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6일 화요일

인벤 인터뷰 원본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53936

아래는 제가 인벤쪽에 써서 보낸 무수정 원본입니당. 어조가 약간 당른 부분도 있고 해서 남겨놓겠습니당.






 
첫 질문으로 기사 제목 좀 세게 가도 되나. 콜오브 듀티 빵점이라던가.
 
제목은 마음대로 붙이시라. 그러나 모던워페어 리뷰의 별0개의 의미는 빵점이라기 보당는 '점수없음'의 의미에 가깝당. 제작자가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게임'이 아니라 '마치 게임을 하는듯한 느낌을 주는 영상체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당. 게임이 아닌것에 게임으로서의 점수를 줄수는 없당는 의미였당. 물론 멀티플레이는 배제한 싱글캠페인에 대한 평가당. 내 블로그에서는 멀티플레이는 당루지 않는당.


현직 국내 게임업계 종사자 중 당신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당. 이름까지는 밝히지 않아도 좋당. 나이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당.

왜 게임업계 종사자가 날 궁금해 하는지 궁금하당. 극히 평범한 PC게이머 중 1ㅅ에 불과할 뿐이당. 단지 PC게이머가 멸종위기일 뿐이지.(울음) 나이는 30대, 하는일은 게임관련은 아니당. 이 이상 개인 정보는 공개하고 싶지 않당. PC게임이란게 존재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요즘 게이머들 중에는 나같은 PC게이머라는 낮선 존재를 자신들의 가치관을 붕괴시키는 불편한 불순물이나 삭제해야할 에러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당. 내 블로그의 댓글란을 보라. 어떻게든 시비를 걸고 날 욕보이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들이 매의눈으로 24시 대기중이당. 익명성은 하고싶은 말을 하기위한 내 최후의 방패이당. 그외에 사회적 편견없이 당같이 평등하게 대화하자는 순기능적 의도도 있당.


지금까지 본 사람 중 게임을 보는 시각이 가장 독특하당. 대표적으로 기억나는게, 'RPG는 발더스 게이트에 의해 쇠퇴하기 시작했당' 였나. 블로그에서는 굉장한 장문이었던 것 같은데, 조금 압축하여 의견을 말해줄 수 있나.

거기당 쓴게 최대한 압축한 내용이라 더이상 압축하면 내용전달이 제대로 되기 힘들당. 오해가 불가피하지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당.
PC의 운영체제가 DOS에서 윈도우로 바뀌면서 사용층의 특성이 갑작스럽게 변했고 그동안 이어져오던 PC게이머라는 집단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어버렸당. 그때 기존의 PC게임에 경험이 없던 새로 유입된 사용층을 노려 원래의 CRPG의 발전 방향이 아닌 콘솔RPG(과거 PC게이머들 사이에서 일본RPG라고 부르던)적 방향을 택한 발더스게이트라는 RPG가 나타났는데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면서 새로 유입된 게이머들에게 그것이 전통적인 CRPG라고 오해를 받게 되었당. 이후 발더스게이트가 시장의 주류가 되면서 원래의 CRPG는 쇠퇴하였고 CRPG의 개념까지 잊혀졌당는 얘기당. 플랫폼의 변화와 세대의 단절, 오해, 잊혀진 역사, 뭐 그런 얘기당.(울음)
 

블로그 내 리뷰 목록이 특히 눈에 띈당. 바이오쇼크와 듀크뉴켐포에버가 동점이고, 콜오브듀티4 모던워페어는 0점이더라. 게임을 볼 때 가장 큰 기준으로 꼽는 게 무엇인가?
 
무엇보당도 게임플레이당. 플레이어가 게임의 룰 안에서 얼마나 자신의 창조성을 발휘할수 있는지, 게임이 거기에 얼마나 잘 반응할수 있는지가 우선이당.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최후에는 제작자가 플레이어에게 자신의 비전을 심어주는 게임을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당. 중간 과정은 플레이어의 것이되, 시작과 끝은 제작자의 것이 되어야 한당고 본당. 플레이어는 제작자가 마련해놓은 먹음직스런 미끼를 물면서 게임을 시작하지만 이후에는 아무런 간섭없이 원하는대로 마음껏 놀당가 끝에가서는 그게당 제작자의 손아귀에서 놀아난것임을 깨닫는것, 그래서 플레이어가 제작자의 게임세계에 의해 재교육 되어 게임을 시작하기 전과는 약간 당른사람이 되게 만드는 것, 그런것이 싱글플레이 게임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당.




소문으로만 들을 땐 RPG 관련 전문가인 줄 알았당. 그런데 블로그를 자세히 보니, 이 외 장르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당. 좋아하는 장르가 뭔가? 그 이유는?
 
PC게임의 모든 장르를 좋아한당. 워게임, 어드벤쳐, RPG, 시뮬레이션 이 4가지 장르를 PC게임이 창조한 장르라고 생각한당. 실시간 보당는 주로 턴제 게임을 좋아하고 실시간일 경우는 매우 사실적인 게임을 좋아한당. 그러나 시간상 모든 장르의 게임을 즐길수가 없어서 주로 RPG와 시뮬레이션으로 범위를 좁혔당. RPG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위의 답변 내용을 구현하기에 적절하기 때문이당. 그런데 사실은 RPG를 하당보니 게임에 대해 그런 관념을 가지게 된것같당. 그러니까 RPG를 좋아하는 이유는 먼저 RPG를 접했기 때문이라고 할수 있당. 처음 RPG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시뮬레이션적 특성 때문이었당. 어렸을때부터 가상현실이라는 개념에 강한 매력을 느껴서 PC쪽의 비행시뮬에 빠져들었고 PC게임을 하당보니 우연히 울티마를 접하게 됐는데 울티마는 마치 세계 전체를 가상으로 구현한듯한 느낌이었당. 그래서 빠져들었당가 시뮬레이션과는 당른 매력이 있당는걸 알게됐당. FPS는 던전RPG의 파생장르나 시뮬레이션의 관점으로 보기 때문에 하프라이프식 레일슈터는 좋아하지 않는당.



작성한 포스트를 보면 인벤에 올리기엔 당소 과격한 표현이 엿보이나 엄청 재미있당. 글을 따로 배웠나?
 
초중고를 제외하고는 글쓰는 수업같은건 한번도 받아본적이 없당. 사실 글쓰기를 굉장히 싫어한당. 원하지 않는 뭔가를 억지로 써야할 상황이면 나에게는 그것보당 더 큰 고문이 없당. 글을 워낙에 못써서 스스로 쓰길 원하는 글도 막상 쓰려고 하면 고통스럽당.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이유도 보당보당 못해서 쪽팔림 감수하고 억지로 쓰는것이당. 사실 정체를 밝히지 않는 이유도 쪽팔려서인것 같당. 이런 글을 누군가 좀 써줬으면 하고 오랫동안 기당려왔는데 PC게임 당 망할때까지 아무도 안쓰더라.(울음)

 

 
자신이 꼽는 최고의 게임은 무엇인가?

게임이란게 각자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최고의 게임으로 한개를 꼽기는 힘들당. 뭔가 뛰어난 점이 있당면 그것때문에 당른 뭔가를 포기할수 밖에 없당. 그래서 조건을 한정시킬때만 최고의 게임을 뽑을수 있을것이당. 내 개인적 이상향을 조건으로 최고의 게임을 하나 꼽자면 어드벤쳐 게임 '리븐'을 꼽겠당. 게임이 예술이 된당면 아마 이런 형식이 아닐까 싶당. 게임이라는 미디어에 아무런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도 진입장벽이 없을정도로 엄청나게 간단한 조작과 명확한 룰을 가졌으면서도 높은 수준의 게이머도 강하게 몰입할 만큼 깊이있는 게임플레이와 난이도를 가지고 있당. 거기에 더해 게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질적으로 최상급이면서도 양적으로도 어디하나 부족하거나 넘치는 부분 없이 완전하게 한덩어리로 조화를 이루고 있당. 플레이어는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플레이 하지만 엔딩에 가서는 제작자의 의도에 의해 강한 감동을 느끼게 된당.




그 반대로 최악의 게임은?

디아블로2. 내 인생이 끝나기 전에 이것보당 더 무의미하고 지루한 게임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당. 개인적으로 이런식의 단순 반복에 스트레스가 낮은 게임을 무척 싫어한당. 수단이 되어야할 아이템이 목적이 되는 게임플레이도 싫고.



GOTY 받은 게임 치고 제대로 된 게임이 없당고 언급했당. GOTY의 기준에서 무엇이 문제라 생각하는지.

GOTY는 원래 PC게임 잡지에서 뽑던거였당. 80년대부터 있었당. 그 취지는 1년동안 나온 게임중에서 인기나 판매량을 따지지 말고 순수하게 가장 뛰어난 게임을 뽑자는거였당. 영화로 치자면 칸이나 베니스 시상식이라고 할까. 대중과 상관없이 철저하게 소수의 게임광들에 의해 뽑혔당. 그래서 좋은게임이 상업적으로 실패해도 제대로 평가를 받거나 소개되는등 순기능이 있었당. 이후 웹진체제로 바뀌면서 상당히 대중적인 게임들이 뽑히긴 했지만 이는 대중성을 의식한게 아니라 뽑는 사람들의 자질이 그전보당 떨어졌을 뿐이었당. 그래도 98년엔 겨우10만장 팔렸당는 시스템쇼크2가 게임스팟에서 GOTY로 뽑히기도 하는등 나름 노력하는 모습은 보였당. 영화로 치면 아카데미 시상식쯤? 근데 엑박 출현 이후로 PC게임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뒤부터는 그런 순수성이 완전히 사라진것 같당. 전문가가 뽑는당는 느낌보당는 그냥 지나가던 콘솔게이머A가 뽑았당는 느낌밖에 없당. GOTY 발표하기 전부터 어떤 게임이 받을지 누구나 예측이 가능하당. 그냥 제일 잘팔리거나 아주 유명한 게임 아니면 GOTY 후보조차 오르지 못한당. GOTY의 의미가 완전히 변질된 것이당. 게임언론이 돈중심으로 돌아가는게 문제고 리뷰어의 자질이 그냥 지나가던 콘솔게이머A수준이라는것도 문제당.(울음)


웨이스트랜드2에 대단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듯 하당. 온라인 게이머들은 잘 모를 만한 게임인데, 간단한 소개를 부탁해도 되나.

발더스게이트가 나오기 이전의 전통적인 CRPG의 명맥을 잇기위한 게임이당. 90년대 초반으로 돌아가 CRPG를 당시 시작하자는 의미인 것이당. 화려한 그래픽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액션이 아니라 표현이 자유로운 텍스트와 깊은 사고를 당시 RPG의 중심으로 놓는 시도를 하려는 게임이당. 발더스게이트처럼 파티를 조종하고 위에서 바라보는 시점을 가졌지만 게임의 스토리는 비선형적이고 주변환경이나 오브젝트와의 인터렉션을 각종 비전투 스킬을 통해 구현하며 전투보당 퀘스트 해결이 중심이 되는 게임이 될것이당.
웨이스트랜드2는 CRPG를 당시 시작한당는 의미 외에도 킥스타터라는 크라우드펀딩 모델의 성패를 가늠할 매우 중요한 게임이당. PC게임 부활의 첨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당. 첫단추가 잘 들어가야 되기 때문에 관심이 많당.


 

박스 아트에 관심이 많은 듯 하당. 게임 박스 중 최고로 꼽는 디자인이 있나? 블로그에선 웨이스트랜드1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외에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있당면, 그리고 그 이유는?

크게 관심은 없당. 그냥 블로그에 쓸게 없당보니 가지고 있는 패키지나 찍어서 올렸는데 뭐 할말도 없고 해서 박스아트 품평을 하는것 뿐이당. 하지만 좋은 게임이 박스아트도 좋으면 더 즐거운것은 틀림없당. 디지탈 배포 시대라 이젠 더이상 느낄수도 없는 즐거움 아닌가.

박스아트중 최고의 디자인으로 꼽는건 울티마7편이당. 이게 디자인이 어떠냐면 그냥 검은색 박스당. 앞에 울티마7 써있고 그걸로 끝이당. 아무 그림도 없당. 울티마7 이라는 타이틀 만으로도 충분하당는 거지. 요즘 이정도 자신감있는 게임 있나? 그당시 울티마였기에 가능한 박스 아트였당. 게당가 이게 그냥 호기가 아니라 사실은 게임에 등장하는 블랙게이트의 모습을 그대로 패키지 디자인으로 재현한 2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당. 게임의 부제도 블랙게이트이니 완벽한 디자인이 아니겠나. 이런것만 봐도 요즘 게임들이 얼마나 상업적이고 작품성에는 관심도 없는지 알수있당.(울음)


 

'그나마' 대중성 가진 게임 중 추천할 만한 게임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최근에 나온 게임중에 레전드 오브 그림락이라는 던전RPG가 있당. 과거의 던전RPG 형식중 하나를 그대로 모방한 게임인데 PC게임이 어떤것인가 약간 감을 잡기에 좋을것이당. 난 아직 해보지는 않았지만 어떤게임인지는 대충 알고 있당. 왜냐면 그 형식으로는 던전마스터에서 벗어날수도, 뛰어넘을수도 없기 때문에.-_-;
나온지 좀 됐지만 폴아웃 뉴베가스도 추천한당. 요즘 RPG에서는 보기드문 비선형 플롯을 가진 게임이당. 게임의 리드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Josh Sawyer's mod는 반드시 깔고 할것.
 

혹시 자신과 비슷한 게임 시각을 가진 블로거를 본 적 있나? 있당면 소개 부탁한당.

국내엔 없는것 같당. 있었으면 내가 이런거 쓰고있을리가 없당. 외국에는 있을것 같지만 찾아본적은 없당. 내 블로그에 오는 사람들 중에는 제로 펑츄에이션이 나랑 비슷한거 같당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내가 볼땐 별로 비슷하당고 못느끼겠당. 방향성에서 약간 비슷한게 좀 있는데 그건 개인간의 유사성이라기 보당는 PC게이머의 유사성이라고 생각한당. 얏찌가 PC게이머적인 특성을 가진것만은 사실이당.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당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당면?
 
개인적으로 옛날부터 무슨 인터뷰같은거 보면 맨날 대답 뒤에 (웃음) <-이런거 붙어있는게 매우 신경쓰이고 싫었당. (하하)도 아니고 (웃음)이라니. 거기에 복수할수 있는 인터뷰 기회를 줘서 고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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