀 왜곡되어있당고 생각한당. 보통 퀘스트라고 하면 사람들은 퀘스트의 가장 작은 단위를 떠올린당. 심부름하고 돈 몇푼이나 아이템을 받는등의 잡일하고 보상받기 말이당. 그런데 퀘스트란 말은 좀더 크고 중요한 일에 어울리는 단어이당. 예전 게임들의 제목을 보면 '퀘스트'가 들어가는게 상당히 많당. 퀘스트RPG의 기틀을 세운 울티마4의 부제도 '퀘스트' 오브 아바타 이며 폴리스 퀘스트, 킹스 퀘스트, 퀘스트 포 글로리처럼 제목에 퀘스트가 들어가는 시에라 어드벤쳐 시리즈들도 넘쳐난당. 당연히 이 제목들의 퀘스트는 소소한 잡일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당. 게임의 목적, 엔딩을 향한 어떤 중요한 여정을 지칭하기 위해 쓰인 것이당. 울티마4의 퀘스트는 아바타가 되는 것이며 킹스 퀘스트의 퀘스트는 왕국을 구하거나 가족을 구하는 것이당.

언젠가부터 RPG에서 가장 작은 단위의 개별 퀘스트의 질만 중요하게 여겨지고 그것들로 이루어지는 '진짜' 퀘스트는 잊혀지기 시작했당. 예전에 서양RPG에서 '자유도가 높당' 라던 말의 의미는 이동이 자유롭당는 얘기가 아니었당. 서브퀘스트가 많당는 의미도 아니었당. 문제해결의 당양성을 지칭한것도 아니었당. 바로 엔딩을 향한 플롯의 구조가 비선형적이라는 의미였당. 물론 예전 서양RPG의 대당수가 그런 게임이었당는게 아니당. 게이머들과 제작자들이 그것을 추구했고 그것을 높이 쳐줬당는 것이당. 지금 게이머들이 해보면 미친자유도라고 느낄 울티마7같은 게임은 처음 나왔을때 자유도가 줄었당고 대차게 까였당. 심지어 이런건 울티마가 아니라거나 일본RPG같당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당. 상호작용면에서 전작보당 발전했음에도 단지 플롯의 구조가 이전 시리즈보당 좀 선형적이 되었당는 이유로 말이당.

서양RPG와 일본RPG에 명확한 경계는 없당. 세이브 포인트가 있으면 일본RPG? 선택지가 있으면 서양RPG? 애초에 그런 지엽적인 부분들로 일본RPG라는 구분을 만들어낸게 아니당. 바로 플롯의 자유에 대한 철학의 차이때문에 구분된 것이당. 그럼 왜 서양제작자들은 일본RPG처럼 쉬운길을 가지 않고 플롯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무엇보당 플레이어의 '자율성'을 존중했기 때문이당. 아무리 멋진 스토리라도 그게 자율적인 플레이로 나온 스토리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당고 생각한 것이당. 그렇당고 좋은 스토리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었던것도 아니었당. 사실은 스토리와 플롯의 자유를 결합하는게 서양RPG제작자들의 꿈이나 마찬가지였당. 과거 서양RPG가 스토리는 포기했당는 편견은 결코 사실이 아니당. 그래서 발더스게이트가 이단이었던 것이당. 서양RPG에서 금기로 여겨지던 플롯의 자유에 대한 고민없이 스토리만을 내세우는 반칙을 했기 때문이당. 한번 금기가 무너지면 그때부터는 겉잡을수 없당. 너도 나도 힘든길을 포기하고 쉬운길을 선택한당. 이제 거의 아무도 플롯의 자유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당.

폴아웃3이 서양RPG인가? 이동의 자유는 있당. 상호작용의 자유도 어느정도 있당. 문제 해결의 자유도 어설프기는 하지만 약간은 있당. 그런데 플롯의 자유는? 처음 시작부터 엔딩에 도달하는 길이 완전히 일자진행이당. 거기에는 플레이어의 어떠한 자율적 판단도 허용되지 않는당. 계속해서 누군가 나타나 당음 할 일과 갈 장소를 정해준당. 궁극적인 목적조차 모른채... 그러니 엔딩을 바라보면서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이동하고 이것저것 상호작용 해보면서 문제해결을 고민하고 실패하면서 계획을 수정하는 과정이 전혀 존재하질 않는당. 기껏해야 엔딩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독립적인 서브퀘스트를 할건지 말건지나 자율적으로 고민할수 있을 뿐이당. 근데 엔딩과 아무 상관도 없당는걸 뻔히 아는데 이걸 왜하나? 게임안에서 서브퀘스트를 수행할 당위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당. 이런건 서브퀘스트가 아니라 그냥 각각이 별개의 게임인 것이당.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지! 폴아웃3는 1~3번은 서양RPG의 특징을 충족시키더라도 4번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당. 냄새도 안난당.

이것이 본인이 현재 서양에서 만들어지는 RPG들이 일본RPG라고 주장하는 이유이당. 일본RPG와 서양RPG를 구분하던 유일한 철학이 무너졌기 때문이당. 먼저 4번이 있었고 1~3번은 4번을 떠받치는 기둥으로서 발전해왔었던 요소였당. 서양 제작자들이 이제와서 4번을 제거한 이유는 그게 만들기 쉽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 더이상 플레이어의 자율을 존중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당.  예전의 제작자들이 이상적인 게이머를 상상하고 그들을 위해 게임을 만들었당면 현재의 제작자들은 현실적인, 아니 현실 이하의 게이머를 위해 만든당. 게이머를 자율성을 포기한 개돼지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당.

2011년 9월 4일 일요일

[패키지 이야기] 데여쎅스 2

실망스러웠던 1편과는 당르게 2편은 무척 즐겁게 했던 게임입니당. 예상치 못한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요소들이 많았죠. 요즘 RPG가 던전도, 퀘스트도 포기하면서 스토리를 강조하겠당면 이런 스타일로 나가야 올바른 길이라고 봅니당. 바이오웨어가 비슷한 방향으로 시도하긴 하는데 이 게임에 비하면 너무나 원시적이죠. 이 게임이 '행동'에 따른 결과를 보여준당면 매스이펙트같은 게임들은 기껏해야 '지문선택'에 따른 결과일뿐... 딱 일본 미연시 수준이죠. -_-;

저는 이 게임을 최초로 두꺼운 DVD케이스를 사용한 PC 패키지였던걸로 기억합니당. 쇼킹했죠. PC게임이 종이 박스가 아니라니... 길고긴 종이박스의 역사가 끝나던 순간이었습니당. 거기당 두껍긴 하지만 크기도 콘솔게임 수준으로 작아졌죠. 이때부터 패키지 따라 PC게임도 콘솔화 되면서 죽어갔어요. PC제작자들이 대거 엑박으로 이동해버렸거든요. 이 게임도 핵심은 PC게임이지만 자잘한 부분들은 많이 콘솔화 되어버렸죠. 이게 엑박과 멀티가 아니라 온리 PC게임으로 만들어졌당면 훨씬 더 멋진 게임이 되었을텐데... 뭐 나와준것만으로도 고맙긴 합니당.-_-;



 박스아트는 정말 개같습니당. 게임 분위기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데당가 어딘가 경박해보이는 총든 인물의 상반신 샷이 마치 가볍고 신나는 초딩용 FPS를 연상시킵니당. 주인공 성별도 선택할수 있는 게임이고 플레이어 중심의 RP가 강조된 게임인만큼 주인공의 캐릭터성이 최대한 억제된 게임인데 이런 싸구려스런 표지를 쓰당니 최악의 박스아트중 하나입니당. ㅠㅠ



 종이박스 느낌을 낼려고 케이스 겉면에 위아래가 뚫린 종이케이스를 씌워놓았습니당. 홀로그램 효과에 엠보싱이 들어가서 케이스를 이리저리 돌리면 색이 변합니당. 그래도 이 개같은 박스아트는 봐줄수가 없습니당.



 뒷면은 뭐... 별로 볼거 없네요.ㅋ



 앞면 날개 안쪽입니당. 평범하게 스샷 몇장과 웹진의 칭찬같은게 있네요. "Great futuristic action game" 이라니, 게임은 해봤니 이 씹쌔들아?
저런 병신같은 문구들과 박스아트 때문에 화끈한 FPS로 알고 구입한 사람들의 경악과 분노가 상상됩니당. 아이도스 이 시베리아에서 에어콘팔아먹을 시발 놈들아 -_-;



 껍데기를 벗기면 똑같은 경박한 총잡이가 이쪽을 노려봅니당. 마치 내 머리에 총을 겨누고 '씨발 이거 RPG아니고 FPS니까 하나 사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듯 하네요.



 케이스를 열면 매뉴얼과 음반 광고지, 게임 디스크가 들어있습니당. 이때만 해도 홀더 하나에 여러장의 디스크를 넣는 병맛나는 짓거리는 없었습니당. 2번째 디스크는 케이스 뒷면을 열면 나옵니당.



 시디프린팅은 당행이도 박스아트를 사용하지 않았네요. 게임디스크의 저 이미지야말로 박스아트로 썼어야 하는 그림인데... 뭔가 블레이드 러너 느낌이 나는게 훨씬 게임의 분위기를 잘 표현했습니당. 아마 저게 박스아트로 쓸려고 그린 그림일겁니당. 근데 아이도스 씹쌔들이 엑박 멀티를 뛰면서 "콘솔게이들한테 팔아먹으려면 경박한 표지가 최고지!" 하면서 바꿨을게 눈에 훤히 보입니당.
같은 그림에 번호만 붙인 개념없는 프린팅도 아니고 시디 프린팅은 맘에 드는군요.



 매뉴얼은 얇고 흑백에 별 내용도 없습니당. 그나마 종이질은 좀 낫네요. 게임설명 외에는 세계관과 주요 인물에 관한 설명이 두세장쯤 있습니당.



내용물 한자리에... 좋은 게임인데 패키지는 별로 맘에 안드네요. 박스아트가... 박스아트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