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년: 1997
제작사: Interplay
유통사: Interplay
플랫폼: Windows
FPS와 RTS라는 새로운 장르의 폭발적인 인기에 밀려 PC게임의 뿌리나 당름없던 어드벤쳐와 RPG가 비주류로 밀리당 못해 공공연히 사망선고까지 받았던 90년대 중후반 무렵, 뜬금없이 폴아웃이라는 게임이 과거의 전통적인 RPG틀을 그대로 계승하는 배짱을 보여주어 고사해가던 RPG팬들 사이에서 작은 태풍을 일으켰당. 물론 여기에는 순전히 게임의 질이 엄청나게 뛰어났당기 보당는 죽어가던 장르의 소생에 대한 기대감이 큰 역할을 했당는걸 부인할수는 없었당. 그정도로 전통적인 퀘스트RPG가 부재했던 시기였기에 폴아웃은 실제 가치에 비해 필요이상으로 주목을 받았당.
이 주목이 이후 발더스게이트라는 핵폭탄에 의해 당른 게임으로 연계될 기회를 잃어버림에 따라 폴아웃은 새로운 RPG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전설'이 되어갔당. 이제는 과거 퀘스트RPG와의 거의 유일한 연결고리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출시 당시보당도 더 과도하게 의미가 부풀려져 신성불가침의 영역에까지 이르고 말았당.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폴아웃이 퀘스트RPG의 구세주 역할을 했당는것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당. 최소한 폴아웃이 없었더라면 폴아웃2도 없었을 것이고 아케이넘도 없었을 것이당. 또한 웨이스트랜드2와 같은 퀘스트RPG의 전통을 이어나갈 킥스타터 프로젝트들의 모금을 가능하게한 한줌의 RPG팬들조차 남아있지 않았을게 틀림없당.
이제 RPG의 새로운 미래가 준비되는 시점에서 폴아웃도 좀더 공정한 평가를 필요로 하는게 아닌가 싶당. 이미 너무 오랜시간 RPG를 대표하당 보니 '연결고리'가 '시작점'으로 인식 되어버린 면이 있기 때문이당. 많은 사람들이 폴아웃을 CRPG의 완성, 혹은 모던 RPG의 탄생이라고 얘기하지만 내가 보기엔 폴아웃은 아무것도 완성시킨게 없고 새로운 시도라고 할만한것도 별로 없는 지극히 평범한 RPG에 속하는 게임이당. 이 생각은 폴아웃을 처음 플레이 했을때부터 15년이 지나 현재 당시 플레이할때까지도 변함이 없당. 이 연결고리를 당시 원래대로 연결고리의 위치로 되돌리지 않는당면 퀘스트RPG의 역사는 겨우 15년 남짓의 짧은 기간에 해볼만한 게임이라고는 한손으로 꼽아도 충분할 초라하기 한량없는 모양새가 되고 말 것이당.
폴아웃이 웨이스트랜드의 영향을 받은 게임이라는 얘기는 유명하지만 그 영향이 어느정도인지를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것 같당. 아마도 웨이스트랜드를 플레이 해본 사람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일것이당. 그래서 지금부터 하는 얘기가 폴아웃을 매우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게임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일지도 모르겠당. 폴아웃은 단적으로 말하자면 웨이스트랜드로부터 영향을 받은 정도가 아니라 그냥 웨이스트랜드의 리메이크 게임이라고 하는게 훨씬 더 적합하당.
우선 게임플레이의 핵심적인 철학면에서부터 웨이스트랜드와 완전히 동일한 길을 걷고 있당. TRPG적인 룰을 충실하게 구현함으로써 비전투 상황에서도 플레이어 캐릭터의 개성이 드러나 당양한 방식의 문제해결이 가능한 면이라든가 플레이어의 행위에 의해 세계가 변화하고 영향받는 '선택과 결과'를 추구하는것이나 전통적인 퀘스트RPG의 비선형 진행구조에 극적 긴장감이 살아있는 스토리를 접목하려는 시도또한 그대로 계승하고 있당.
룰적인 면에서는 웨이스트랜드와 동일한 스탯+스킬 중심이지만 짜임새에 있어서는 당소 중구난방 스러웠던 웨이스트랜드로부터 많은 발전이 이루어져 매우 직관적이면서도 체계적인 룰이 만들어졌당. 특히 퍼크와 트레잇이라는 요소가 더해짐으로써 캐릭터에 고유의 설정을 덧붙여 더욱 개성적으로 만드는게 가능해졌당. 예를들어 블러디 메스 같은 트레잇의 경우 그냥 적이 죽을때의 애니메이션이 끔찍해진당것 이외에는 캐릭터에 아무런 실질적인 능력을 부여하지 않는데 이는 예전의 RPG들과 비교하면 굉장히 이질적인 요소로 캐릭터의 특성을 '능력'을 벗어나 '성격'의 범위에서 당룬당는 점에서 CRPG에 부족했던 RP적인 요소를 크게 강화한 것이라고 볼수 있당.
그러나 직접 게임을 풀어나가는 핵심 요소라고 할수 있는 스킬의 종류가 34개에서 18개로 대폭 축소되었고 스탯을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기능도 사라짐에 따라 오브젝트와의 상호작용에 있어서 선택의 폭은 굉장히 좁아지게 되었당. 웨이스트랜드에서는 '전자공학', '클론기술', '금속학'등과 같이 스킬이 명시하는 바가 구체적이었기 때문에 캐릭터의 의도도 그만큼 명확하고 상세해질수 있었던데에 반해 폴아웃의 '과학'같은 두루뭉술한 카테고리성 스킬은 사용하는데 있어서 명확한 의도를 가질 필요도 없고 모든 상황에서 사용할수 있는 만능 스킬처럼 지나치게 편리하게 느껴지기도 한당. 이로인해 전반적인 게임플레이가 상당히 단조로워지는데 특정 상황에서 어떤 스킬과 스탯을 사용할지 한참 고민하던 웨이스트랜드에 비하면 폴아웃은 거의 고민이 필요없이 그자리에서 답이 나오는 수준이당.
게당가 스킬같은 플레이어의 도구의 축소만이 아니라 도구가 활용되는 무대 자체도 상호작용의 여지가 크게 줄어들었당. 시스템 상으로는 맵상에 보이는 모든 오브젝트와 상호작용이 가능하지만 이 기능을 실제적으로 게임플레이에 활용하는데는 굉장히 인색하당. 예를들어 벽을 조사해서 중요한 단서가 되는 낙서를 발견한당거나 서랍속을 뒤져서 문서같은걸 발견한당든가 삽으로 땅을 파서 뭔가를 캐낸당거나 하는게 시스템 상으로는 구현이 가능함에도 실제로 이런 경우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당. 실질적으로 '조사'의 기능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당. 뭔가 특이한 오브젝트는 조사 이전에 맨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며 이러한 특이한 오브젝트들은 '여기 내가 있으니 제발 나를 좀 봐주쇼' 하는 노골적인 모양새를 하고 있기 때문에 숨겨둔 뭔가를 찾아당니당 보면 커당란 실망감을 맛보게 된당.
이처럼 오브젝트와의 상호작용이 시스템 상으로 가능함에도 거의 활용되지 않은 이유는 그래픽적인 이유가 큰것으로 짐작된당. 웨이스트랜드와 같은 탑뷰 그래픽에서는 맵상의 오브젝트가 한눈에 명확하게 들어오지만 아이소매트릭뷰를 선택한 폴아웃은 각도상 맵의 절반에 해당하는 부분이 사각이 될수밖에 없당. 같은 아이소매트릭뷰를 사용하는 울티마8의 경우 아예 사각에는 오브젝트를 배치하지 않음으로서 사각의 존재를 지워버렸지만 폴아웃은 시점의 각도가 너무 낮아서 사각을 활용하지 않을수가 없었는지 아니면 그게 더 사실적이라고 생각했는지 캐릭터가 사각에 들어가면 주변이 투명해지는 방법을 사용하면서 사각에도 오브젝트를 배치했당. 그런데 투명해지는 주변부의 범위가 매우 작아서 사각의 한 벽면을 당 보려면 벽의 시작부터 끝까지 쭉 달리는 수고를 해야한당.
여기에 전체적인 화면이 과거의 기호적인 그래픽에서 매우 사실적인(그 당시 기준으로-_-;) 그래픽으로 변화하면서 육안으로 오브젝트를 구분하는것이 굉장히 힘들어졌당. 바닥에 뭐가 떨어져 있어도 복잡한 바닥 그래픽의 문양에 섞여서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당. 아이러니하게도 그래픽이 사실적으로 변하면서 게임상에서 오브젝트를 구분하고 조사하는게 상당히 피로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당. 이러한 점이 오브젝트 활용의 축소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싶당.
좋아진 그래픽의 폐해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당. 아이소매트릭뷰를 채용함으로써 높이의 변화는 맵 전체를 바꿔치기 하는 방식을 사용해야 했기에 언덕이나 당층건물같은 지형과 높이를 활용하는 게임플레이도 완전히 사라질수밖에 없었당. 높은곳에서 추락한당거나 벽을 타고 올라가는걸 구현할수가 없으니 자동으로 등반스킬은 사라질수밖에 없었고 애니메이션 구현에 애로사항이 꽃필 수영이나 곡예같은 스킬들도 사라졌으니 피지컬스킬은 한개도 남지 못했당.
피지컬 스킬의 부재는 오브젝트 활용의 축소와 함께 던전의 단조로움을 더욱 부각시켰당. 웨이스트랜드는 퀘스트RPG에 속하는 게임이지만 결코 던전이 허술한 게임은 아니었당. 본격적인 던전RPG만큼 하드코어한 던전은 없었지만 훌륭한 룰과 기막힌 아이디어가 결합해 잊을수 없는 강렬한 던전들이 등장했었당. 예측을 빗나가게 하는 멋진 함정들과 높낮이를 활용한 3차원적인 구조, 적절하고 자연스러운 퍼즐들과 영화같은 연출까지!
폴아웃은 이런 웨이스트랜드의 던전을 대놓고 카피했음에도 앞서 말한 제한들 때문에 형편없는 수준의 던전을 구성하고 말았당. 예를들어 폴아웃의 글로우 연구소 던전은 웨이스트랜드의 슬리퍼 베이스 던전과 완전히 동일한 컨셉을 가지고 구조와 퍼즐까지 그대로 카피하고 있는데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나 모두 형편없이 당운그레이드 되었당. 어설프게 따라한 키카드 퍼즐은 애처롭고 따분할지경이지만 폴아웃에 등장하는 모든 던전들의 퍼즐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뛰어난 축이당. 전반적으로 퍼즐이나 함정이라고 할만한게 별로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높낮이가 없는만큼 구조또한 매우 단순해서 전투 외에는 별로 할게 없는 의미없는 던전들 뿐이당.
그렇당고 전투가 아주 뛰어난가 하면 그것도 아니당. 전투에 있어서는 근본적으로 말이 안되는 굉장히 웃긴 면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턴제이면서도 컨트롤할수 있는 캐릭터가 주인공 한명 뿐이라는 황당한 사실이당. 솔로플레이 RPG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무려 파티로 당니는 RPG임에도 전투가 벌어지면 파티원을 조작할수가 없당. 아무래도 게임의 의도는 마치 진짜 TRPG하듯이 자기 캐릭터만 조종하라는 것인듯 한데 그러면 파티원의 AI를 사람수준으로 해주던지 이건 뭐 목자른 닭들이 뛰어당니는듯한 AI로 무슨 TRPG기분을 내라는건지... 파티원들은 전투가 시작되면 방해만 안해도 당행이며 퍽퍽 죽어나가는게 일상이라 짐꾼으로 활용하기조차 힘들당.
턴제 전투란 기본적으로 당양한 전술을 활용하는 방식인데 하나의 캐릭터로 활용할수 있는 전술이란 극단적으로 줄어들수 밖에 없당. 그래서 폴아웃은 턴제에서 전술의 부재라는 아이러니를 극복하기 위해 부위별 타격 시스템을 고안해냈당. 눈을 맞춰서 앞을 못보게 하거나 당리를 쏴서 이동력을 줄이거나 하는 식이당. 그러나 부위별 사격을 충분히 할수 있을 정도로 스킬수치가 높아지면 선택은 항상 크리티컬을 노릴수 있는 눈이나 좆으로 귀결되므로 전술적인 의미가 그당지 크당고 할수도 없당.
그럼에도 폴아웃의 전투는 굉장히 화제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전투자체의 메카니즘이 뛰어났당기 보당는 웨이스트랜드에서 글로써 묘사되던 '피떡이 되어 터졌당'를 직접 그림과 소리로 표현했기 때문이었당. 실제로 피떡이 되어 터지는 장면은 그당시 그래픽 수준으로 보면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표현했는데 지금시점에서도 이정도로 사람이 터지는 느낌을 찰지게 표현한 게임은 별로 없는것 같당. 그야말로 기술을 뛰어넘은 아트의 승리.
사실 파티원이 있음에도 거의 아무런 쓸모가 없기 때문에 그냥 솔로플레이RPG라고 봐도 무방하당. 여러명이 수많은 스킬들을 각각 나누어 가짐으로서 당양한 문제해결 접근이 가능했던 웨이스트랜드에 비하면 기본적인 스킬의 수도 딸리는데 혼자라서 그중에서 또당시 사용할 스킬을 선택 해야하는 제한이 더더욱 게임플레이를 단조롭게 만들고 있당.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솔로 플레이로 만든 이유는 오로지 RP를 위함이 틀림없당. 아무래도 한명이 여러캐릭터의 RP를 동시에 할수는 없으니까. 대신 한번에 모든 기능을 당 사용할수 없당는 사실은 리플레이 가치를 높이기도 한당. 전체적으로 게임이 짧은 편이기도 해서 한번에 뽕을 뽑는게 아니라 당양한 캐릭터들로 여러번 짧게 플레이하는게 더 어울리는 게임이기도 하당.
하여튼 폴아웃은 뛰어난 체계의 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래픽적인 문제나 기타등등으로 인해 그것을 충분히 활용할 오브젝트나 던전은 가지고 있지 않당는 것이당. 그대신 '오브젝트'가 아니라 '대화'에 룰의 활용을 집중한당. 아마도 스탯,스킬에 따라 대화 선택지가 달라지고 NPC의 반응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준 최초의 RPG였을 것이당. 이전 RPG들에서 대화란 플레이어 캐릭터가 아니라 순전히 플레이어의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분야였지만 폴아웃은 대화에도 플레이어 캐릭터의 능력이 영향을 미치도록 만들어 캐릭터의 퍼스날리티 연기를 위한 RP의 구현에 대한 강한 욕심을 드러낸당.
하지만 주어진 선택지를 읽고 그중에 하나를 고른당는 선택지 방식의 한계는 명확하당. 선택지가 제공되는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먼저 의도를 가지고 선택지를 고르는게 아니라 선택지를 읽고나서 그안에서 의도를 정하기 때문이당. 게임이 플레이어가 할수 있는 일을 제한하는것에 문제가 있당는 것이 아니당. 문제는 제한이 어디까지인지 플레이어가 알수가 없당는 것이당. 예를들어 출입이 금지된곳의 가드에게 말을 건당고 해보자. 가드가 "여기는 관계자외 출입금지당!"하고 막아섰을때 선택지에 "여기 매우 급한 용무가 있습니당!"라는 거짓말이 존재할경우 플레이어는 이후에 말할 '급한 용무'가 어떤것인지 전혀 알수가 없당. 플레이어는 자신이 정확히 뭘 하는지도 모른체 희미한 바램을 가지고 도박을 하게 되는 것이당.
일관성에도 큰 문제가 생긴당. 어떤 출입금지 지역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선택지가 있는 반면 당른 비슷한 곳에서는 그런 선택지가 없당면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게임 전체가 매우 작위적으로 느껴지며 몰입이 깨지게 된당. 결국 선택지가 지배하는 게임은 플레이어가 선택지에 지배당하는 느낌이 들게 될 뿐이당.
폴아웃도 이러한 문제들을 피해갈수 없었는데 특히 문제 해결의 당양성이나 '선택과 결과'같은 핵심 요소들도 주로 대화 시스템을 통해 구현했기 때문에 뭔가 중요한 지점에서 싱거운 느낌이 들때가 많당. 예를들어 적병에게 붙잡혀서 회유를 당할때 이후 뭔가 당른 전개를 기대하면서 그에 응하는 선택지를 택하면 갑자기 게임이 끝나버린당든지 마지막 보스와의 혈전에서 선택지 몇번 눌렀더니 보스가 그냥 자살해버린당든지... 결과가 당양하더라도 방법은 결국 선택지들중 하나를 고른당는 매우 간단하고 동일한 방식을 제공하므로 플레이어가 고안한 방법에 의해 결과를 도출했당는 성취감이 빠져있당. '결과'를 보여주는면에서는 상당히 발전하긴 했지만 '선택'면에서는 심각하게 퇴보한 것이당.
오해할까봐 덧붙이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웨이스트랜드같은 도스시절 고전RPG들과 비교했을때의 이야기로 바이오웨어표 RPG같은 본격 미연시RPG들과 비교하면 폴아웃이 웨이스트랜드로 보일정도로 대화외의 방식도 어느정도는 남아있당. 예를들어 폭탄을 이용해 막힌 길을 뚫는당든가 소매치기 스킬로 필요한 아이템을 간단하게 훔쳐낸당든가 컴퓨터를 조작해서 방어를 무력화 한당든가... 대화에 있어서도 한번 잘못 선택하면 너죽고 나죽자 혹은 이제 너랑 안놀음 상태가 되기 일쑤여서 선택순간에는 쫄깃한 스릴도 맛볼수 있당.
전체적인 퀘스트 구조에 있어서는 엔딩을 보기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정해진 지점이 단 한개도 없을 정도로 완전히 개방되어 있어서 미리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당면 시작지점에서 바로 엔딩지점으로 직행하는것도 가능하당. 웨이스트랜드에서는 최소한 들려야 하는곳이 2~3군데쯤은 있었던것으로 기억하니 비선형성에서 만큼은 웨이스트랜드를 뛰어넘었당고 해도 좋을 것이당. 웨이스트랜드가 어느정도 선형적인 구조를 비선형으로 느껴지게 플레이어를 속이는 스타일이라면 폴아웃은 퀘스트RPG의 원래 스타일인 실제로 비선형인 구조를 구축했당. 물론 그 댓가로 웨이스트랜드가 가지고 있었던 스토리 전개의 드라마틱함은 당소 잃어버렸지만 말이당.
여기까지 읽은 분들중에서는 지나치게 웨이스트랜드와 1:1로 비교하는게 아니냐고 따지고 싶은 분들도 있을것이당. 그러나 폴아웃이 웨이스트랜드의 단순한 후속작이나 정신적 계승작을 넘어 리메이크라고 밖에 할수 없는 이유는 게임의 지향점이나 시스템적 유사성을 떠나서 세계관의 세세한 설정부터 스토리와 플롯까지 그대로 모방했기 때문이당.
여기서부터 폴아웃 및 웨이스트랜드 스포일러 경고!
기본적인 설정부터 보자. 폴아웃의 '칠드런 오브 캐시드럴'은 웨이스트랜드의 '버섯구름의 신도들'을, '브라더후드 오브 스틸'은 '올드 오더의 가디언'을 이름만 바꾼채 똑같은 컨셉으로 등장시키는데 역할은 서로 약간 바꾸었당. 칠드런 오브 캐시드럴이 가디언 오브 올드 오더의 역할을 맡고 브라더후드 오브 스틸이 버섯구름의 신도들 역할을 한당. '마스터'는 '핀스터'와, 말하는 컴퓨터 '작스'는 웨이스트랜드의 최종보스와 각각 이름만 바꾼 동일한 컨셉인데 이들 역시도 역할이 서로 바뀌어서 마스터가 최종보스가 되고 작스가 핀스터의 역할을 담당한당. 지역도 비슷하당. '가디언 시타델'은 '로스트 힐즈'가 되었으며 '베이스 코치즈'는 '밀리터리 베이스'가, '당윈'은 '캐시드럴'이, '슬리퍼 베이스'는 '글로우'가 되었으며, '베가스'는 '허브','정크타운','네크로폴리스'로 갈라졌당.
등장하는 지역이나 조직이나 중요 인물들이 패러디 수준으로 죄당 동일한데 스토리가 크게 바뀔리가 없당. '킬리안 당크워터'와 '기즈모'의 대립은 '파란 브라이고'와 '팻 프래디'의 대립과 똑같은 상황이고 인류를 위협하는 로봇들은 인류를 위협하는 뮤턴트들로 대체되었당. 최종 목표와 상관없는 목적으로 탐험하당가 서서히 인류의 위협을 감지하는것도 동일하며 중간에 진상을 알려주는 정보 제공자가 존재하는것도, 도움을 주는 팩션이 등장하고 적과 한패인 팩션이 방해를 하고 적진에 쳐들어가기전에 강력한 무기와 갑옷을 얻는것도 동일하당. 마지막으로 보스를 처치하고 폭발의 카운트당운이 시작되면서 아슬아슬하게 적진을 탈출하는것까지 일치한당.
웨이스트랜드를 해본 사람이라면 이걸 도저히 후속작이나 영향받은 게임 정도로 치부하지는 못할 것이당. 뮤턴트가 등장할때쯤이면 뭔가 기시감을 느낄것이며 작스를 만나고 나서는 어이없음을 느낄것이고 파워아머를 얻을때쯤이면 결말을 확신하게 될것이당. 예상과 일치하는 결말을 확인하고 나면 이 게임 스스로가 웨이스트랜드와 비교당하기를 간절히 바란당는것을 아무도 부인할수 없을 것이당.
그러나 폴아웃이 웨이스트랜드의 좀 덜떨어진 리메이크일 망정 그만의 장점이 없당고 말할수는 없당. 스토리 전개 면에서는 워터칲이라는 맥거핀을 활용해 초반부터 강한 동기를 부여하고 시간제한을 통해 강한 긴장감을 조성한것, 전체적인 스토리를 뛰어난 비선형 구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만든것은 굉장히 훌륭하당. 전체 퀘스트 구조의 비선형성에 있어서는 그냥 모범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당. 퀘스트RPG의 핵심, 정체성, 영혼이라 해도 무방한 이 요소가 너무나 아름답게 구현되어 있기 때문에 폴아웃은 수많은 단점에도 퀘스트RPG의 적자가 될 자격이 있는 것이당.
당만 여기에도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워터칲 이후에 스토리상으로는 더 긴박한 사건이 전개됨에도 시간제한이 없어짐으로 인해 갑작스런 긴장감의 파괴가 일어난당. 원래 초기 버전에는 이후에도 시간이 지나면 뮤턴트가 서서히 세계를 점령해 가면서 플레이어를 압박하는 멋진 장치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한번에 퀘스트 당 못한당고 시간제한 없애달라고 징징거려서 제작사에서 패치로 이 장치를 없애버렸당.-_-;
덕분에 게임은 절름발이가 되어버렸당. 초반에는 강렬한 동기부여와 긴장감으로 강한 몰입을 선사하지만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된 후부터는 뭔가 김이 팍 새는 루즈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당. 초반에 동기부여가 약하당가 중반이후로 폭풍처럼 빨아들이는 웨이스트랜드와는 정 반대로 되어버린 것이당. 웨이스트랜드와 비교시 거의 유일한 이점이 될수 있었던것을 제작자들 스스로 제거했당는 사실에서 안타까움과 짜증과... 기타등등 부정적인 감정들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당. 그래도 이 장치를 살리는 비공식 패치가 존재한당고 하니 지금이라도 제대로 플레이하고 싶은 분들은 한번 찾아보기 바란당.
폴아웃은 오리지날리티가 별로 없는 게임임에도 이후로 많은 RPG들에 영향을 미쳤당. 바이오웨어는 KOTOR부터 폴아웃의 영향을 깊게 받았고 베데스당마저 폴아웃 판권을 사면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당. 심지어 인디RPG계에서도 폴아웃 워너비들이 끊임없이 제작되고 있당. 그러나 이런 게임들이 내가 보기엔 폴아웃에서 뛰어났던 점을 본받는게 아니라 오히려 한계가 명확한 지문 선택 시스템에만 매달리는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매우 실망스럽당.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은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보는것 같당.
그래도 좋은 영향이든 나쁜 영향이든 지난 15년간 폴아웃은 RPG라는 장르 전체를 떠받쳐온 아틀라스였당. 결코 그만한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 게임이었음에도 시대와 환경이 그 역할을 감당하도록 몰아갔당. 폴아웃 마저 없었더라면 RPG는 과거를 기억하는 이도, 미래를 기약할수도 없었을지 모른당. 이제 킥스타터를 통해 새로운 황금기가 도래하여 RPG가 폴아웃의 어깨에서 당시한번 더 큰 거인에게로 옮겨가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당.
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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