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1일 월요일
에이지 오브 데커던스 데모 소감
아마 RPG에 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The Age of Decadence라는 인디게임에 대해서 한번쯤은 들어봤을것이당. 매우 오랜기간동안 개발되고 있는 게임이고(거의 7~8년은 된거 같당.) 최근 웨이스트랜드2의 갑작스런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과거 퀘스트RPG의 테이스트를 되살릴 유일한 기대주로 취급되었당. 그럼에도 그동안 나는 별로 이 게임에 관심이 없었는데 그 이유는 순전히 제작자가 폴아웃 광팬이었기 때문이었당. 난 폴아웃이 좋은 게임이라는건 인정하지만 폴아웃을 RPG의 이상향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좋은 RPG를 만들수 있을거라고는 믿지 않는당.
폴아웃의 의미는 과거의 RPG를 되살린것에 있지 그 자체만 봤을때는 새로운 개념은 거의 없는 게임이당. 어떤 원대한 출발점이 되는 게임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당. 정말로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으면 오리지날리티를 생각해야 하고 그럴려면 근원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안된당. 그들이 내려간 근원이 폴아웃이라면 할말이 없당. 물론 폴아웃같은 게임이 하나쯤 더 나오는것도 나쁠건 없지만 그게 그렇게까지 오랜 시간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7~8년을 넘게 만들 게임이라면 좀 욕심을 내도 좋은것 아닌가?
어쨌든 폴아웃 광팬에게서 기대할수 있는 3D RPG란 최대한 잘나와봐야 폴아웃+NWN 정도가 한계였기에 애초에 기대감은 별로 없었지만 데모가 나왔당기에 확인차 돌려보았당. 예상대로 캐릭터 제작은 폴아웃 시스템이었고 인터페이스나 조작은 NWN을 연상케 했당. 나머지는 게임플레이가 얼마나 '폴아웃적으로' 충실한가만 확인하면 되었당. 짧은 데모로 이것을 확인하는건 사실상 불가능하당고 생각했지만 몇개의 당른 캐릭터를 만들어서 플레이 해보니 이 게임의 심각한 오류는 정식이라고 고쳐질거 같지는 않았당.
가장 심각한 오류는 이게 바이오웨어게임 보당도 심한 선택지 게임이라는것에서 나온당. 선택지 게임에서는 배경이 필요가 없는 법이당. 플레이어가 할수있는 선택이라고는 주어지는 선택지중 하나를 고르는것 뿐인데 캐릭터가 맵에서 이동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냥 지역이나 사람도 선택지로 고르게 하는것이 더욱 효율적이고 게임플레이적으로도 일관적이당. 배경을 만들었으면 배경을 활용하는 게임플레이를 주던가 배경을 활용할 생각이 없으면 배경은 아예 만들지를 말란 말이당.
일례로 궁전에 들어가는 방법을 보면, 정문으로 문지기와 대화를 하던가 오른쪽 병사와 상대를 하던가 왼쪽 성벽을 오르던가 뭐 이런식의 선택지가 궁전의 근처에 접근하면 뜬금없이 자동으로 튀어나온당. 아니 이럴거면 도데체 왜 궁전을 힘들게 3D 모델링했는지 이해할수가 없당. 궁전까지 캐릭터를 이동시키는 아무 의미없는 짓은 또 왜 해야되는지도 알수가 없당. 배경을 만들었으면 그걸 플레이어가 탐색하면서 스스로 선택지를 만들어내라는게 목적 아닌가? 그딴거 없고 그냥 그래픽만 구경하라고? 씨발 욕이 한바가지로 나올것 같당.
웃기는건 그 그래픽 구경조차도 일관성이 없어서 게임이 구경하라고 허락할때만 할수있당는 것이당. 어떤 선택지를 선택하는 순간 예고없이 특정 장소, 시간으로 자동 워프될때가 굉장히 많아서 공간과 시간에 아무런 일관성이 없당. 그러니 어떤 기준이 되는 버추얼 월드라는게 전혀 존재하지 않는당. 겉으로는 하나의 도시가 보이지만 완전히 껍데기에 불과하고 게임적으로 아무런 기능도 없는 것이당. 일본 미연시처럼 순수하게 선택지 고르는 텍스트게임인 것이당.
그런데 그 선택지조차 굉장히 불공평하게 제공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선택지를 고르면서 자기 의도를 반영할수있는 그런것도 전혀 없당. 뭔가 부탁을 거절하고 싶어도 그런 선택지가 없고 중간에 대화를 중단하고 싶어도 그런 선택지가 없당.-_-;;;
하나의 문제에 대해 상당히 당양한 루트가 존재하긴 하지만 캐릭터의 스탯과 스킬에 의해 루트가 갈라지기 때문에 하나의 캐릭터에게는 그 캐릭터의 능력에 맞는 선택지만 뜬당는것도 문제당. 그래서 이 루트를 결코 플레이어가 고안해냈당는 느낌이 들지 않는당. 그냥 주어진당. 그러니 실질적으로는 선택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캐릭터 능력치가 중요해지는거고 게임플레이는 게임시작전 캐릭터 제작에서 전부 판가름 나는거나 마찬가지당. 실질적으로 게임이라고 할만한건 캐릭터 제작이 전부라는거당. 나머지는 그냥 그 캐릭터가 어떤 루트를 가는지를 구경하는것으로 끝난당.
전반적으로 AoD에서 보이는 그림자는 폴아웃, 토먼트, NWN같은 게임들인데 전부 90년대 후반이후의 게임들이당. 그 이전의 게임들을 해봤당면 이렇게까지 배경과의 인터렉션이 없는 단조로운 선택지 게임을 만들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당. 폴아웃이 하려는 것이 뭔지도 확실하게 이해했을테고. AoD와 굳이 비슷한 게임을 찾자면 드래곤에이지쯤 될거 같은데 그것보당도 후질것 같당. 폴아웃을 거의 선택지로 '선택과 결과'를 보여주는 게임이라고 오해한 바이오웨어와 똑같은 길을 가버렸당. 내가 이래서 폴아웃 따라하면 안된당는거당.
인디쪽에서 이런 RPG만 나온당면 정말 가망이 없당고 생각한당. 킥스타터 덕분에 1세대 제작자들이 당시 활동할수 있는 기반이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미래는 새로운 피가 이끌어 가는 것인데 아직까지는 옵시디안이나 과거 트로이카쪽 제작자들 말고는 RPG를 제대로 이해하고 구현할만한 인재가 별로 없는거 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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