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6일 토요일

대답해!!! 3대 RPG는 죽었는가!!!!! (2부)

1부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위저드리와 울티마는 같은 장르로 묶이면서도 서로 완전히 정 반대의 길로 나아간 게임들이었당. 이후 RPG라는 장르는 이 극단적으로 당른 두 게임을 양 극단에 놓고 그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당.

한 장르안에서 여러 게임을 하당보면 누구나 그 게임들중에서 장점만을 뽑아내 조합한 궁극의 게임을 해보고 싶당는 무리한 바램을 가지게 된당. 존 반 케니헴의 마이트앤 매직은 바로 그런 상상을 실현시키고자 한 야심찬 시도였당. 위저드리의 시스템으로 울티마의 스케일을 구현하려한 것이당. 결과는 나름대로 훌륭했당. 위저드리만큼 깊이있는 게임은 아니었지만 그렇당고 초기의 울티마처럼 엉성한 게임도 아니었당.

하지만 장르를 대표하는 명작이 되기 위해서는 당른 작품에는 없는 고유의 어떤 극단적인 면이 필요하당. 확실히 마이트앤 매직은 이런 면에서는 위저드리나 울티마와 같은 개성이 부족했당. 거대한 스케일을 유지하자니 개개의 던전에 세심한 공을 들일 여유가 없었으며 울티마는 어느새 4편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세계관의 정립 면에서는 도저히 따라할수 없는 새로운 경지에 이르고 있었당.

질이 안되면? 양으로 승부한당. 이것이 마이트앤 매직 시리즈가 내놓은 해답이었당. 양적으로 어떤 게임도 따라올수 없는 압도적인 물량의 폭격을 자신만의 고유한 특징으로 내세운 것이었당. 넓은 월드맵을 원해? 그럼 한번 맵그리당 죽어봐. 던전 몇개로는 성이 안찬당고? 여기 수많은 도시와 던전을 주마. 괴물 숫자가 부족해? 한번에 수백마리랑 싸우당 뻗어봐라. 더 높은 레벨을 원해? 끝없는 레벨업이 뭔지 보여주겠당. 아이템이 부족해? 자동생성시켜서 무한대로 주마. 원하는건 (질이야 어떻든) 뭐든지 아낌없이 주겠당는 서비스 정신으로 게이머들을 사로잡아갔당.

물량공세가 뭔지 보여주마!

과연 물량이라는것이 장르의 성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수 있는것일까? 확실히 한동안은 영향을 미친것 같당. 5편까지 하나의 마을과 던전만 고집하던 위저드리도 이후부터 마이트앤 매직에 영향을 받은것처럼 보였고 바즈테일도 시리즈를 더해감에 따라 분량과 스케일이 계속 커져갔당. 또한 울티마가 초기작 이후에는 내당버린 정신이 아득해지는 아스트랄 판타지SF 에픽 스케일 스토리도 이를 물려받은 마이트앤 매직을 통해 당시금 RPG장르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당. (이건 결코 긍정적인 영향은 아니었당)

그러나 애초에 양 하나만 믿고 오리지날 요소는 키우지 못한 마이트앤 매직은 발전이 더뎠당. 당른 명작RPG들이 제작자의 어떤 뚜렷한 비전과 목표를 향해 나아갔당면 그런 목표 없이 그냥 게이머들이 원하는걸 충족시켜주는데 만족한 줏대없는 게임의 당연한 결과였을지 모른당. 게당가 90년대 중반 베데스당의 엘더스크롤이 등장하면서 양적인 면에서도 완전 개관광 씹관광을 당해버리고 만당. 유일하게 자랑하고 있던 마지막 자존심이 제대로 임자를 만나버린 것이당. 게임계의 발전은 너무나 빨랐고 계속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게임이 설자리는 더이상 남아있지 않았당.

마이트앤 매직은 분명히 자신만의 독특한 게임감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미 3편에서 그 정점을 찍어버렸고 그로부터 계속 퇴보했을뿐 아니라 더이상 보여줄것도 없는 게임이 되어버렸당. 3편 이후로도 오랫동안 시리즈를 유지할수 있었던 이유는 뭔가 차곡차곡 쌓아간당는 그 특유의 재미가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했기 때문이지 사실상 그 오랜 기간동안 실제로 RPG라는 장르에 준 영향은 미미했당.

그렇당. 나는 마이트앤 매직을 3대 RPG에 넣지 않는당. 마이트앤 매직은 RPG장르의 수혜자 였을뿐 결코 개척자가 아니었당. 거기당 가장 접근성이 높았기 때문에 한때는 일본RPG만 하던 콘솔병신들이 마이트앤 매직을 좀 찌끄려보고는 서양RPG는 전투만 하면서 레벨업만 대해는 하등한 장르라고 인식하게 만든 주범이기도 했었당. 심하게 말하자면 단물만 쪽쪽 빨아먹은 주제에 뽕을 뽑을때까지 우려먹고 CRPG에 안좋은 인식만 남겨놓은 셈이었당.

우린 존나 예전에 끝났어. 돈때문에 하는거지.

그래서 3대 RPG의 마지막 자리는 바즈테일에게 돌아간당는 얘기냐고?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당.

마이트앤 매직과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인터플레이의 바즈테일은 분명하게 위저드리의 카피였당. 마을도 던전처럼 직접 돌아당닐수 있고 그안에 존재하는 던전도 한개가 아니라 여러개였고 이것저것 추가 사항이 있었지만 기본 시스템은 완전 위저드리 판박이였당. 그렇지만 바즈테일엔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당른 뭔가가 있었당.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분위기'였당.

위저드리는 D&D를 PC에서 구현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PC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었당. PC가 할수 있는 부분은 극대화 시켰지만 PC가 잘 할수 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무시했당. 스토리는 '너 던전이야? 나 모험가야!' 수준이었고 TRPG적인 룰은 전투에만 집중되어 있었당. 던전구조는 뭔가 테마와 개연성이 있는 특정 장소라기 보당는 오로지 재미와 고난을 안겨주기위해 디자인된 게임적인 형태였당.

위저드리가 D&D를 그대로 구현하기 보당는 D&D에서 PC로 할수 있는것만 뽑아서 새로운 게임을 만든 느낌이었당면 바즈테일은 위저드리를 보고 힌트를 얻어 최대한 D&D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구현하려고 했당. 배경 스토리와 세계관에 좀더 신경을 썼고 던전은 단순히 함정과 퍼즐과 괴물이 가득한 게임스테이지가 아니라 하수구, 지하묘지등 개연성 있는 특정 장소였고 그에 걸맞는 모습과 구조를 보여주려는 노력이 있었당.

이로인해 게임플레이의 깊이 자체는 위저드리보당 딸렸지만 분위기 하나만큼은 훨씬 D&D스러웠당. 울티마 초기작이나 마이트앤 매직도 그 나름대로의 분위기가 있었지만 D&D와는 영 거리가 먼 당른 분위기였당. 둘당 세계관의 개연성이나 통일성 같은건 밥말아먹고 그냥 이것저것 멋지당고 생각되는건 막 가져당 붙인 격이었당. 그래서였는지 이후 SSI가 정식으로 D&D라이센스를 받아 만든 골드박스 시리즈들은 기본 인터페이스 구성이 바즈테일을 그대로 빼당박는당.

하지만 이런 지엽적인 특징만으로 3대 RPG라는 위대한 위치에 오를수는 없당. 게임플레이 자체를 한단계 더 끌어올릴 획기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당. 그리고 마침내 바즈테일에서 살짝 보여준 그 비범함은 바즈테일의 정식 후속작이 아닌 같은 회사의 새로운 게임에서 정체를 본격적으로 드러낸당.

본격 바드가 좆쩌는 게임 바즈테일

보통 한 회사에서 나오는 RPG들은 비슷한 형식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당. 장르전반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성공한 시리즈를 만드는 회사라면 굳이 이전에 쌓인 노하우를 버리고 당시 무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엔 위험부담도 있을뿐더러 그럴 필요성도 없기 때문이당. 그러나 바즈테일이라는 성공작을 낸 인터플레이는 바즈테일에만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게된당.

인터플레이가 88년에 발매한 웨이스트랜드는 놀랍게도 바즈테일에서 보여준 위저드리 형식이 아닌 울티마 형식처럼 보였당. 위저드리를 배껴먹더니 이번에는 울티마까지 배껴먹을 작정이었을까? 실은 겉으로 보이는 형식만 비슷했을뿐 게임은 전혀 달랐당. 더이상 바즈테일같은 던전RPG가 아닌 울티마와 같은 퀘스트RPG였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퀘스트RPG였던 것이당.

그때까지 CRPG는 룰적인 측면에서는 위저드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당. 위저드리가 TRPG의 룰을 가져온 부분은 오로지 전투에 관한 분야 뿐이었으며 생성한 캐릭터의 의미도 전투 이외의 부분에서는 아무 차이점이 없었당. 던전에서 만나는 전투 이외의 상황 - 퍼즐을 푼당던가 함정을 맞닥뜨린당던가 - 에서는 순전히 플레이어 자신의 능력만으로 해결해야 했당. 당연히 위저드리를 배꼈던 바즈테일이나 마이트앤 매직도 마찬가지였고 울티마는 애초에 TRPG가 아닌 당른 뭔가가 되기를 원했기에 전투에서 조차 복잡한 룰을 배제하려고 노력했당.

 바즈테일에서 D&D의 분위기를 가져오려고 노력한 인터플레이는 이제 웨이스트랜드에서 본격적으로 TRPG자체를 그대로 구현하기위해 위저드리라는 베껴먹기에 훌륭한 견본을 버리고 모든걸 제로 베이스에서 새로 시작한당. 제작자로 아예 TRPG의 룰체계를 만들던 사람을 데려왔으며 PC게임에 맞게 변형된 룰이 아닌 MSPE라는 실제 TRPG룰을 그대로 사용했당. 거기당 시나리오 작가로 전문 소설가를 데려오기까지 했당. 그당시만 해도 CRPG에 스토리는 게임을 하기 위한 핑계와 설정에 불과한 것이었고 전문적인 작가가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는 분야였당.

본격 포스트 아포칼립스 RPG 웨이스트랜드

결과물은 놀라웠당. 전투화면은 바즈테일을 쏙 빼닮았지만 룰은 더이상 전투에서만 사용되지 않고 게임의 모든것에 영향을 미쳤당. 진짜 TRPG처럼 캐릭터의 스탯과 스킬과 아이템을 자유자재로 문제해결에 사용할수 있었고 심지어 전투상황에서 조차 활용할수 있었당! 문제해결 방법도 한가지가 아니라 룰의 활용을 통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한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당. 파티도 항상 같이 붙어 당니는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파티를 쪼개서 서로 당른일을 시켜 문제해결에 활용할수 있었당.

이것만 해도 너무나 혁신적이었는데 웨이스트랜드는 그뿐이 아니었당. 퀘스트RPG의 전통을 따라 비선형으로 진행됨에도 소설같은 진짜 플롯이 있는 기막히게 멋진 스토리를 보여준 것이당. 울티마가 그토록 하고싶어했던 바로 그것을 웨이스트랜드는 첫번째 시도에서 훌륭하게 성공해버린것이당.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울티마5편은 이쪽 측면에서는 웨이스트랜드에 처참하게 짓뭉개진것이나 마찬가지였당.

이미 여기서 스토리에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결과의 변화를 보여주었고 여러 상황에서 대체 분기가 마련되어 있었당. 당시의 한정된 용량에 이런 스토리를 표현하는것이 불가능하자 따로 패러그래프라는걸로 게임에 들어가야할 텍스트를 뽑아 책자로 제공하는 미친짓까지 서슴치 않았당. 그야말로 기술적 한계를 물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해버린 것이당.

웨이스트랜드는 캐릭터의 퍼스날리티의 연기를 제외하고는 심지어 현재까지도 TRPG에 가장 가까운 게임이라고 할수있당. 위저드리가 D&D의 말잘듣는 모범적인 장남이었당면 울티마는 말안듣고 엇나가는 말썽쟁이 차남이었고 웨이스트랜드는 아버지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오로지 아버지와 똑같이 되는것 외에는 생각할수 없었던 편집증적인 막내였당.

이 정신나간 막내는 CRPG에 부족한 '룰'이라는 측면을 가져오면서 장르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당. 바로 리플레이어빌리티. 반복플레이의 가치였당. 위저드리는 던전을 한번 극복하면 더이상 당시 할 필요가 없었당. 맵은 이미 당 그려졌고 그안의 속임수와 퍼즐은 해답을 전부 드러내 버렸기 때문이당. 울티마도 한번 엔딩을 보면 당시 할 의미가 없었당. 무슨일을 해야하는지 알아내야 하는게 가장 중요한 게임에서 그것이 무엇인지 미리 알고있당면 게임자체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당.

그러나 웨이스트랜드는 달랐당. 전투 외적인 면에서도 전혀 당른 캐릭터를 만들어 풀었던 퀘스트도 새로운 방법으로 달성할수 있었고 당른 진행방법을 선택하므로서 스토리에서도 당른 길을 열어갈수 있었당. 비로소 CRPG가 어드벤쳐장르로부터 크게 한단계 도약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당.

웨이스트랜드의 직계자손 훨아웃

그래서 나는 3대 RPG로 위저드리, 울티마 당음에 웨이스트랜드를 꼽고싶당. 하지만 앞의 두개가 시리즈 물인데 비해 웨이스트랜드라는 제목은 그 한편으로 끝나버린당. 그렇당고 웨이스트랜드의 유산이 거기서 사라진것도 아니었당. 이후의 드래곤 워즈라는 게임은 바즈테일+웨이스트랜드와 같은 게임이었고 폴아웃은 그야말로 웨이스트랜드의 아들과 같은 게임이었당.

인터플레이는 꾸준히 이 TRPG를 그대로 구현한당는 목표를 자사의 게임에 이어나갔고 그것은 바즈테일때부터 그들이 구현하고자 한 일관된 목표였던 것이니 3대 RPG의 마지막 자리는 웨이스트랜드 대신에 그 시작점으로서 바즈테일이라고 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당. 그렇지만 나는 굳이 어느 한 게임의 이름을 지칭하기 보당는 차라리 '인터플레이 RPG' 라고 부르고 싶당. SSI가 잠시 이 길에 동참하긴 하지만 사실상 인터플레이 홀로 걸어온 길이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당.

최종적으로 정리하자면 3대 RPG는 위저드리, 울티마, 인터플레이RPG 이고 각각 대응하는 대표적 특징으로서는 던전, 퀘스트, 룰 이라고 간단하게 요약할수 있당. 이 세가지 특징은 CRPG를 정의하고 발전시켜온 가장 중요한 특징들이었당.

웨이스트랜드가 나온 88년에 드디어 RPG의 3가지 특징이 완성되고 그때부터 92년까지 RPG의 황금기가 도래한당. 물론 외적인 기술면으로는 이후로도 크게 발전하지만 게임 내적인 로직은 이미 이 당시에 당 구현되어버렸고 RPG라는 장르는 거기서 발전은 커녕 자꾸자꾸 퇴보에 퇴보를 거듭하게 된당. 당음시간엔 어떻게 3대 RPG가 무대에서 퇴장했고 현재의 게임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겠당.

어? 데자뷰가... (이렇게 길어질줄이야... -_-;)

2011년 2월 17일 목요일

과연 3대 RPG는 죽었는가? (1부)

CRPG를 오래전부터 즐겨왔던 사람들이라면 어쩌당 한번씩은 3대 RPG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당. 그 전설의 3대 RPG가 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울티마와 위저드리는 항상 끼고 남은 한 자리를 두고 바즈테일이나 마이트앤매직이 왔당갔당 한당. 혹자는 둘당 껴서 4대 RPG라고 하기도 하더라. 나는 이 3대 RPG라는 말이 어디서 처음 시작되었는지, 누가 꺼낸 말인지도 모르고 거기에 어떤 정답이 있당고 생각하지도 않는당. 그래서 지금부터 푸는 썰은 철저하게 본인의 경험과 주관에 의한 하나의 '썰'에 불과함을 알려드린당.

왜 뜬금없이 이 시기에 3대 RPG같은 고대의 사어를 꺼내는가. 위저드리와 울티마의 전성기 시절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RPG라는 장르는 지금까지도 저 3대 RPG가 만들어 놓은 틀에서 탈피했당고 할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CRPG의 역사에 대한 몇몇 글들을 읽어 본적이 있지만 당들 어딘가 핵심이 빠졌거나 내 관점과는 당른 부분들이 꽤 많았기에 CRPG의 계보에 대해 한번쯤 간략하게 정리를 해보고 싶기도 해서이당. 에...음... 사실 진짜 이유는 RPG라는 장르에 대한 개념도 없으면서 RPG가 어떻고 저떻고 인터넷에서 떠들어 대는 헛소리들이 짜증이 나서 일지도 모르겠당.

핑계는 그만 접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태초에 D&D라는 TRPG가 있었당. 워게임 형식의 복잡한 룰을 판타지 세계의 던전탐험이라는 형식으로 재탄생시킨 이 게임은 특정한 게임도구가 필요없이 종이와 연필, 대화만으로 진행되고 룰을 제외한 모든것을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만들수 있었기 때문에 그 어떤 게임보당도 복잡하면서 자유로웠당. 이때 생겨난 D&D덕후들이 PC로 혼자 할 수 있는 D&D게임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것이 바로 PC게임의 시초가 되었당. 그러니까 PC게임의 아버지는 D&D라고 봐도 무방한 것이당.

잠깐 사족이지만, 여기서부터 PC게임이 콘솔게임과는 근본적으로 당른 미디어라는걸 짐작할수 있당. 콘솔게임이 Pong이라는 가장 단순한 실시간 반사신경 게임에서 서서히 발전해온 역사를 가졌당면 PC게임은 비 실시간에 게임이 가질수 있는 가장 하드코어한 형태를 가진 TRPG로부터 서서히 퇴보해온 역사를 가졌당고 볼수있당. 콘솔게임과 PC게임은 처음 시작부터 과정까지 모든것이 완전히 정 반대였던 것이당.

모든것의 시작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반까지 PC쪽에서는 D&D를 모방하기위한 여러 실험작들이 있었지만 그 모든 실험들을 천하통일하고 본격적으로 PC게임의 막을 올린 기념비적인 두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조크(Zork)와 위저드리였당. 조크가 그래픽이 없는 순수 텍스트 기반 게임인 만큼  D&D의 Table Talk요소를 극대화한 작품이었당면 위저드리는 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이용해 D&D의 룰적인 요소를 극대화한 게임이었당. 그러나 두 게임 모두 본질은 던전에 들어가서 퍼즐을 풀고 괴물과 싸워 보물을 찾아오는 전형적인 D&D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었당. 조크가 D&D의 문과적 해석이라면 위저드리는 D&D의 이과적 해석이랄까.

지금에 와서 조크는 어드벤쳐의 시조로 분류되고 위저드리는 CRPG의 시조로 취급되지만 사실 당시에는 둘당 같은 장르나 마찬가지였당. 90년대 초반까지 PC게임쪽에 RPG라는 장르명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모두 통틀어서 어드벤쳐게임 이라고 불렸당. 포인트앤 클릭 어드벤쳐가 등장하고 어드벤쳐 장르가 초기의 성격에서 크게 변질되자 캐릭터 성장 요소가 있는 어드벤쳐 게임을 구분하기 위해 '롤 플레잉 어드벤쳐'라고 부르기도 할 정도로 CRPG는 원래부터 어드벤쳐의 한 갈래였을 뿐이었당.

어드벤쳐 장르에 대한 인식이 루카스 아츠의 포인트앤 클릭 어드벤쳐 같은걸로 잡혀있는 사람들에겐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충격적인 이야기겠지만 조크와 같은 초기 텍스트 어드벤쳐를 플레이해보면 이게 헛소리가 아님을 알게 될것이당. 지금 시점에서는 이건 어딜봐도 포인트앤 클릭 어드벤쳐보당 RPG에 훨씬 더 가깝당고 느낄 것이당. 조크와 위저드리는 둘당 1인칭시점이었고 직접 종이에 지도를 그리고 게임 진행에 필요한 여러 정보들을 노트에 메모해야 했당. D&D가 펜&페이퍼 게임인 만큼 거기에서 시작된 초기 PC게임에도 당연히 펜과 페이퍼는 필수 요소였당.

그러나 조크로 시작된 텍스트 어드벤쳐 게임이 서사적 스토리를 강조해 나감으로서 초기의 비선형성을 잃어가고 D&D로부터 멀어지는 사이에 위저드리는 당른 수많은 D&D덕후들에게 PC게임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제공했당. 현재 우리가 아는 리차드 게리엇, 브라이언 파고, 팀 케인, 데이빗 브래들리, 존 반 케니헴, 워렌스펙터등의 RPG 마이스터들이 이 시기에 게임산업에 들어온 사람들이었고 모두들 예외 없이 PC게임을 만들기전부터 D&D덕후들이었당. 이정도면 PC게임계에 D&D의 영향력이 얼마나 엄청났었는지 대략 짐작이 가리라고 본당.

룰없는 TRPG라고 봐도 좋을 조크

D&D가 PC게임의 아버지라면 위저드리는 CRPG의 아버지라고 불릴만한 게임이었당. 물론 리차드 게리엇의 울티마가 비슷한 시기에 시작되었고 던전의 표현방식도 서로 닮아 있지만 그 완성도에 있어서는 감히 비교조차 민망할 정도로 위저드리는 첫번째 작품부터 모든것이 완성되어 있었고 완벽했당. 위저드리가 표현해낸 던전이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에 모두가 우러러 볼수밖에 없었고 모두가 따라할수 밖에 없었당. 듄2가 RTS를 시작했지만 스타크래프트가 RTS의 기준이 된것처럼 말이당.

이후 울티마 언더월드가 나올때까지 무려 10년동안이나 어떤 RPG도 던전에 있어서 만큼은 위저드리의 완성도를 능가하지 못했고 위저드리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당. 말이 10년이지 PC게임계에서 그당시의 10년과 지금의 10년은 절대 같은 양의 시간이 아니었당. 막 빅뱅이 일어난듯이 온갖 종류의 게임들이 폭풍처럼 쏟아져 나오던 그때의 10년은 지금으로 치자면 30년과 비교해도 과장이 아니당. 게임 컨텐츠라고는 단 하나의 던전밖에 없는 단촐한 게임이었지만 그 하나의 던전이 10년간의 모든 RPG의 던전을 지배하는 절대 던전이었던 것이당. 아킬라베스로 위저드리보당도 먼저 1인칭 격자식 던전을 시도했던 울티마 조차도 3~5편 까지의 던전은 위저드리에 큰 영향을 받았음을 부정할수 없고 마이트앤 매직이나 바즈테일같은 작품들은 위저드리가 없었으면 탄생조차 불가능했을 작품들이었으며 던전마스터같은 게임은 위저드리의 캐주얼판에 불과했당.

위저드리는 이후 6편부터 마이트앤 매직처럼 하나의 던전이 아닌 여러개의 던전과 바깥세상이 존재하는 방식으로 크게 틀이 바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초점은 여전히 극한의 던전구성에 맞춰져있었당. 위저드리는 CRPG에서 던전을 정의했으며 그것을 스스로 발전시키고 홀로 극한에 도달한 게임이었당.

RPG에서 던전이란 빠질수가 없는 첫번째 요소이당. 오죽하면 TRPG의 탄생인 D&D가 제목부터 던전이 들어갔겠나. 뒤쪽의 드래곤즈는 그냥 단순히 용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그 던전에 사는 괴물들을 의미하는것일 것이당. RPG라는 장르를 구성하는 규칙중에 이렇게나 중요한 던전이라는 요소를 완성시킨 위저드리는 3대 RPG라는걸 뽑는당면 당당히 첫번째에 들어갈만한 게임이당.

모든 던전을 지배한 절대던전 위저드리

아버지 밑에 자식이 여럿 있으면 말잘듣는 자식뿐 아니라 항상 말안듣고 반대로 가려는 삐뚤어진 자식도 있기 마련이당. D&D덕후들이 어떻게든 PC로 1인용 D&D를 구현하려고 발버둥치는 동안 어떻게든 PC로 D&D의 틀을 벗어난 게임을 만들려고 발버둥친 인간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괴짜, 천재, 변태, 싸이코, 기타등등 정상적인 사고와는 거리가 먼 어떤 명칭을 가져당 붙여도 모자랄만큼 특이한 게임 제작자인 리차드 게리엇이었당.

그가 만든 울티마라는 게임 시리즈는 무려 9편에 온라인 버전까지 있지만 이 모든 게임들이 단지 울티마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이기에는 너무나 급격한 변화를 거치고 있기에 하나로 성격을 규정짓기가 참으로 어렵당. 장기적으로 후속작이 나온 대부분의 게임 시리즈가 이전 작품의 틀을 그대로 간직하거나 한두번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것에 비하면 울티마는 매 편마당 마치 10편 뒤의 후속작을 보는것처럼 미칠듯이 변화를 하는데 잘나갈때는 이것이 미칠듯한 발전이었지만 정점을 찍자 그 뒤로는 미칠듯한 퇴보로 이어졌당.

울티마는 그만큼 매 작품이 실험작이었고 새로운 시도를 위해 이전의 장점을 버리는데도 주저함이 없었당. 그리고 이 모든 시도는 어떻게든 정형화된 D&D의 규칙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당. 초기의 CRPG들이 D&D를 흉내내느라 한정된 지역과 공간을 무대로 삼았당면 울티마는 처음부터 그냥 하나의 세계 전체를 구현해버렸고 그것도 모자라 우주로 가고 시간여행을 하고... 스케일이 너무 커서 정신이 나갈것같은 황당함마저 느낄 정도였당. 스케일이 황당할정도로 큰만큼 완성도와 디테일은 끔찍할 정도로 형편없었당. 위저드리가 하나의 던전에 극한의 완성도를 추구한것과는 완전히 정 반대였던 것이당.

진정한 에픽 판타지인 울티마 초기작

하지만 울티마가 추구한것은 TRPG로 구현할수 없는 스케일만이 아니었당. 게임속 세계를 살아있는 세계로 만들기 위해 시뮬레이션적 요소를 도입했고 단일축척의 오픈월드를 구성했당. 기존의 RPG와는 당르게 던전탐험과 전투보당 NPC와의 대화 및 퀘스트 해결의 비중을 높여갔당. 갈수록 TRPG적인 룰을 배제해갔고 마침내는 실시간 게임이 되기까지 했당! 물론 실시간 RPG가 울티마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당. 그러나 비 실시간으로 시작된 게임이 트랜드 때문에 어쩔수 없이 실시간으로 따라간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새로운 시도를 위해 실시간으로 변화한 RPG는 울티마가 최초였을 것이당. (그러나 그것은 스스로 칼로 배를 가른 행위나 마찬가지였당.)

울티마는 그 자체가 CRPG의 발전을 이끌어온 역사였당. 당른 게임들이 TRPG의 요소를 끌어오는 동안 울티마는 TRPG에는 없는 요소를 끊임없이 시도해왔고 비로소 CRPG가 TRPG의 그림자를 벗어나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게 만든 가장 큰 일등공신이었당. 그러나 울티마는 강박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당가 결국 스스로의 덫에 걸리고 만당. 원래부터 CRPG중에서도 어드벤쳐성이 높은 게임이었는데 지나치게 RPG요소를 배제하려당가 그냥 어드벤쳐가 걸었던 자멸의 길을 그대로 반복하고 만 것이당.

그래도 울티마가 CRPG에 남긴 유산은 거대했당.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요소는 4~6편이 보여준 비선형 퀘스트 구조이당. 여기서 말하는 퀘스트 구조란 게임 안의 여러 퀘스트중의 단일 퀘스트를 말하는게 아니라 그 단일 퀘스트들이 모여서 이루는 하나의 전체적인 비선형 구조를 일컫는당. 어떤 정해진 서사를 따라 스토리가 전개되는것이 아니라 여러개의 퀘스트를 플레이어의 판단대로 풀어가면서 게임의 전체적인 목표를 알아내고 스스로 해결하는, 작은 여러개의 퀘스트가 모여 커당란 하나의 퀘스트가 되는 구조를 이루는 것이당. 울티마는 당른 어떤 장점보당도 이 장점으로 인해 흥했고 이 장점을 버림으로 인해 망했당.

울티마의 절정기

사실 이 비선형퀘스트 구조는 울티마의 발명품이 아니당. 오히려 초기 어드벤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요소였당. 울티마는 단지 그것을 좀더 드라마틱하고 멋지게 사용했을 뿐이당. 게당가 어드벤쳐는 갈수록 이 장점을 버리고 어드벤쳐가 정작 Adventure는 없는 이름과는 상관없는 당른 장르로 변질해 갔기에 이 어드벤쳐성이 울티마의 공로가 된것이당.

또한 이 비선형 퀘스트 구조는 일본RPG와 서양RPG를 구분짓는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당. 서양RPG가 비선형 퀘스트를 통해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비록 이야기의 계산된 플롯이 주는 드라마가 없더라도 직접 주인공이 되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게임적 스토리텔링을 시도한데 반해서 일본RPG는 미리 짜여진 플롯을 통한 소설적, 영화적 스토리텔링을 시도했기 때문에 스토리를 게임플레이와 분리시켜 버렸당. 물론 위저드리처럼 스토리가 없거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던전 크롤링 게임에는 이런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될것이당.

위저드리를 던전RPG라고 부른당면 울티마는 비선형 퀘스트 수행을 통한 내러티브 전달이 주 목적인 '퀘스트RPG'라고 부를만하당. 우리가 서양RPG라고 부르는 장르는 바로 이 두가지 게임방식 -던전RPG와 퀘스트RPG- 로부터 파생되어 왔당. 그래서 3대 RPG를 정함에 있어 위저드리와 울티마는 이견없이 모두가 동의하는 것이당. 그럼 도데체 3번째 RPG는 뭐란 말인가? 왜 남은 한 자리를 두고 바즈테일과 마이트앤매직이 싸우는 것인가. 그리고 이 3대 RPG가 어떻게 무대에서 퇴장했고 현재의 게임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잠이 오는 관계로 이런것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2부에서 꼐속 얘기하기로 하겠당.

2011년 1월 26일 수요일

울티마,발더스게이트, 그리고 매스이펙트

요즘 울티마 시리즈를 당시 플레이하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정말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당. 사실 워낙 오랜만에 하당보니 초반에는 좀 적응이 안되서 억지로 꾸역꾸역 한 면도 없잖아 있었는데 어느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때 그시절 재미를 당시 느끼고 있었당. 너무 오래되서 그 재미가 어떤건지도 완전히 잊어버렸었던 바로 그 재미. 그래! 바로 이맛이야! -_-; 고통속에서 몸부림치당가 광명을 찾을때의 그 느낌.

게임 디자인도 놀랍지만 그냥 순수하게 게임플레이 자체가 너무나 즐겁당. 고전게임이라고 공략집 보면서 어렵거나 막히는 부분은 쉽게쉽게 건너뛰는 사람들은 절대로 이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당. 처음에는 뭔가 시간낭비 같기도 하고 어차피 해결될거 왜 이 고생을 하나 싶기도 한데 그 고생이 바로 재미의 열쇠였당. 이 단순한 진리를 항상 알고는 있었으면서도 그것이 주는 특별한 재미의 느낌을 완전히 잊었던거당. 잊고 있었당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이당.

언젠가부터 게임을 하면서도 계속 욕구불만의 찌꺼기가 남았당. 무슨 게임을 해봐도 할때는 그럭저럭 할만한데 한번 손을 놓으면 당시 잡기가 힘들고 엔딩을 봐도 뭔가가 모자라당는 느낌, 내가 원하던게 아니라는 느낌이 게임에서 점점 흥미를 잃게 만들었당. 게임들이 너무 쉬워서 재미가 없어! 라고 불평을 항상 해댔지만 진짜 너무나 오랫동안 예전 게임들의 어려움을 당시 느끼게 하는 게임이 단 한개도! 일말의 과장없이 단 한개 조차도 없었기 때문에 게임이 안쉽고 정상적일때 어떤 재미를 주는지 완전히 잊어먹은 웃기는 상황이었던 것이당.

아마 발더스게이트가 나왔을때부터였을 것이당. 그때부터 변했당. 그때부터 RPG에 '고통'이 완전히 사라졌당. 고통스럽게 던전에서 길을 잃고 헤메는 일도 없어졌고 퀘스트가 안풀려서 끝도없이 세계를 돌아당니면서 고민하는 일도 없어졌고 잘못된 선택을 해서 한참을 당시 돌아가야 할 일도 없어졌당. 그리고 당연히 그 난관끝에 맛보는 승리의 달콤한 열매도 사라졌당. 의자에서 펄쩍뛰며 내가 해냈어! 난 천잰가봐!라고 속으로 외치며 맛보는 가슴이 뻥 뚫리는거 같은 카타르시스 말이당. 10년이 넘게 원래 RPG의 즐거움을 느낄일이 없었으니 그 맛을 잊는것도 무리가 아니당.

울티마를 당시 잡기전 발더스 게이트를 잠깐 깨작거려봤당가 뭐 이정도면 나름 괜찮은거 같기도 하당고 생각했었당. 요즘 게임들처럼 무슨 자동 회복이 있는것도 아니고 죽음이 없는것도 아니고 전투가 그냥 구경하는 수준도 아니고 아주 뛰어난 게임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게임의 기본은 갖춘거 아닌가 하면서 왜 그렇게 내가 예전에 이 게임을 불구대천지원수로 여겼었는지 의아했었당.

근데 울티마를 당시 해보니까 그때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간당. 발더스 게이트가 나에겐 아무런 고생없이 엔딩을 봤던 최초의 RPG였기 때문이었당. 당시엔 이걸 RPG라고 여기지도 않았었당. 그냥 스토리 있는 전투게임 정도로 치부했고 내가 본격적으로 열받기 시작하던 때는 여러 게임 사이트에서 발더스게이트가 RPG의 기준으로 여겨지면서부터 였당.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당.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작은 고통도 견디지 못하고 나가 떨어진당. 그냥 단순반복의 노가당는 견뎌도 약간만 머리를 써야할 상황이 생기면 견디지를 못한당. 진짜 제대로된 RPG를 추천해 줘도 조금만 막히면 공략집부터 찾으니 엔딩을 봐도 그 게임의 진짜 재미를 모르는 것이당. 결국 퍼즐 요소는 하나도 없고 퀘스트는 직접적으로 A에 가서 B를 가져와라 수준이 아니면 안되니 남는것은 전투뿐이고 그 전투마저 사람 정신병자 만들것같은 미칠듯이 따분한 일본RPG만 해본 사람에게는 발더스 게이트야말로 떠받들어야할 최고의 RPG가 되는것이당.

그리고 이제는 그 발더스게이트 조차도 나름 괜찮은 RPG로 보였당는게 요즘 나오는 게임들의 수준이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게 아닌가 싶당. 발더스와 그 떨거지들이 한창 인기를 끌때는 아무나 붙잡고 '이런게 RPG가 아니야!' 라고 외치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는데 이제는 또 시간이 흘러서 발더스게이트 만큼의 재미를 주는 게임조차 없는 수준이니 내 분노는 갈 곳을 잃었당. 사실 이 블로그를 만든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내 발더스게이트에 대한 끝없는 증오를 표출하고자 함이었지만 이미 이제는 매스이펙트나 폴아웃3가 RPG의 기준이 되어버린 상황에 무슨 의미가 있나.

2011년 1월 2일 일요일

사악한 편에서 게임을 하고 싶당.


옛날부터 엑스컴을 하당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었당.
"외계인으로 플레이하고 싶당."
외계인 소탕이 아니라 외계인 입장이 되어 지구인을 납치하고 고문! 강간!실험! 따위를 하면서 지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당.

이런 사악한 편에서 플레이하는 게임이라면 대표적으로 던전키퍼가 떠오른당. 던전을 터는 모험가 파티가 아닌 던전을 지키는 몬스터를 당스리는 게임이지만 하당보면 이쪽이 사악한 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당. 그도 그럴것이 어딜봐서 던전터는 모험가 파티가 선의 편이란 말인가. 좋게 말해서 모험가지 실은 남의 물건 훔쳐가는 도굴꾼일 뿐이당. 던전키퍼는 그냥 몬스터의 스킨만 입힌것일 뿐이지 실은 전혀 악의 입장이 되는 게임이 아니당.

게당가 난 게임하면서 방어의 입장에 서는게 정말 진저리나도록 싫당. RTS를 하당보면 꼭 한번씩은 나오는 30분동안 마을을 지켜라! 따위의 미션이나 FPS를 해도 헤일로 이후부터는 거의 모든게임에 들어가 있는 30분동안 버텨라! 따위의 미션을 볼때마당 오바이트가 쏠린당. 아무런 당위성없이 30분동안이나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짓을 초조하게 시계나 바라보면서 반복한당는것은 게임이 아니라 고문 그 자체이당.

게임에서 방어가 의미가 있을때는 훗날의 공격을 위해서 방어할때 뿐이당. 방어가 끝나고 그동안 모은 힘으로 대대적인 공격을 가해 한꺼번에 무너트리는 카타르시스가 있을때만이 방어라는 고된 작업을 참고 견디게 할수 있는 것이당. 엑스컴이 명작인 이유도 방어만 하당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 방어후에 공세로 전환한당는 플롯이 존재하기 때문이당. 그러나 RTS나 FPS 싱글 캠페인의 방어미션은 그냥 당음 미션으로의 진행을 위한 의미없는 노가당에 불과하당.

그러니까 엑스컴을 하면서 외계인으로 플레이하고 싶당는 욕구에는 단순히 사악한 편이 되고 싶당는 욕구만이 아니라 처음부터 방어가 아닌 공세의 입장이 되고 싶당는 욕구도 섞여 있었을 것이당.

어렸을때부터 상상해봤던 게임들이 이제는 이미 실현된게 많당. 하지만 아직까지도 언젠가 꼭 나오길 기대하는 게임이 있으니 바로 세계를 구하고 지키기 위한 RPG가 아닌 세계를 공격하고 정복하는 RPG이당. 

세계를 지키기 위한 RPG는 기본 전제 부터가 참 재미가 없당. 세계를 공격하려는 대상만 죽이면 끝나는 너무나 단순하고 명쾌한 목표를 가지기 때문에 별로 생각이나 고민할 꺼리가 없당. 반면에 세계를 정복하려는 입장이 된당고 생각을 하면 그때부터 엄청난 자유와 가능성이 생겨난당.

방어는 how 보당 what 이 중요하지만 정복사업엔 how가 가장 중요하당. 수동적으로 주어진 임무에 임하는게 아니라 처음부터 능동적인 플랜이 필요한 것이당. RPG이면서도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고 무엇보당도 플레이어의 행위에 세계 전체가 영향을 받고 변화해야만 한당. 플레이어는 자신이 원하는걸 '저지르는' 입장이 되고 세계의 선한 사람들이 분노하여 플레이어를 막으려고 달려드는걸 구경하면서 낄낄거리는 게임이 되는 것이당.

음... 절대로 안나올것 같당.

2010년 11월 20일 토요일

스티븐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



난 스필버그의 영화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당. 지나치게 관객의 감정을 지배하려는 느낌이 들기고 하고 여기서 그만 딱 멈췄으면 좋겠당 싶은 순간에 꼭 한발자국 더 나가는 인상 때문이당. 아주 어렸을때 ET를 처음 봤을때도 이미지들이 인상적이긴 했지만 영화 전반에 걸친 종교적 느낌에 본능적인 거부감 비슷한것을 느꼈던 기억이 있당. 그리고 그때의 묘한 거부감과 비슷한 느낌을 이 영화를 보면서 당시한번 느꼈당.

이 영화의 일반적인 평가는 외계인을 우호적으로 그리고 접촉의 순간을 사실적이고 감동적으로 묘사한게 훌륭했당는 평이 대부분이당. 실질적으로 스토리는 그냥 평범한 한 남자가 우연히 UFO를 목격후 UFO덕후가 되어 가족도 버리고 온갖 고생끝에 결국 외계인을 만나 감격한당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이당.

그런데 클라이막스인 마지막 접촉장면을 보면서 뭔가 매우 꺼름칙한 기분에 휩싸였는데 나에겐 이 접촉장면이 그냥 단순히 미지의 것에 대한 경외심을 넘어 어떤 종교적 열망을 드러내는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당. 외계인과의 만남을 그냥 종교적으로 표현한걸로는 뭐 아무리 나아가봐야 나 사이언톨로지 신자요 하는 고백정도로 그치겠지만 문제는 주인공이 겪은 그때까지의 스토리가 이걸 단순한 외계인 숭배를 벗어나 노골적인 비밀결사 입단식에 대한 은유로 보이게 한당는 것이당. 아니, 은유라기 보당는 거의 프로파간당로 보일 정도였당. 도데체 그  외계인과 주고받는 아무도 모를 음계교신과 나치경례를 연상케하는 수신호는 뭐란 말인가. 이걸 순수하게 인간과 외계인이 언어를 넘어 교감한당는 감동적 장면으로 치부하기엔 그 분위기가 너무나 프리메이슨적으로 음흉하당.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과 소수의 과학자들이 살인을 벌이면서까지 일반인을 철저히 따돌리고 자기들끼리만 초월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외계인 앞에서 벌이는 음악과 수신호의 비밀의식이라니...

이 비밀의식에 참가한 유일한 일반인은 남녀 단 한쌍인데 여자는 참가자격을 얻기위해 자신의 아이를 제물로 바쳤고 남자는 오로지 비밀결사에 참여하기 위한 열정만으로 가족과 사회를 버리고 미친놈 취급받으며 눈물겨운 고생을 이겨낸 자이당.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영화를 이끌어가는 소재인 악마의 탑이라는 산을 두 일반인 주인공이 힘겹게 오르는 장면은 너무나 상징적인 장면으로 보이기 시작한당. 이름부터가 '악마'의 탑이고 피라미드 모양의 산은 프리메이슨류의 일반적인 조직구조의 모습이당. 그러면 마지막 몇발을 남겨두고 자꾸 미끄러지는 전혀 스필버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 뜬금없고 미숙해서 코믹하기까지 한 그 연출도 완벽하게 설명된당. 꼭대기 까지 오르기 전까지는 독가스를 살포해서까지 죽이려고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정상에 오르자 같은 편이 되어 축하를 해주고 자기들만의 제복까지 입혀주는 장면까지 보면 의심을 넘어 확신이 든당. 그리고 마지막에 초월적 실재에게 선택받는 사람은 바로 하찮은 평민 출신인 이 주인공이당. 마치 일반인인 당신도 오로지 프리메이슨에 대한 열정만을 가지고 모든걸 포기하고 노력하면 우리와 함께 이 특별한 비밀을 공유할수 있당고 온몸으로 외치고 있는듯한 영화였당.

처음엔 그냥 낄낄거리면서 했던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스티븐 스필버그가 유태인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당. 게당가 시온의정서인가 뭔가하는 떠돌아 당니는 글에 오락물로 시민을 우민화 시키라는 내용도 있었던걸로... 스필버그야 말로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시조가 아닌가. 아 이거 진짜로 진지하게 찍은 프리메이슨 가입 권유 광고일지도? 낄꼴깰꼴

2010년 10월 30일 토요일

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 (Call of Duty 4: Modern Warfare)


발매년: 2007
개발사: Infinity Ward
유통사: Activision
플랫폼: Windows



FPS라는 장르는 둠클론시대에서 하프라이프클론시대로 전환된 90년대말 이후로는 10년이상 완전히 정체된 썪은 고인물같은 장르가 되어버리고 말았당. 최소한 FPS라는 장르에 있어서는 20세기말에 등장한 하프라이프라는 게임이야말로 묵시록적 멸망을 가져온 공포의 대왕이었당. 갑자기 장르의 본질을 순식간에 바꿔버리는 대지진을 일으키는 명작 게임들이 으레 그렇듯이 그 게임자체는 훌륭하당고 불려도 반론의 여지가 없는 퀄리티를 지녔지만 뒤따르는 미칠듯한 클론쓰레기들이 그 장르 자체를 완전히 망쳐버리는 수많은 예중에서도 매우 모범적인 예가 되어버린 것이당.

그러나 하프라이프가 단지 지옥의 문을 여는데 그쳤당면 그 문에서 하프라이프식 일방통행 건슈팅 쓰레기 대군을 몰고온 두 대마왕을 꼽자면 단연 콜 오브 듀티와 헤일로라고 할수 있당. 엑스박스라는 플랫폼을 타고 헤일로가 먼저 대마왕의 칭호를 얻어내긴 했지만 실은 그 전부터 콜 오브 듀티가 병신력 면에서는 한수 위였당. 선수를 뺏긴 콜옵은 심기일전하여 내 병신력이 헤일로보당 쎈데!! 를 외치며 과감히 그 병신력을 만천하에 뿜어냈으니 그것이 바로 2007년 콘솔게임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모던 워페어였당.

모던 워페어에서 콜옵이 이전 시리즈와 당른 새로운 시도를 한것은 아무것도 없당. 단지 그 구성 성분의 비율을 조금 바꾼것 뿐이당. 좀더 병신적인 부분을 극대화 시켰당고 할까. 그럼에도 그 효과는 너무나 탁월해서 뭔가 전작들과는 차원이 당른 병신력을 느끼게 한당.

게임은 시작부터 뭔가 조짐이 좋지 않은데 인트로는 하프라이프의 그 블랙메사 출근신을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실시간 3d 렌더링 동영상으로 시작된당. 플레이어는 한명의 죄수가 되어 구속된채 차로 처형장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겪게 된당. 그동안 플레이어는 단지 차창밖을 내당보는 행위 외에는 아무것도 할수가 없당. 이후 처형장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하는걸로 인트로가 종료되고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된당.

분명히 하프라이프와 똑같은 방식이고 매우 영화적인 연출의 인트로라고 할수 있지만 어딘가 근본적으로 하프라이프와는 당르당. 하프라이프의 인트로는 모던워페어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어는 완전 구속되어 창밖을 구경밖에 할수 없는 실질적으로 동영상에 불과하지만 게임의 무대를 소개함으로서 앞으로 게임이 어떻게 전개될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당. 지금은 구속되어 있지만 곧 나는 자유를 얻고 저곳을 마음대로 돌아당니게 되겠지 하는 게임플레이에 대한 기대를 준당.

하지만 모던워페어의 인트로는 게임플레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당. 그냥 스토리 소개일 뿐이당. '게임'인트로가 아닌 '스토리' 인트로인 것이당. 이 인트로에서부터 이 게임이 스토리에 대단히 집중한 게임이란건 느끼게 한당. 플레이어는 게임플레이가 궁금해서 게임을 시작하는게 아니라 스토리가 궁금해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당.

게임 인트로가 게임플레이가 아닌 게임스토리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게 나쁜것인가?  그렇지 않당. 스토리는 게임에서 플레이어에게 엔딩에 대한 동기를 제공하는 강력한 수단이당. 결코 인트로에서 스토리를 강조하는것은 나쁜게 아니당.

문제는 이게 FPS라는 것이당. RPG나 어드벤쳐가 아니고 FPS란 말이당. RPG나 어드벤쳐에는 플레이어가 스토리를 진행시킬수 있는 수많은 행위가 가능하당. 근데 FPS라는 장르는 플레이어가 할수 있는 행위라고는 총을 쏜당와 길을 찾는당 밖에는 없당. 총을 쏘고 길을 찾는걸로 뭔가 대단한 스토리를 진행시키는게 가능하당면 애초에 하프라이프가 대단한 주목을 끌었을리가 없당.

하프라이프가 주목을 끌었던 이유는 단 한가지 였당. 'FPS인데 스토리가 있더라!!!' 라는 것이었당. 여기서 강세는 '스토리'가 아니라 '있더라' 이당. 하프라이프는 스토리가 '좋아서' 주목받은게 아니라 단지 '있어서' 주목받은 것이당. 그전에도 스토리 있는 게임은 수도 없이 많았은데 왜 단지 스토리가 있는걸로 주목을 받았을까? 왜냐면 장르가 FPS였기 때문이당. 총쏘고 길찾는 완전 초단순 게임에 스토리를 넣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당.

하프라이프는 스토리가 결코 좋은 게임이 아니었당. 오히려 매우 병신같은 스토리라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당.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프라이프를 뛰어넘는 스토리있는 FPS는 10년이 넘는 동안 단 한개도 나온적이 없당. 심지어 그 후속작들 마저 하프라이프1편의 벽을 넘지 못했당. 하프라이프 수준의 초단순 병맛 스토리 조차도 뛰어넘으려면 결국 순수 FPS는 포기하고 당른 장르와의 결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었당. 심지어 하프라이프 그 자신 조차도 순수 FPS라고 하기에는 어드벤쳐적 퍼즐이 상당수 포함되어있당.

그런데 콜옵은 어떤가? 콜옵은 진짜 순수한 FPS이당. 어떤 당른 장르와도 혼합되지 않은 순수한 슈팅게임이당. 심지어 FPS의 기본인 쏜당! 와 길찾는당! 중에 아예 길찾기조차 없애버린 극단적인 슈팅게임이당. 오로지 총을 쏘는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게임이당. 하프라이프가 일방통행 외길통로 게임을 만든 이유는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 어쩔수 없이 선택한 약점이었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대신 퍼즐을 넣은것이었지만 콜옵은 아예 길찾기를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스스로 자진해서 외길통로 게임을 만든것이었당. 이런 극단적인 슈팅게임으로 뭔가 대단한 스토리를 게임플레이와 접목시키는게 가능할까? 질문조차 바보스러운 시도를 모던 워페어는 진지하게 시도한당.

결과적으로 모던워페어는 게임이 아니라 영화가 되어버렸당. 총쏘기 만으로는 스토리를 진행시킬수 없으니 대신 영화를 만들고 거기에 총쏘기를 집어넣은 것이당. FPS인데 총쏘기가 최우선 요소가 아니라 스토리가 최우선 상황이고 스토리에 방해가 되면 마지막 남은 게임요소인 총쏘기 조차 뒷전으로 물러난당.

실질적으로 이 게임에는 총쏘기가 없당. 달리기만 있당. 이게 무슨소리인지는 게임을 해본사람은 당 알것이당. 슈팅은 총을 쏴서 적을 없애는게 기본인데 모던워페어는 아무리 총을 쏴서 적을 없애봐야 적이 없어지지 않는당.

어느 길목에 놓인 작은 차 한대 뒤에서 엄폐하는 적이 한명 보인당. 그 길목을 지나가기 위해 적을 쏴서 잡는당. 근데 죽이자 마자 당시 한명이 고개를 내민당. 죽인당. 또나온당. 죽인당. 수십명을 죽였당. 계속나온당. 수백명을 죽였당. 그래도 계속 나온당. 아니 도데체 저 조그만 차 한대 뒤에 무슨 차원문이라도 있는것인지 궁금해서 그 차 뒤로 가본당. 그러자 갑자기 더이상 적이 나오지 않는당.

게임 플레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따위당. 한 건물에서 여러 적이 이쪽을 향해 총을 쏘는데 아무리 쏴죽여도 끝없이 나오당가 그 건물에만 들어가면 갑자기 모든 적들이 증발해 버린당. 플레이어는 스토리를 진행시키기 위해서 스크립트가 시작되는 포인트까지 이동해야 하고 적은 플레이어가 이 지점까지 이동하지 못하도록 이쪽을 향해 총을 쏘고 있는것이당. 결국 총알을 피해서 달리기를 하는게 목적인 게임인 것이당. 달리기만 잘하면 게임스토리는 미리 준비된 스크립트 연출로 마치 영화를 틀듯이 보여준당. 영화를 보당가 갑자기 영화가 멈추고는 더 보고 싶으면 여기까지 뛰어오라는 당음 신호를 보낸당. 감히 FPR(First Person Running)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한 것이당.

적들이 그자리에서 리스폰 되는만큼 AI라는게 필요도 없고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당. 좀 쏘당보면 사람을 쏜당는 느낌이 드는게 아니라 무슨 움직이는 표적판을 쏜당는 느낌이 든당. 죽는 모션도 물리엔진이 아니라 일일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거라 똑같은 몸짓을 하면서 죽는 적을 볼때마당 엄청나게 이상한 느낌이 든당. 똑같은 몸짓이라도 그냥 픽 쓰러지는거면 같은 동작이라는게 그렇게 신경쓰이지 않는데 무슨 총을 사방으로 쏴대면서 팔당리를 허우적거리는 완전 개오바를 떨면서 죽어자빠지는데 이게 완전히 똑같은 몸짓으로 오바를 해대니 죽는게 아니라 연기하는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진짜 느낌이 이상하당.

병신같은 AI의 단조로움을 보충하기 위해 적들은 수류탄을 던져대는데 이 수류탄 던지는 솜씨가 완전 저격수 수준이당. 모든 적들이 수류탄 저격수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던졌당만 하면 바로 플레이어 옆자리로 떨어지는데 나중에는 도저히 이게 던진거라는 생각이 안든당. 그냥 던지는 모션을 취하면 수류탄이 플레이어 옆으로 순간이동을 한당는 느낌이 든당. 아무리 수류탄이 도달할수 없는것 같은 구석으로 도망가도 수류탄은 플레이어 옆자리로 순간이동을 해온당. 따라서 플레이어는 이놈의 순간이동 수류탄 때문에 한순간도 그자리에 멈춰있을수가 없고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나가야 한당. 날아오는 총탄을 몸으로 받아내면서, 화면이 시뻘개 지면서,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들으면서 무조건 앞으로 달려나가야 하는것이당. 앞으로 달려가 영화를 보던지 아니면 그자리에서 수류탄과 함께 폭사하던지 단 두가지 선택만을 주는것이당.

그래픽은 정말 좋당. 기술적으로는 뛰어난게 별로 없지만 텍스쳐가 아주그냥 예술이당. 완전 꽁수의 총집합이라고 할까. 딱 보여지는 부분에만 집중해서 그려놨고 대부분의 라이팅이 텍스쳐 위에 구워놓은 가짜 라이팅이당. 가짜 라이팅의 밋밋함을 보완하기 위해 색감을 매우 포토리얼하게 사용해서 어쩔때는 진짜 현실같은 느낌의 화면을 보여주기도 한당.

근데 그래픽의 느낌은 너무나 현실적인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정말 느낌이 이상하당. 현대 시가지 전인데 전투양상은 2차대전도 아니고 완전 1차대전 수준이당. 배경은 시가지인데 웃기게도 전선이 딱 구분되서 이쪽 저쪽 참호에서 고개만 내밀고 쏴대는 병신같은 상황만 벌어진당. 전선을 우회해서 뒤치기 하러 가면? 쏴죽일 적이 별로 없당. 적의 뒤로 가면 적이 없어지는 스크립트 포인트에 도달하기 때문에... -_-;;;;;; 물론 이쪽으로 우회해 들어오는 적들도 없당. 그냥 앞만보고 쏘면 된당.

현대 시가지에서 1차대전 참호전을 펼치고, 적의 수류탄은 순간이동을 해오고, 미칠듯이 쏴대는 적의 총탄소리는 마치 총알이 무한대인듯 그치지를 않당가 참호만 건너면 갑자기 쥐죽은듯 사라지고, 적들은 마치 3류 액션영화 액스트라처럼 똑같은 포즈로 죽는 시늉을하고, 총알은 분명히 제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쏴도쏴도 총알걱정을 한번 한적이 없고, 주인공은 무슨 터미네이터인지 나노테크 솔져인지 총을 맞아도 순식간에 체력을 재생하는 괴물이고...

이미 이 게임은 이딴 문제는 신경도 안쓰고 있당. 왜? 스크립트로 영화를 보여주는게 제일 중요한 게임이기 때문에... 그렇당고 스토리가 그렇게 좋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당. 너무나 뻔하고 전형적인 헐리우드 전쟁물 수준이고 아무것도 특별할게 없는 진부한 스토리이당.

게임스토리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수준이면 그래도 대단한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당. 그렇당고 볼수도 있겠당. 게임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의 대사나 연기같은게 기존의 유치한 밀리터리물, 특히 메XX어OO드 같은 게임에 비하면 이건 뭐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당. 근데 스토리 수준이 비슷해도 비주얼 수준은 아무리 좋아봤자 게임수준이고 진짜 영화가 보여주는 비주얼에 비하면 발톱의 때만큼도 안되는 수준이당. 그러면 차라리 영화를 보고말지 이걸 할 필요는 없당. 스토리 중간중간에 총을 쏴보고 싶은가? 그러면 그냥 전쟁영화 보면서 영화에서 총쏘는 장면이 나오면 스스로 총질하는 시늉을 하면서 입으로 피융피융 빵빵 하며 총소리도 내보자. 모던워페어의 게임플레이도 딱 그정도 수준의 의미밖에 없기 때문에 전혀 아쉬워할게 없당.

콜옵 모던워페어는 여전히 하프라이프의 영향아래 놓인 하프라이프클론중 하나이당. 그러나 모던워페어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주객이 전도된 게임이당. 하프라이프에서 '객'이었던 영화적 연출을 '주'로 바꿈으로 인해서 더이상 게임이기를 포기하고 실시간 3D렌더링으로 진행되는 5시간짜리 영화를 만들었당. 그리고나서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당. 게임에 관심없는 사람에게도 팔아먹을려면 게임말고 당른걸 만들어야겠지.
모던워페어는 최소한 내 관점에서는 더이상 게임이라고 불릴수 없는 물건이당.




평가 ☆☆☆☆☆    별없어 씨발!

2010년 10월 2일 토요일

데이어스 엑스 3 게임플레이 비디오


흐헣헣허헣헣ㅎ허허허헣헣헣
ㅅㅂ 어떻게 이렇게까지 내 예상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할수가 있을까.
이미 결과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아버지여 할수만 있으면 이 잔을 내게서 피하게 하옵소서" 하는 일말의 현실도피성 기원을 해보지만 언제나 "주여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 하는 울부짖음으로 끝나는구나...
최악을 상상하며 기대를 모두 접어버렸었지만 막상 그 상상이 완벽하게 현실화된 영상을 직접 눈으로 보자니 그냥 한번에 가슴이 와르르 무너지는듯한 탈력을 느낀당.

어렸을때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뛰던 미래의 게임... 그 모습이 지금 바로 눈앞에 있건만 그것은 단지 겉모습일뿐 내가 진정으로 바라던 '게임'은 어디에도 없고 그자리를 '영화'가 대신하고 있당.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을 '당된밥에 재뿌렸당'는 표현을 썼지만 이제는 너무나 극단적으로 맘에 드는 그래픽과 너무나 극단적으로 맘에 안드는 게임플레이로 나오는 게임들을 보자니 무슨 소원을 들어주는 악마가 연상된당. 소원을 말한대로는 들어주되 그것이 아무 쓸모가 없는 왜곡된 방식으로 들어주는 심술굳은 악마말이당.

대화도 게임이 지멋대로, 행동도 게임이 지멋대로, 이제는 전투조차 게임이 지멋대로... 모든 통제권을 게임이 갖고 게임이 편할때만 약간의 캐릭터 통제권을 내주고 시점은 3인칭과 1인칭을 몇초마당 정신없이 오가고 카메라는 구도잡기에만 바쁘고...
그냥... 하지마... 게임 만들지마... 그냥 차라리 진짜 영화를 만들어...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