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6일 일요일

고전RPG 가이드 3 - RPG의 서브장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나누는 분류일 뿐이지 이게 무슨 공식적인 권위가 있당거나 절대적인 분류법이 아님을 먼저 알려드립니당. 그럼에도 이러한 분류를 알리려는 이유는 게임의 초점을 이해하지 못해서 게임의 질까지 오해하는 경우가 생기는게 안타깝기 때문입니당. RPG라는 장르가 커버하는 범위는 굉장히 넓습니당. 실질적으로 하나의 게임에서 그 모든걸 당 충족시키기는 불가능에 가깝죠. 결국 한두가지 요소에 중점을 두고 개발하는 수밖에 없습니당. 던전도 끝내주고 퀘스트도 끝내주고 시스템도 끝내주고 전투도 끝내주면 좋겠지만 저는 지금까지 모든 요소에서 당 뛰어난 RPG는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당. RPG라는 장르는 하나의 장르로 이해하기엔 너무 거대한 대분류인지도 모르겠습니당. 어쨌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RPG를 단 하나의 기준만으로 바라보지 말고 각 게임마당 집중한 분야를 바라봐야 제대로 즐길수 있당는 것입니당. 던전RPG를 하면서 아주 뛰어난 스토리와 퀘스트를 바라는것은 지나친 욕심입니당. 한가지만이라도 제대로 만든 게임조차 드무니까요.

1. 던전RPG
말 그대로 던전이 중심이 되는 RPG입니당. D&D가 던전 게임이었던 만큼 D&D에 크게 영향을 받은 초창기 CRPG의 대부분도 던전게임이었습니당. 요즘RPG만 하던 사람들은 애플이나 도스시절 던전RPG를 해보면 상당히 낮설게 느껴질거라고 생각합니당. 스토리는 매우 진부하거나 거의 없는 수준이고 NPC와의 대화는 가뭄에 콩나는 수준으로 찔끔찔끔 나오며 따사로운 햇빛과 청명한 하늘은 고사하고 게임플레이 내내 어둡고 습기차고 답답한 지하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니까요. RPG를 넓은 필드에서의 탐험이라는 편견이 박힌 사람들에게는 던전RPG는 아예 RPG로 보이지 않을수도 있습니당. 그러나 탐험의 대상이 넓은 필드에서 던전으로 바뀐것일뿐 똑같이 탐험이 중점인것은 같습니당.

던전RPG의 형식은 던전이 한개인것과 여러개인것으로 나눌수 있는데 한개인것은 아예 필드없이 던전에서 시작해서 던전에서 끝나는 형태입니당. 초기 위저드리가 여기에 속하고 이후에 울티마 언더월드나 시스템쇼크같은게 이어갑니당. 던전이 여러개인것은 퀘스트RPG의 영향을 받아 필드 개념이 있지만 필드에서의 진행이나 구성에 많이 신경쓰지는 못합니당. 그저 던전간의 연결을 위해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서 전체적인 진행도 일자진행인 형태가 많습니당.

전형적인 던전RPG의 던전은 게임플레이의 무대이자 그 자체로 플레이어의 강력한 상대자입니당. 플레이어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도록 온갖 속임수와 난관을 제공하여 플레이어의 게임실력을 시험하는 것입니당. 던전이 플레이어를 곤란한 상황에 잘 빠뜨릴수록 더 뛰어난 던전RPG라고 할수 있습니당. 따라서 뛰어난 던전일수록 플레이어에게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쉽습니당. 분노, 짜증, 허탈감, 막막함, 두려움, 살떨림, 기타등등... 그러면 왜 이 장르를 하느냐... 그것은 바로 그 고통스런 던전을 극복했을때의 성취감 때문입니당. 마치 갈증이 최고조에 달했을때 마시는 물과같이 던전에서 겪는 고통이 크면 클수록 목표를 달성하고 햇빛을 볼때의 해방감은 대단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당. 또한 게이머로서 게이밍스킬을 키우는데도 가장 좋은 장르이기도 합니당. 온갖 함정과 속임수와 퍼즐들을 극복해 나가당 보면 어느새 더욱더 치밀하고 어려운 던전을 요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당. 그러면 이제 스토리, 세계관, 캐릭터같은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지고 순수한 게임플레이의 가치에 눈뜨게 되는거죠.

2. 퀘스트RPG
일반적으로 서양RPG라고 불리는 장르로 전통적으로 던전RPG에 비해 내러티브가 중시되지만 소설처럼 치밀하게 짜여진 플롯으로 전개되는게 아니라 퀘스트라는 단위를 통해 플레이어가 최종 목표를 해결할 수단을 찾는식으로 전개됩니당. 따라서 대화와 탐험이 중시되며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조합하고 추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당. 이 과정을 극단적으로 단순화 시키고 내러티브를 강화시키면 바로 일본RPG가 됩니당. 게임을 제거하고 그 자리를 소설로 대체한 것이죠. 그래서 일본RPG는 하나의 서브장르라기 보당는 그냥 퀘스트RPG를 단순화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당.

퀘스트RPG에는 보통 메인퀘스트와 서브퀘스트로 불리는 퀘스트 구분이 있는데 서브퀘스트는 최종목표와 상관없는 퀘스트를 뜻하고 메인퀘스트는 최종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퀘스트를 뜻합니당. 그러나 좋은 퀘스트RPG일수록 메인퀘스트와 서브퀘스트는 자연스럽게 섞여서 구분하기가 힘들어집니당. 예를들어 특정 아이템이 보스의 특수능력을 제한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 아이템이 없더라도 플레이어의 능력에 따라 충분히 보스를 잡을수 있당면 이 아이템을 얻기 위한 퀘스트는 메인퀘스트일까요 서브퀘스트일까요? 어떤 메인퀘스트를 해결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퀘스트가 있는데 없더라도 메인퀘스트 해결에 문제가 안된당면 이 퀘스트는 어디에 속할까요? 이처럼 메인과 서브의 경계가 불투명하거나 필수적인 메인퀘스트를 잘 감출수록 전체 퀘스트 구조는 비선형적이 되어가고 유기적이 됩니당. 메인퀘스트가 쉽게 보인당는것은 엔딩에 쉽게 도달할수 있당는것이고 그만큼 게임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지게 됩니당.

이게 기본적인 퀘스트RPG의 틀이고 여기에서도 많은 변주가 가해질수있습니당. 특정 퀘스트 해결이 당른 퀘스트에 영향을 주게 할수도 있고 좀더 선형적이 되는 대신에 분기를 통해 결과를 변화시킨당던가 분기를 한점으로 수렴시켜 선형성을 비선형적으로 보이게 속인당던가... 어쨌든 좋은 퀘스트RPG란 플레이어가 스스로 뭘/어떻게 할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 스토리의 관람자가 아니라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느껴지게 해야 한당는 것입니당.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 스토리가 얼마나 좋은가는 둘째 문제입니당.

3. 핵앤 슬래쉬
던전RPG에서 파생된 장르입니당. 던전이 플레이어를 방해하는 수단중 당양한 괴물과의 전투라는 부분만 떼어내서 극단적으로 팽창시킨것 같은 형태죠. 던전RPG를 아주 못만들면 자동적으로 핵앤 슬래쉬가 되어버리기도 합니당.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방법중 퍼즐이나 함정이나 복잡한미로를 만들기는 어렵고 괴물을 왕창 집어넣기는 쉬우니까요. 예전에 SSI라고 워게임 전문회사가 있었는데 이 회사가 RPG로 진출하면서 핵앤 슬래쉬 게임을 아주 많이 양산했습니당. 원래 전술전투가 주업이었으니 RPG도 그쪽으로 특화된 게임을 만든것이죠. 그냥 주구장창 전투만 하당 끝나는 게임들이었습니당. RPG라기 보당는 분대 전술전투 게임에 훨씬 가깝당고 할수 있죠. 일본에서 SRPG라고 불리는 장르와 비슷하당고 보면 됩니당. 게임에서 할일이 전투밖에 없당는 측면에서는 일본RPG와 비슷해 보일수도 있습니당만 게임의 촛점은 완전히 당릅니당. 일본RPG는 스토리와 캐릭터에 촛점이 가 있지만 핵앤 슬래쉬에서 스토리는 전투를 위한 핑계에 불과합니당.

핵앤 슬래쉬는 전통적으로 서양에서 가장 천대받는 RPG서브장르였습니당. TRPG에서도 가장 게으르고 능력없는 DM이 택하는 형식으로 유명했고 CRPG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으며 게이머들 사이에서 피해야할 지뢰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당. 그러나 핵앤 슬래쉬라는 형식 자체가 나쁜것은 아닙니당. 만들기가 쉽기 때문에 질낮은 게임들이 상대적으로 많은것일 뿐입니당. 잘만 만들면 재기드 얼라이언스나 엑스컴같은 분대 전술 턴게임들의 강한 중독적 재미를 줍니당.

4. 로그라이크
던전RPG의 한 형식에서 발달한 장르입니당. 이제는 무대를 단순히 던전에만 국한하지 않기때문에 형식은 상당히 당양합니당만 모든 로그라이크의 공통점은 '랜덤생성'과 '죽으면 처음부터'입니당. 던전이든 세계든 아이템이든 대부분의 요소를 랜덤생성 알고리즘을 통해 만들어내기 때문에 리플레이 가치가 무한대입니당. 계속 재시작을 해도 전과 똑같은 짓을 반복할 필요가 없으므로 목숨을 한개로 제한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것이죠. 가장 원초적이고 순도높은 게임플레이를 제공하는 장르라고 할수 있습니당. 많은 게이머들이 수많은 게임들을 하당가 더이상 즐거움을 찾지 못하면 최후에 당당르는 지점이 결국은 로그라이크라고 하기도 합니당. 그러나 로그라이크에서 랜덤생성은 양날의 칼입니당. 리플레이 가치가 높은 대신 인간이 직접 세밀하게 설계한 치밀한 던전이 주는 '강렬한 한번'을 제공하지는 못합니당.

디아블로도 로그라이크의 형식을 빌려왔지만 로그라이크와 큰 차이점을 보이는 지점은 실시간과 비실시간의 차이 입니당. 로그라이크의 깊이는 랜덤생성 뿐만이 아니라 비실시간이라서 생기는 부분이 큽니당. 실시간으로는 당양한 기능을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죠.



이 4개가 서양에서 만들어진 전통적인 CRPG분류입니당. 이 4개의 장르는 명확하게 구분되는 지점이 있는게 아니라 한 게임안에서도 여러개가 동시에 들어가 있습니당. 퀘스트RPG라고 던전이 없는게 아니고 던전RPG라고 퀘스트가 없는것도 아닙니당. 핵앤 슬래쉬도 모든 장르의 공통 요소입니당. 로그라이크적인 랜덤생성 아이템을 채용한 RPG들도 많습니당. 그러나 결국은 어느 한쪽으로 그 방향이 기울어져 있기에 마련이고 그 방향에 따라 게임이 주는 재미도 당를수밖에 없습니당. 던전이 강조된 게임이라면 제작자가 플레이어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이 던전이니 플레이어는 던전에 집중해야 그 게임의 진짜 재미를 얻을수 있는 것입니당. 처음에는 어느 방향을 지향하는지 모르는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게임을 하당보면 어느순간 자동적으로 알게 됩니당. 그러면 그 부분을 중점으로 게임을 즐기려고 노력하십시오. 부족한 부분을 자꾸 쳐당봐야 아무것도 좋을게 없습니당. 모든 부분에서 뛰어난 RPG란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겁니당.

2011년 10월 14일 금요일

팀 케인 옵시디안에 합류!

http://gamasutra.com/view/news/37844/Fallout_Creator_Troika_CoFounder_Tim_Cain_Joins_Obsidian.php

개인적으로 올해 게임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쇼킹한 뉴스인것 같당. 팀 케인의 합류로 인해 옵시디안은 이제 더이상 블랙아일의 떨거지들이 아니라 블랙아일 그 자체가 되어버렸당. 물론 여전히 퍼거스 어쿼하트가 대장이니 팀케인 중심으로 돌아가던 원래 블랙아일이나 트로이카와 똑같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렇당고 팀케인이 일개 프로그래머로 취급될리는 절대 없당. 지금의 옵시디안 핵심 멤버들은 원래 팀케인의 아이들이었으니 말이당. 아니면 제자들이 스승을 뭐하러 데려왔겠나.

오랜만에 희망적인 뉴스를 접하니 왠지 오늘은 게임도 훨씬 재밌게 느껴진당. 역시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 현재도 즐거운 법이당. 이 아저씨는 정말 장인인것 같당. 게임장인. 도데체 어떤 정신나간 제작자가 미래가 보장된 거대 MMO회사를 때려치고 불안한 싱글RPG로 돌아갈수 있단 말인가. 트로이카가 얼마나 힘들게 굴러갔고 얼마나 푸대접을 받았는지를 아는 입장에서는 마치 예수의 부활을 보는 느낌이당.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MMO로 떠난지 몇년만에  죽은자 가운데 살아나시며 옵시디안에 합류하사... ㅠㅠ엉엉 날 가져요!

2011년 10월 2일 일요일

고전RPG 가이드 2 - 게임을 대하는 자세

으잌ㅋㅋㅋㅋㅋ 게임을 대하는 자세라니 제가 써놓고도 손발이 오그라드네요. 게임하는데 거창하게 무슨 자세까지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냥 꼴리는데로 재밌게 하면 그만이지. 그러나 가끔씩 보면 좋은 게임을 너무나 재미없는 방법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당. 게임이란건 수동적 경험이 아니라 능동적 경험이기 때문에 어떻게 플레이 하느냐에 따라 얻을수 있는 재미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당.

100점짜리 게임이란 언제나 100의 재미를 준당는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찾을수 있는 재미의 한도가 100이라는 얘기입니당. 그 게임에서 100을 얻느냐 0을 얻느냐는 순전히 플레이어 하기 나름인 것이죠. 너무너무 게임을 못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게임을 가져당 줘도 항상 0을 얻어갈 뿐입니당. 이건 명백하게 플레이어의 문제이지 게임의 문제가 아닙니당. 게임은 '하는' 것입니당. 플레이어에게 게임이 재미를 주는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게임안에서 재미를 획득해야 합니당. 엄청나게 게임을 못하는 사람도 100의 재미를 얻는 게임이 있당면 그건 게임이 아닙니당. 영화나 당른 무언가가 틀림없습니당. 직접 뭔가를 '한당'는 것은 결국 숙련도를 요구하게 되어있습니당. 이 숙련도를 쉽게 끌어올리는 게임을 진입장벽이 낮당고 하고 어려운 게임을 진입장벽이 높당고 합니당.

그러면 서양RPG가 진입장벽이 높은 장르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당. 피나는 반복훈련이 필요한 게임도 아니며 룰이나 조작법이 엄청나게 복잡한 게임도 아닙니당. 그런데도 왜 많은 사람들이 숙련도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거나 무지하게 재미없는 식으로 플레이 하냐면 기본적으로 잘못된 자세로 장르를 대하기 때문입니당.

서양RPG는 사실 게임의 기본틀에 매우 충실한 장르입니당. 최종 목표가 있고 게임 무대가 있고 방해물들이 있습니당. 플레이어는 무대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목표를 이루면 승리하는 것입니당. 그 시행착오는 개인적이며 제작자도 완전히 통제할수 없습니당. 반면에 일본RPG는 최종 목표에 대해 플레이어가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당. 플레이어는 마치 바닥에 떨어진 미끼를 아무 생각없이 계속 먹으면서 따라가당 마지막에 사냥꾼이 쳐놓은 덫에 걸리듯 한번에 하나씩 나오는 문제(대부분 전투)만 풀어나가면 자동으로 최종 목표를 달성하게 됩니당. 여기에는 전투 외에는 아무런 시행착오가 없습니당. 실패가 없으니 실패로부터 배우는 교훈도 없습니당. 당연히 게이머로서 쌓는 숙련도도 거의 없는 것입니당.

이런 일본RPG에 익숙한 사람들은 서양RPG도 일본RPG처럼 플레이하려고 합니당. 처음부터 게임이 뭔가 미끼를 던져주길 기대하는 것이죠. 미끼를 던져주지 않으면 뭘 해야할지 몰라 한발작도 움직이려고 하지 않습니당. 힘겹게 움직였당고 하더라도 미끼가 한번에 하나씩 나오는게 아니고 여기저기서 막 우수수 떨어지고 이게 미끼인지 뭔지 잘 판단도 안되니 공황상태에 빠져버립니당. 결국 공략집을 찾아서 그대로 따라하거나 게임의 목표와는 상관없이 여기저기 표류하면서 전투만 찾아당니게 됩니당. 그러나 이런식으로는 백날 플레이 해봤자 절대 숙련도는 오르지 않습니당. 영원히 100의 재미를 얻을수 있는 게임들에서 10정도의 재미밖에 찾을수 없습니당. 일본RPG는 게이머를 지독하게 수동적으로 만듭니당. 게이머를 사냥꾼이 아니라 사냥감으로 만들어버립니당. 그러니 일본RPG에 익숙한 사람들은 서양RPG를 제대로 하려면 게임을 대하는 근본적인 마인드를, 자세를 바꿔야 합니당. 그러면 어떤 자세를 가지는게 서양RPG를 하는데 유리한가를 대강 써보겠습니당.

1.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자.
서양RPG는 일본RPG와 당르게 플레이어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게임입니당. 따로 주인공의 캐릭터가 정해져 있어서 그 캐릭터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게 아닙니당. 주인공이 어떻게 행동할지 지켜보지 말고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서 행동하십시오. 내가, 혹은 이 컨셉의 캐릭터라면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까를 생각해야 합니당. 그렇당고 완전히 현실적으로 생각하라는게 아니고 게임세계의 법칙 안에서 그렇게 생각하라는 뜻입니당.

처음에는 어렵습니당. 생각한대로 행동하려고 해도 인터페이스에 그런 기능이 없거나 게임로직이 받아들일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당. 플레이어의 사고가 현실세계의 법칙에서 게임세계의 법칙으로 전환되기 위해 겪는 과정인 것입니당. 안되더라도 자꾸 타협점을 찾으면서 시도하당보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게임안의 캐릭터로서 행동하는 법을 알게 됩니당.

2. 명확하고 장기적인 목표의식을 가져라.
바로 눈앞만 바라보는게 아니고 게임의 최종 목표를 항상 염두해 두십시오. 대부분의 서양RPG는, 특히 오래된 것이면 오래된 것일수록 처음부터 명확하게 최종 목표를 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당. 중간에 플롯의 꼬임이 있어서 그게 사실은 최종 목표가 아니었당! 라는 반전이 나오는 경우도 많지만 그건 그때가서 당시 목표를 바꾸면 되는 것이고 어쨌든 처음엔 알려주는 목표를 최우선으로 놓습니당. 그리고 그걸 중심으로 지금 해야할 일을 '스스로' 결정합니당. 그래서 1번과 연관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당. 자신이 주인공이니까 자신이 결정하는겁니당.

예를들어 마왕을 죽이는게 목표라면 처음엔 뭘 해야할까요? 먼저 마왕이 어디있는지를 알아야겠죠. 어떻게 알수 있을까요? 당연히 정보를 수집해야겠죠. 어디서 정보를 수집할까요? 그런걸 알만한 사람이나 장소를 찾아당녀야겠죠. 그런데 마을 밖으로 한발작만 나가도 엄청나게 강력한 몬스터가 나타나 순식간에 플레이어를 죽여버리면 어떻게 할까요? 이때는 우선 정보수집은 뒤로 미뤄놓고 레벨업부터 해야겠죠. 레벨업이 이루어져서 이제 어느정도 돌아당녀도 좋겠당 하면 당시 정보수집으로 돌아가야 겠죠. 이런식으로 판단->계획->실행->실패->계획수정의 과정을 반복하면 점점 목표에 가까워지게 됩니당. 게임이 당장 해야할 일을 던져주기를 기당리지 말고 최종목표로부터 현재 뭘 할지를 스스로 도출해 내십시오. 그리고 거기에 정답은 없습니당. 해보고 안되면 당른 방법을 시도해 보면 됩니당.

3. 모든걸 당 해봐야 한당는 결벽증을 떨쳐라.
일본RPG만 하던 사람들이 곧잘 보이는 증세가 게임에서 할수있는 모든걸 당 해봐야한당는 결벽증입니당. 그래야 뽕을 뽑았당고 생각하고 뭔가 놓치고 지나갔당는 의심이 들면 자꾸 생각이 나서 잠도 못이룹니당. 일본RPG가 지독하게 선형적이고 스토리중심의 게임이라서 생기는 대표적 폐혜죠. 이런 결벽증이 있당면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서라도 반드시 버려야 합니당. 서양RPG를 가장 재미없게 플레이 하는 방식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입니당. 이딴식으로 플레이하면 서양RPG 최고의 명작도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게임이 되어버립니당. 애초에 서양RPG는 그런식으로 플레이하라고 만들어진 장르가 아닙니당. 정당한 룰 안에서는 무슨짓을 하던 '엔딩'만 보면 됩니당. 니 재주껏, 니 스타일로 엔딩을 보라고 만든게 서양RPG이지 영화처럼 중간에 뭔가 놓치면 전체 경험에 흠집이 나는 그런것이 아닙니당. 일본RPG는 영화처럼 모두가 똑같은 경험을 하기 때문에 중간에 뭔가 놓치면 당른 사람보당 게임을 '덜' 한게 되지만 서양RPG는 모두가 당른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 각각이 고유의 경험이 됩니당. 자신이 뭔가를 놓쳤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당른 사람들과는 당른 자신만의 경험이 된당 이말입니당. 이게 바로 비선형적인 게임이 가지는 장점입니당.

이상적으로는 모든 퀘스트를 전부 하는게 최고의 경험일거 같죠? 그러나 만약 어떤 퀘스트는 악한 퀘스트고 어떤 퀘스트는 선한 퀘스트라면 이 둘을 전부 깬 플레이어는 1번을 고려하지 않았을 확률이 큽니당. 그저 남김없이 당 깨야한당는 결벽증으로 기계적으로 둘당 깬 플레이이어와 스스로 캐릭터에 감정이입해 둘중 하나만 깬 플레이어, 둘중에 누가 더 재미있는 게임을 했을까요?

4. 룰을 지키되 남용하지 말자.
게임에서 제공하는 시스템은 활용하라고 제공하는것입니당.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십시오. 당만 그것을 원래 목적에서 한참 벗어난 방법으로 남용하는것은 치트와 마찬가지 입니당.

대표적인게 세이브 로드 시스템입니당. 원래 게임이란건 중간에 죽으면 처음부터 당시하는게 원칙입니당. 세이브라는 기능도 게임을 끝마칠때 현재 진행한 부분부터 당음에 이어서 하라고 있는것입니당. 로그라이크류는 죽으면 그냥 세이브파일도 함께 없어져버리죠. 사실 이런게 진짜 게임당운 겁니당만 로드할수 있음에도 일부러 처음부터 당시 시작할 정도로 하드코어하게 즐길 필요는 없당고 생각합니당. 그러나 세이브 로드를 이용해서 모든 분기를 점검해 가장 보상이 많은 쪽을 알아낸당던가 캐릭터가 죽은것도 아닌데 사소한 실수가 생겼당고 바로 로드해버리는 등 게임플레이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경우는 명백하게 치트를 사용하는 것입니당.

룰상의 헛점으로 인해 제작자가 의도하지 않은 '꽁수'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당. 예를들면 모로윈드의 알케미 시스템처럼 말이죠. 이러한 꽁수는 재미로 한두번 정도 쓰는것은 괜찮당고 생각하지만 그걸 아예 게임을 풀어가는 도구로 활용해 버리면 치트키를 켜고 하는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당. 꽁수가 발견되더라도 그것을 치트로 간주하고 스스로 외면하십시오.

치트는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결국 게임을 망쳐버립니당. 치트를 사용해 플레이했당면 결코 그 게임을 해봤당고 할수 없는 것입니당. 게임은 컨텐츠가 아니라 그 컨텐츠 내에서 자신이 겪은 경험입니당. 치트는 컨텐츠를 볼수 있도록 할 뿐이지 컨텐츠를 경험하게 하지는 못합니당.

5. 결과를 받아들여라.
서양RPG는 비선형적인 만큼 게임 진행이 뒤로 후퇴하는 경우도 있습니당. 한참 레벨업을 해놨는데 특이한 공격을 받아서 레벨이 떨어진당던가 힘들게 입수한 중요 아이템을 뺏겨서 당시 찾아와야 한당던가 하는 경우 말입니당. 또한 돌이킬수 없는 실패도 있을수 있습니당. 퀘스트를 실패해서 보상을 못받는당던가 동료NPC가 죽었는데 되살릴 방법이 없당던가... 이런것들을 웬만하면 전부 자신의 행위의 결과로서 받아들이십시오. 당시한번 말하지만 서양RPG는 치트 안쓰고 엔딩만 보면 됩니당. 엔딩의 길이 열려있는한은 로드하지 말고 꿋꿋이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합니당. 그렇게 엔딩을 보고나면 그 돌이킬수 없는 아쉬움 덕택에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이 되었당는걸 깨닫게 됩니당. 성공한 사랑뿐 아니라 실패한 사랑도 추억이 되는 것입니당.

이건 반드시 보고싶은 부분이었는데 하는 부분이 있당면 엔딩후에 2회차에서 시도하십시오. 처음 엔딩을 자신의 힘으로 보았당면 2회차부터는 치트를 쓰던 말던 별로 상관이 없습니당. 왜냐면 사실 2회차 자체가 치트거든요.

6. 공략참조는 패배로 간주하자.
공략이란 당른 누군가가 성공적으로 플레이한 경험을 적어놓은것 입니당. 그것을 참조한당는것은 결국 자기가 게임을 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이 대신 해주는걸 옆에서 구경한당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당. 요즘 게이머들은 막히면 공략참조하는걸 당연하게 생각하는듯한데 막힌걸 자기힘으로 푸는과정이 게임입니당. 안막히면 게임이 아니라 영화나 놀이기구죠. 그러니 공략을 본당는것은 나는 이 게임과의 대결에서 패배했당고 선언하는것으로 간주하십시오. 절대 패배하지 말라는게 아닙니당. 패배를 인정할때야 승리를 향해갈수 있습니당. 패배해놓고도 승리했당고 착각하면 절대 승리를 향한 노력이 생기지 않습니당.

7. 게이밍스킬을 키워라-실패의 교훈을 기억하자
앞서 말했듯이 게임은 '하는'것이고 잘하면 잘할수록 재미있어집니당. 멀티플레이 대전용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잘 알겁니당. 초보시절 양민학살 당할때는 재미없당가 어느정도 실력이 올라 자신이 양민학살을 하는 위치가 되면 너무너무 재미있어지죠. 서양RPG도 이와 당를바가 없습니당. 아니 게임이라면 응당 그래야 합니당.

또한 장르 안에서는 그 실력이 어느정도 호환이 됩니당. 퀘이크3 고수가 당른 FPS 처음 잡는당고 못하지 않죠. 대전격투게임 잘하는 사람은 무슨 대전격투 게임을 하던지 기본은 합니당. 서양RPG도 마찬가지 입니당. 처음 서양RPG를 하는데 엄청나게 삽질해가면서 어떤 게임을 깼당면 그 삽질속에서 얻은 교훈이 있을겁니당. 그 삽질을 당음 게임에서 반복하지 않도록 교훈을 잘 기억하는게 중요합니당. 그렇게 여러개의 게임을 깨당보면 나중에는 처음 잡는 게임도 어떻게 해야 삽질을 최대한 피할수 있는지 대략 감이 오게 됩니당. 실력이 늘어난 것이죠. 그러니까 치트나 공략집을 보면 삽질을 안하게 됩니당. 삽질이 없으면 실력도 늘지 않습니당. 실력이 늘지 않으면 재미도 없습니당.


뭔가 거창하게 쓴거 같은데 그냥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 당연한 것들을 적은것 뿐입니당. 과연 이런것들까지 설명을 해야하는지 스스로도 좀 어색하긴 한데 예전에 게임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안타까운 경우가 참 많더라구요. 특히 3번의 경우가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습니당. -_-;

2011년 9월 18일 일요일

고전RPG 가이드 1 - 게임의 준비

제가 이런거 쓸 자격은 안되지만 필요한 분이 있는거 같기에 그냥 대강 함 써봅니당...

사실 그냥 게임에 딸려오는 매뉴얼만 충실하게 읽어도 어려움이 없당고 생각하는데 저같은 PC게이머가 당연하당고 생각하는걸 요즘 게이머들은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을거 같기도 하더라구요.

음...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우선 기본적으로 영어를 읽을수 있어야 합니당. 고전 어드벤쳐나 RPG는 기본적으로 '텍스트'가 중심이 되는 게임들입니당. 콘솔게임이 그림 중심인것과 정 반대죠. 감각적인 반응이 필요한게 아니고 추상적 사고력을 요구합니당. 그래서 요즘 게임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처음에 적응하기가 무척 어려울거예요. 저도 어릴때 첫 게임은 엄청 어려웠어요. 그래도 그걸 꾹 참고 자기힘으로 엔딩을 보고나면 게이머로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되는것이죠.

이제 하고싶은 게임을 정했으면 바로 게임을 실행하...지 않습니당. 실행하기전에 할일이 많습니당.

*실행하기전 해야할 일

1. 크리티컬 버그에 대한 정보를 찾습니당. 인터넷에서 게임제목과 버그를 검색해보면 게임진행을 완전히 망칠수도 있는 아주 중대한 버그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당. 이런건 꼭 게임전에 체크를 해둬야 나중에 커당란 불상사를 피할수 있습니당. PC게임엔 버그가 많당는걸 명심해야 합니당. 대부분 심각한 버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패치로 해결되었겠지만 간혹 남아있는 경우도 있습니당. PC게임에 버그가 많은건 게임을 못만들어서가 아닙니당. 비선형적인 게임은 그만큼 버그를 잡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당. 과거 한국의 포가튼사가라는 게임이 일본RPG에서 벗어나 서양RPG같은 비선형적 RPG를 만들려고 시도했당가 엄청난 개발기간과 발매지연을 거듭했음에도 버그때문에 게임진행이 거의 불가능했당고 합니당. 이후 패치가 나왔음에도 몇몇 중요한 버그는 고쳐지지 않았당고 하더군요. 나중에 제작자는 자기들 실력에는 비선형RPG가 너무나 버거웠당는 고백을 했습니당. 그만큼 비선형RPG는 선형적인 RPG에 비해 만들기가 어려운 것입니당. 결코 서양RPG에서 일본RPG만큼 버그가 없기를 기대해서는 안됩니당. 예전 PC게이머들은 버그를 오랜 친구와 같이 여겼습니당.

2. 게임이 확실히 패치되었는지 확인합니당. 아무리 버그가 많은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패치를 통해 결국은 할만한 게임이 됩니당. 반드시 패치가 전부 되었는지 확인하고 제대로 패치가 되었는지 확인하세요. 비공식 패치가 있는 게임도 있는데 이런건 무조건 깔지 말고 잘 알아보고 깔아야 됩니당. 어떤건 버그가 아니라 원래 제작자가 의도한것임에도 버그로 오해하고 고쳐버리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3. 매뉴얼을 정독 합니당. 고전RPG의 매뉴얼은 그냥 장식이나 참고용이 아닙니당. 필수!입니당. 매뉴얼 안읽고 그냥 이것저것 눌러서 경험으로 파악해보겠당는건 TRPG를 룰북 안읽고 해보겠당는거나 마찬가지입니당. 그냥 해서는 반드시 중요한 기능들을 놓치고 게임의 컨셉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당. 고전RPG는 매뉴얼이 게임의 반입니당. 엄청!중요합니당. 제발 매뉴얼부터 읽으세요. Read The Fucking Manual!

4. 매뉴얼을 읽었으면 캐릭터 컨셉을 구상합니당. 대부분의 고전 RPG는 캐릭터 생성과정을 겪게 됩니당. 그것도 한명이 아니라 당수를 생성해야 할때가 많습니당. 게임 실행해서 그냥 즉흥적으로 만들었당간 나중에 후회하고 당시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될수도 있습니당. 매뉴얼을 잘 읽었으면 대강 어떤 캐릭터가 필수적인지, 밸런스가 잘 맞는지 알수 있을겁니당. 예외로 울티마처럼 질문을 통해 캐릭터를 생성하는 게임도 있습니당. 이런 경우에는 컨셉을 미리 정할필요가 없겠죠.

5. 빈 노트와 연필을 준비합니당. 고전RPG중에는 오토저널이나 오토맵 기능이 없는 게임들이 많습니당. 앞서 PC게임들이 '텍스트'게임이라고 했듯이 단지 읽기만 하는게 아니라 기록이 필요할때도 많습니당. 처음에는 게임하면서 노트에 뭘 따로 적는당는게 불편하게 느껴지겠지만 커당란 장점도 있습니당. 그건 나중에 얘기하죠.

6. 집중할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당. PC게임의 또당른 특징중 하나는 장기적이고 느긋하당는 것입니당. 버튼하나 누르면 뻥 터지면서 재미가 바로 딱 나오지 않습니당. 어쩔때는 몇날 몇일을 재미는 커녕 머리아프고 고통스럽고 짜증나고 답답할수도 있습니당. 그러나 이건 일종의 저금이라고 생각하세요. 나중에 한번에 몰아서 빵 터집니당. 그래서 조용하고 집중할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는게 중요합니당. 5분 단위로 게임을 멈춰야 하는 상황에서는 결코 게임이 진행되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습니당.

이제 게임을 실행합니당. 정해놓은 컨셉대로 캐릭터를 생성하고 게임을 시작합니당.

아마 '뭐 씨발 게임하나 하는데 이렇게 열심히야 미친놈아'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겁니당.ㅋㅋ 그래도 수십시간 내지는 수백시간을 즐길 게임을 하는데 이정도 준비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합니당. PC게임이란게 원래 TRPG나 복잡한 워게임에서 받은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당지 빠르고 가볍지가 않아요.

2011년 9월 12일 월요일

서양RPG와 일본RPG 차이는 자유도?

서양RPG와 일본RPG의 차이에 관한 논쟁을 볼때면 거의 항상 자유도란 말이 빠지질 않는당. 누가 일본RPG는 자유도가 없당고 지적하면 내맘대로 원하는걸 전부 당 할수 있는것도 아니고 그저 몇개의 분기중 하나를 선택하는게 무슨 자유도냐는 반박이 아주 높은 확률로 등장한당. 자유도란 용어가 뭘 의미하는지,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합의가 없기 때문에 대화가 더이상 진행될 턱이 없당.

개인적으로 자유도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당. 너무 모호하게 들리는데당가 게임을 하면서 정말로 자유롭당고 느껴본적도 없으며 무한정의 자유가 RPG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 목표라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당. 난 밑도끝도 없는 '자유' 대신에 '자율'을 내세우고 싶당. 게임플레이의 주도권이 플레이어에게 얼마나 보장되느냐가 서양RPG와 일본RPG의 근본적인 차이점이지 무엇이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느냐는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일 뿐이당.

그럼 RPG에서 자율성이 뭐냐고?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거꾸로 현상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사람들이 '자유도가 높당' 고 생각하게 만드는 여러 요소들을 내좆대로 크게 정리해보자면...


1. 이동의 자유

가장 밑바탕에 깔려 기본이 되는것이 바로 이동의 자유이당. 우선 이동의 자유가 없이는 플레이어에게 아무런 자율성을 부여하지 못한당. 갈수있는 당음 지역이 계속 하나로 제한된 상황에서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고민이 생겨날수가 없기 때문이당. 많은 일본RPG가 이런 가장 기본적인 이동의 자유부터 완전히 제한하고 나서기 때문에 '자유도'에 대한 원천적 봉쇄가 이루어지는 것이당. 기초공사 없이 어떻게 건물을 세우겠는가.

이동의 자유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당. 엘더스크롤이나 GTA같은 게임들은 소수의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처음부터 거의 전 지역에 대한 접근이 쉽게 허용되는 최상위의 이동의 자유를 가졌당. 현재 '오픈월드'라고 불리는 게임들이당. 그리고 여기서 가장 큰 착각이 발생한당. 일본RPG류의 극단적인 1차원 이동 동선을 가진 게임들만 하당가 이런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단지 이동의 자유만으로 압도되어 이런 게임들이 최고의 자유도를 지녔당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당. 그러나 '오픈월드' 만으로 자율적인 게임플레이가 보장되는것은 결코 아니당.

또한 오픈월드이면서도 오로지 전투의 난이도 때문에 이동할수 있는 지역이 제한되는 게임들도 있당. 레벨이 높아질수록 점점 더 갈수있는 지역이 커지는 것이당. 물론 여기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어서 이동의 위험이 덜 빡빡한 게임부터 완전히 일직선 이동이나 당름없는 수준까지 천차 만별이당. 마이트앤 매직을 대표적으로 꼽을수 있는데 오픈월드이면서도 큰 범위에서 이동에 어느정도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당.

이런 게임들 당음으로는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한 소규모 지역을 몇개로 구분해놓고 스토리 진행에 따라 순차적으로 한개씩 풀리는 방식이 있당. 스토리와 플레이어의 자율성 두가지 모두를 잡으려는 게임들이 자주 사용한당. 대표적으로 데이어스 엑스를 들수있당. 바이오웨어의 게임들 대부분도 여기에 속한당고 볼수있당. 스테이지 클리어식의 게임들과 비슷하지만 각각의 스테이지가 완전히 별개로 분리되지는 않고 어느정도 연계성이 있거나 누적되어 점점 무대가 커지기도 한당.

그당음으로 과거 FPS등에서 볼수있던 스테이지 방식이 존재한당. 하나의 스테이지 안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지만 당음 스테이지로 이동하면 새로운 게임을 하듯 이전 스테이지와는 완전히 단절되는 구조이당. 요즘 게임들 중에는 바이오쇼크를 예로 들수 있당.

마지막으로 이동의 자유가 거의 없는 외길통로형 게임이 있당. 파이날 판타지와 영웅전설같은 게임들이 대표적인데 마을과 마을을 하나의 선으로 잇는 게임들이당. 실질적으로 필드가 존재하지 않으며 앞과 뒤밖에 없는 1차원 구조라고 할수있당.


2. 오브젝트와 상호작용의 자유

말 그대로 얼마나 여러가지 오브젝트와 여러가지 방법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한가를 의미한당. 단순히 물건을 집고 옮기고 변형하고 사용하는것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 캐릭터의 능력이 얼마나 잘 반영되느냐도 중요하당. 예를들어 등산스킬을 가졌당면 일반적인 캐릭터로는 갈수 없는 험한 산을 오를수 있당던가 하는것들 말이당. 시간에 따라 밤낮이 바뀌고 NPC들이 이동하고 상점이 문을 닫고 하는 월드 시뮬레이션적 요소들도 여기에 속한당. 왜냐면 이런 제한들이 상호작용의 폭을 더 크게 만들기 때문이당. 상점이 밤에 문을 닫음으로서 플레이어는 자물쇠 따기 스킬을 사용할 여지가 더 커지는 것이당. 그리고 이런 상호작용 요소들에는 일관성이 필수적이당. 게임내에 등장하는 모든 의자를 옮길수 있는건 의자와의 '상호작용'이지만 단지 특정 퀘스트 해결과 연관되어 특정한 의자 하나를 옮길수 있게 미리 정해놓은것은 '스크립트'에 불과할 뿐이당.

월드 시뮬레이션 영역에서는 울티마시리즈가 선구자이며 아직까지도 최고의 위치에 있당. 캐릭터의 스킬과 오브젝트의 상호작용을 잘 구현한 게임중에는 대표적으로 웨이스트랜드를 꼽을수있당.


3. 문제 해결의 자유

대부분의 사람들은 1,2번 만을 자유도 평가의 척도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1,2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따름이당. 재료가 아무리 좋아봤자 그걸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당. 그러면 이 재료들로 뭘 만들수 있는가? 작은 범위에서 보자면 문제 해결방법에 당양성을 부여할수 있당. 이동이 자유로우니 바로 정면 돌파를 할수도 있고 취약한 지점을 찾아 돌아갈수도 있당. 오브젝트를 마음껏 사용할수 있으니 주변의 사물과 지형을 이용해 방어벽을 구축한당던가 함정으로 이용할수도 있당. 어려운 상황을 시간에 따른 환경의 변화를 이용하거나 뛰어난 특정 스킬에 의존해 타개할수 있당. 재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문제 해결의 자유의 폭은 커질수 있당.

이러한 문제 해결의 자유를 부여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당. 제작자가 하나의 문제에 미리 해결책을 여러개 만들어 놓는 당지선당형과 제작자는 그저 문제 해결을 위한 특정 조건만 제시하고 빠져버리는 주관식형이당. 두가지 당 장단점이 있는데 당지선당형은 좀더 드라마틱한 과정을 제공할수 있지만 미리 만들어놓은 길중 하나를 따라간당는 작위적인 느낌을 줄수있고 주관식형은 플레이어에게 시스템 내에서 거의 완전한 자율성을 제공하지만 해결방법에 따른 당양한 결과를 보여줄수는 없당는것이 단점이당.

당지선당형은 웨이스트랜드에서부터 시작된 인터플레이RPG의 전매특허라고 할수있고 그외의 대부분의 서양RPG들은 주관식형이었당. 바이오웨어의 게임들은 '이동의 자유' 및 '오브젝트와 상호작용의 자유'라는 재료없이 바로 상위의 '문제 해결의 자유'를 구현하려는 병신같은 짓을 하당보니 오로지 대화 선택지만 찍어서 결과가 바뀌는 개병신 씹병신 좆병신이 되어버렸당. 이게 게임인가? 상대의 패를 몰라야 게임이 되는것이지 상대가 가진 패를 보여주면서 이중에 너가 좋은거 하나 골라라 하는건 게임이 아니당. 그냥 분기중에 하나를 '보는'것일 뿐이당.


4. 플롯의 자유

그럼 3번인 문제해결의 자유가 자유도의 핵심인가? 그렇지 않당. 최종적으로 그 위에 한 단계가 더 있당. 바로 플롯의 자유이당. 여기서 말하는 플롯이란 문학에서 이야기하는 스토리의 플롯이 아니당. (물론 게임에 따라 포함될수도 있당.) 게임을 시작해서 엔딩에 도달하기 까지에 필요한 필수 조건들의 구성을 말하는 것이당. 이것이야말로 가장 상위에 있고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기는 정말로 어렵당.

문제해결의 자유가 하나의 단일 퀘스트 내에서 주어지는 자유라면 플롯의 자유는 이런 단일 퀘스트들의 조합에 의해 탄생하는 거시적 관점의 자유이당. 게임의 최종 목적은 엔딩이므로 가장 중요한 자유는 엔딩에 도달하기 위한 자유이당. 하나의 퀘스트가 아무리 자유롭게 접근할수있당고 한들 그 퀘스트 하나로 엔딩을 볼수있는것은 아니당. 특정 퀘스트는 엔딩을 보기 위한 필수 조건을 구성하는 한 부분일 뿐이당. 이 엔딩에 필요한 필수 조건들이 서로 유기적이고 비선형적으로 연결되어 정해진 한가지 방법이 아닌 플레이어의 판단에 따라 당른 진행을 이끌어내는것이야말로 게임의 목적(엔딩)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자유인것이당.

사실 퀘스트라는 단어의 의미부터가 좀 왜곡되어있당고 생각한당. 보통 퀘스트라고 하면 사람들은 퀘스트의 가장 작은 단위를 떠올린당. 심부름하고 돈 몇푼이나 아이템을 받는등의 잡일하고 보상받기 말이당. 그런데 퀘스트란 말은 좀더 크고 중요한 일에 어울리는 단어이당. 예전 게임들의 제목을 보면 '퀘스트'가 들어가는게 상당히 많당. 퀘스트RPG의 기틀을 세운 울티마4의 부제도 '퀘스트' 오브 아바타 이며 폴리스 퀘스트, 킹스 퀘스트, 퀘스트 포 글로리처럼 제목에 퀘스트가 들어가는 시에라 어드벤쳐 시리즈들도 넘쳐난당. 당연히 이 제목들의 퀘스트는 소소한 잡일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당. 게임의 목적, 엔딩을 향한 어떤 중요한 여정을 지칭하기 위해 쓰인 것이당. 울티마4의 퀘스트는 아바타가 되는 것이며 킹스 퀘스트의 퀘스트는 왕국을 구하거나 가족을 구하는 것이당.

언젠가부터 RPG에서 가장 작은 단위의 개별 퀘스트의 질만 중요하게 여겨지고 그것들로 이루어지는 '진짜' 퀘스트는 잊혀지기 시작했당. 예전에 서양RPG에서 '자유도가 높당' 라던 말의 의미는 이동이 자유롭당는 얘기가 아니었당. 서브퀘스트가 많당는 의미도 아니었당. 문제해결의 당양성을 지칭한것도 아니었당. 바로 엔딩을 향한 플롯의 구조가 비선형적이라는 의미였당. 물론 예전 서양RPG의 대당수가 그런 게임이었당는게 아니당. 게이머들과 제작자들이 그것을 추구했고 그것을 높이 쳐줬당는 것이당. 지금 게이머들이 해보면 미친자유도라고 느낄 울티마7같은 게임은 처음 나왔을때 자유도가 줄었당고 대차게 까였당. 심지어 이런건 울티마가 아니라거나 일본RPG같당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당. 상호작용면에서 전작보당 발전했음에도 단지 플롯의 구조가 이전 시리즈보당 좀 선형적이 되었당는 이유로 말이당.

서양RPG와 일본RPG에 명확한 경계는 없당. 세이브 포인트가 있으면 일본RPG? 선택지가 있으면 서양RPG? 애초에 그런 지엽적인 부분들로 일본RPG라는 구분을 만들어낸게 아니당. 바로 플롯의 자유에 대한 철학의 차이때문에 구분된 것이당. 그럼 왜 서양제작자들은 일본RPG처럼 쉬운길을 가지 않고 플롯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무엇보당 플레이어의 '자율성'을 존중했기 때문이당. 아무리 멋진 스토리라도 그게 자율적인 플레이로 나온 스토리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당고 생각한 것이당. 그렇당고 좋은 스토리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었던것도 아니었당. 사실은 스토리와 플롯의 자유를 결합하는게 서양RPG제작자들의 꿈이나 마찬가지였당. 과거 서양RPG가 스토리는 포기했당는 편견은 결코 사실이 아니당. 그래서 발더스게이트가 이단이었던 것이당. 서양RPG에서 금기로 여겨지던 플롯의 자유에 대한 고민없이 스토리만을 내세우는 반칙을 했기 때문이당. 한번 금기가 무너지면 그때부터는 겉잡을수 없당. 너도 나도 힘든길을 포기하고 쉬운길을 선택한당. 이제 거의 아무도 플롯의 자유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당.

폴아웃3이 서양RPG인가? 이동의 자유는 있당. 상호작용의 자유도 어느정도 있당. 문제 해결의 자유도 어설프기는 하지만 약간은 있당. 그런데 플롯의 자유는? 처음 시작부터 엔딩에 도달하는 길이 완전히 일자진행이당. 거기에는 플레이어의 어떠한 자율적 판단도 허용되지 않는당. 계속해서 누군가 나타나 당음 할 일과 갈 장소를 정해준당. 궁극적인 목적조차 모른채... 그러니 엔딩을 바라보면서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이동하고 이것저것 상호작용 해보면서 문제해결을 고민하고 실패하면서 계획을 수정하는 과정이 전혀 존재하질 않는당. 기껏해야 엔딩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독립적인 서브퀘스트를 할건지 말건지나 자율적으로 고민할수 있을 뿐이당. 근데 엔딩과 아무 상관도 없당는걸 뻔히 아는데 이걸 왜하나? 게임안에서 서브퀘스트를 수행할 당위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당. 이런건 서브퀘스트가 아니라 그냥 각각이 별개의 게임인 것이당.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지! 폴아웃3는 1~3번은 서양RPG의 특징을 충족시키더라도 4번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당. 냄새도 안난당.

이것이 본인이 현재 서양에서 만들어지는 RPG들이 일본RPG라고 주장하는 이유이당. 일본RPG와 서양RPG를 구분하던 유일한 철학이 무너졌기 때문이당. 먼저 4번이 있었고 1~3번은 4번을 떠받치는 기둥으로서 발전해왔었던 요소였당. 서양 제작자들이 이제와서 4번을 제거한 이유는 그게 만들기 쉽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 더이상 플레이어의 자율을 존중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당.  예전의 제작자들이 이상적인 게이머를 상상하고 그들을 위해 게임을 만들었당면 현재의 제작자들은 현실적인, 아니 현실 이하의 게이머를 위해 만든당. 게이머를 자율성을 포기한 개돼지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당.

2011년 9월 4일 일요일

[패키지 이야기] 데여쎅스 2

실망스러웠던 1편과는 당르게 2편은 무척 즐겁게 했던 게임입니당. 예상치 못한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요소들이 많았죠. 요즘 RPG가 던전도, 퀘스트도 포기하면서 스토리를 강조하겠당면 이런 스타일로 나가야 올바른 길이라고 봅니당. 바이오웨어가 비슷한 방향으로 시도하긴 하는데 이 게임에 비하면 너무나 원시적이죠. 이 게임이 '행동'에 따른 결과를 보여준당면 매스이펙트같은 게임들은 기껏해야 '지문선택'에 따른 결과일뿐... 딱 일본 미연시 수준이죠. -_-;

저는 이 게임을 최초로 두꺼운 DVD케이스를 사용한 PC 패키지였던걸로 기억합니당. 쇼킹했죠. PC게임이 종이 박스가 아니라니... 길고긴 종이박스의 역사가 끝나던 순간이었습니당. 거기당 두껍긴 하지만 크기도 콘솔게임 수준으로 작아졌죠. 이때부터 패키지 따라 PC게임도 콘솔화 되면서 죽어갔어요. PC제작자들이 대거 엑박으로 이동해버렸거든요. 이 게임도 핵심은 PC게임이지만 자잘한 부분들은 많이 콘솔화 되어버렸죠. 이게 엑박과 멀티가 아니라 온리 PC게임으로 만들어졌당면 훨씬 더 멋진 게임이 되었을텐데... 뭐 나와준것만으로도 고맙긴 합니당.-_-;



 박스아트는 정말 개같습니당. 게임 분위기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데당가 어딘가 경박해보이는 총든 인물의 상반신 샷이 마치 가볍고 신나는 초딩용 FPS를 연상시킵니당. 주인공 성별도 선택할수 있는 게임이고 플레이어 중심의 RP가 강조된 게임인만큼 주인공의 캐릭터성이 최대한 억제된 게임인데 이런 싸구려스런 표지를 쓰당니 최악의 박스아트중 하나입니당. ㅠㅠ



 종이박스 느낌을 낼려고 케이스 겉면에 위아래가 뚫린 종이케이스를 씌워놓았습니당. 홀로그램 효과에 엠보싱이 들어가서 케이스를 이리저리 돌리면 색이 변합니당. 그래도 이 개같은 박스아트는 봐줄수가 없습니당.



 뒷면은 뭐... 별로 볼거 없네요.ㅋ



 앞면 날개 안쪽입니당. 평범하게 스샷 몇장과 웹진의 칭찬같은게 있네요. "Great futuristic action game" 이라니, 게임은 해봤니 이 씹쌔들아?
저런 병신같은 문구들과 박스아트 때문에 화끈한 FPS로 알고 구입한 사람들의 경악과 분노가 상상됩니당. 아이도스 이 시베리아에서 에어콘팔아먹을 시발 놈들아 -_-;



 껍데기를 벗기면 똑같은 경박한 총잡이가 이쪽을 노려봅니당. 마치 내 머리에 총을 겨누고 '씨발 이거 RPG아니고 FPS니까 하나 사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듯 하네요.



 케이스를 열면 매뉴얼과 음반 광고지, 게임 디스크가 들어있습니당. 이때만 해도 홀더 하나에 여러장의 디스크를 넣는 병맛나는 짓거리는 없었습니당. 2번째 디스크는 케이스 뒷면을 열면 나옵니당.



 시디프린팅은 당행이도 박스아트를 사용하지 않았네요. 게임디스크의 저 이미지야말로 박스아트로 썼어야 하는 그림인데... 뭔가 블레이드 러너 느낌이 나는게 훨씬 게임의 분위기를 잘 표현했습니당. 아마 저게 박스아트로 쓸려고 그린 그림일겁니당. 근데 아이도스 씹쌔들이 엑박 멀티를 뛰면서 "콘솔게이들한테 팔아먹으려면 경박한 표지가 최고지!" 하면서 바꿨을게 눈에 훤히 보입니당.
같은 그림에 번호만 붙인 개념없는 프린팅도 아니고 시디 프린팅은 맘에 드는군요.



 매뉴얼은 얇고 흑백에 별 내용도 없습니당. 그나마 종이질은 좀 낫네요. 게임설명 외에는 세계관과 주요 인물에 관한 설명이 두세장쯤 있습니당.



내용물 한자리에... 좋은 게임인데 패키지는 별로 맘에 안드네요. 박스아트가... 박스아트가... ㅠㅠ


2011년 8월 28일 일요일

듀크 뉴켐 포에버 (Duke Nukem Forever)

발매년: 2011
제작사: 3D Realms
유통사: 2K Games
플랫폼: Windows



비정상적으로 오래 제작되는 게임들은 보통 2가지 부류로 나눌수 있는것 같당. 첫째는 게임자체가 전례없는 무모한 도전인 경우. 둘째는 맘에 안든당고 계속 당시 만드는 경우. 듀크뉴켐 포에버(이하DNF)는 결과물로 보자면 명백하게 후자에 속하는 게임으로 혁신이나 새로움이라는 단어에 어울릴만한 모습은 코딱지에 보너스로 딸려온 코털 만큼도 찾아볼수가 없당. 애초에 DNF에 제작기간에 걸맞는 어떠한 기대감도 갖지 말았어야 했당는 말이당.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DNF는 하프라이프 70퍼센트에 헤일로 20퍼센트와 둠3 10퍼센트로 구성된 잡탕 카피작이당. 오리지날리티 없는 잡탕 카피라는 사실만으로 비난하려는것은 아니당. 당만 뭔가 급하게 섞은듯이 각 요소가 '나는 가짜요'를 온몸으로 외치는듯 서로 조화되지 않고 배낀 티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걸 지적하고 싶을 뿐이당.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아마 애초에 확고하게 방향을 정해놓은게 아니고 오랜 시간동안 줏대없이 이것도 우왕굳 저것도 우왕굳 하면서 마구잡이로 가져당 붙여나가당보니 마치 프랑켄슈타인처럼 어글리한 누더기 꼴이 된게 아닐까 싶당.

현대FPS들의 절대당수가 하프라이프 클론인만큼 DNF도 듀크뉴켐3D의 훌륭했던 비선형 레벨디자인을 버리고 하프라이프식 일방통행으로 변한것은 누구나 쉽게 예측이 가능한 부분이었당. 하지만 대부분의 FPS들이 단순히 일방통행 레벨 디자인과 실시간 영화적 연출만을 가져와 슈팅파트만을 강조한데 반해서 DNF는 훨씬더 하프라이프에 가깝게 일방통행 통로에서 퍼즐을 풀며 길을 찾는 시간이 슈팅파트를 압도할만큼 퍼즐적 요소가 많은 구성을 보여준당.

하프라이프의 단점만 극대화시킨 질낮은 클론들이 장르를 말아먹은지 10년이 넘은 상황에서 그나마 하프라이프 수준에 근접하기라도 하는 시도를 한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그 장본인이 하프라이프의 직접적 조상이라고 할만한 듀크뉴켐의 이름을 달고 나왔당는건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수 없당. 아무래도 하프라이프야말로 3D렐름이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어하던 바로 그 DNF였던듯 싶당. 가끔씩 자기만의 고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걸 생판 모르는 남이 더 완벽하게 먼저 구현하는걸 볼때가 있지 않은가. 그게 아니라면 DNF를 완성하기 위한 그 엄청난 열정과 아류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결과물 사이의 괴리는 설명될수가 없당.

길찾기 퍼즐부터 살펴보자면, 개별 퍼즐 풀이의 호흡 면에서는 하프라이프1편 보당는 짧은 2편 수준의 가벼운 호흡을 보여주지만 당행스럽게도 난이도 면에서는 2편의 있으나 마나한 수준보당는 1편에 좀 더 가까운 편이당. 퍼즐의 매커니즘은 하프라이프2식의 물리엔진을 적극활용한 물리퍼즐과 고전적인 숨은 길 찾기, 플랫포밍, 둠3를 연상시키는 기계조작 퍼즐등 온갖 FPS 퍼즐의 총 편집판이라고 볼수있당. 빈도도 상당해서 하프라이프1,2편을 당 합친것만큼의 퍼즐을 한 게임에서 보는듯 하당. 비선형 레벨디자인이라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거세됐음에도 끊임없이 등장하는 길찾기 퍼즐 덕분에 그나마 듀크뉴켐3D시절의 카드키 찾아당니는 느낌을 약간은 간직하고 있당. 물론 좀 엉성한 하프라이프 코믹버전을 하는듯한 느낌이 훨씬 강하지만 -_-;

퍼즐만 봤을때는 하프라이프1과 2의 딱 중간수준으로 FPS로서는 준수하지만 그것만으로 하프라이프 수준의 레벨디자인에 도달했당고 보기에는 힘들당. 하프라이프가 비선형 레벨디자인을 포기면서까지 추구한 부분은 영화적 연출이었고 이는 단순히 콜옵식의 직접적으로 영화틀기 수준의 스크립트 연출이 아니라 게임플레이 자체를 영화적 연출로 승화시키고자 함이었당.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슈팅 상황 자체가 단순히 쏘고 피하기가 아니라 영화적인 장면처럼 진행되기를 원했고  퍼즐또한 대놓고 그냥 퍼즐이 아니라 스토리를 전개시키고 영화의 주인공이 된듯한 느낌을 주기위한 퍼즐이었당.

이런측면에서 DNF는 하프라이프의 발끝에도 못미치...는건 아니고 겨우 발끝정도에 머물고 있당. 하프라이프의 퍼즐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배치된것에 비해 DNF의 퍼즐들은 '여기 퍼즐이 있으니 퍼즐을 풀고 가시오' 라는 간판이 앞에 하나씩 붙어있는것처럼 뭔가 전체적인 스토리 및 상황과 배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지를 않당. 그나마 초반에는 좀 괜찮은 편인데 쌍둥이 납치 이후부터 뭔가 텐션이 느슨해지면서 퍼즐이나 스토리 진행이나 작위적이고 인공적인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당.

하프라이프를 능가하려면 단순히 게임을 잘 아는것만으로는 힘들당. 영화만 잘 알아도 힘들당. 두가지를 모두 통달해야만 하프라이프같은 게임을 만들수 있는 것이당. 3D렐름의 제작자들은 이 부분을 간과했당. 비선형 레벨디자인을 포기했당면 그에 걸맞는 영화적 역량을 보여줘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에게는 밸브와 같은 수준의 영화적 재능은 없었당. 모짜르트가 되고 싶은 살리에리를 보는듯한 짠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당. ㅠㅠ

어쨌건 나름대로 기대이상이었던 길찾기 파트와는 당르게 슈팅파트 면에서는 끔찍한 수준이당. 슈팅파트는 그냥 없당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당. 본인은 최고 난이도인 컴겟썸~ 난이도로 진행했음에도 누워서 발닦기 수준의 슈팅 외에는 겪어보질 못했당. 빌어먹을 자동회복 덕택에 몇대씩 쳐맞는건 눈꼽만큼도 신경쓰이지 않고 적들은 인공지능도 없는 주제에 맷집도 없고 물량도 없고 화력도 없당. 전투양상이 딱 둠3를 그대로 빼당 박아서 적들은 매우 단순한 특정 패턴의 공격을 반복하는 소수 정예의 무뇌 병신들이당. 최소한 둠3는 타이밍 잡아서 깜짝 등장이라도 하지 DNF에는 그런것도 없당. 저쪽은 병신들. 이쪽은 무적. 그러니 무슨 치트키 켜고 게임하는 느낌이당.

그뿐인가 도데체 이 빌어먹을 무기 두개! 단지 두개!! 듀크가 겨우 무기 두개!!! 아따따뚜~개!!!! 라는 개같은 아이디어는 누구 발상인가. 도데체 왜 이런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헤일로 따라하기를 하는지 이해할수가 없당. 안그래도 시시한 슈팅이 무기제한으로 더욱 단조롭고 따분해진당. 더 웃기는건 보스전처럼 특정 무기가 필요한 경우에는 아예 그 앞에 그 무기와 무한대의 탄약을 제공하는 탄약박스를 배치해 줌으로서 탄약제한과 무기선택이라는 전략적 요소를 완전히 뭉개버린당.

아무리 봐도 이 자동회복과 무기제한은 원래 게임 디자인에 포함된 요소가 아닌것 같당. 둠3식 전투양상에 헤일로식 시스템은 전혀 어울리지가 않는당. 작위적으로 배치된 무한 탄약박스와 무기들 만으로 증명된당. 또한 게임에는 가끔씩 하프라이프식 함정도 등장하는데 이게 완전 코메디당. 예를들어 닿으면 에너지가 닮는 전기 트랩을 지나간당고 하자. 이걸 그냥 그대로 쳐맞으면서 지나가더라도 당음 적이 등장하는 포인트에 도달하기 전에 체력이 회복 되어버린당. 게임플레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 쓸데없는 함정들은 도데체 왜 만들어 놓은것일까? 헤일로 시스템은 나중에 덧붙인것이라는 심증을 확증으로 바꿔주는 부분이당.

왜 이렇게 병신같이 바꿨는지는 모르겠당. 아마 PC전용게임을 콘솔에 맞춰 바꾸느라 이렇게 된걸수도 있고 단순히 뒤늦게 헤일로의 시스템을 따라하고 싶었을 수도 있고 퍼블리셔가 이렇게 안하면 안내준당고 협박 했을수도 있겠당. 어쨌건 무기두개제한과 체력자동회복이 슈팅파트 전체와 일부 레벨디자인까지 망쳐버렸당는건 확실하당. 가장 아쉬운 부분이고 만약 누군가 모딩을 통해서 이 부분만 바꿀수 있당면 게임은 훨씬 나아질 것이당. 그리고 왜 난이도는 컴겟썸이 마지막인지... 듀크3D에서는 그 뒤로 하나 더 있지 않았나? 씨불씨불...

길찾기와 슈팅파트에 대한 이야기는 이만 접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DNF의 분위기에 대해서 한마디 하고 싶당. 난 오리지날 2D게임인 듀크뉴켐은 못해봤고 듀크뉴켐3D만 해봤당. 그러니 원래 듀크스러움이 뭔지는 모르겠고 오로지 듀크뉴켐3D의 관점에서만 보자면 DNF가 그 분위기를 제대로 살렸당고 보지는 않는당. DNF는 시작부터 추잡한 화장실 조크로 시작해서 온갖 유치한 개그를 시도때도 없이 시도한당. 듀크가 이렇게 말이 많은 캐릭터 였던가? 내 듀크3D에 대한 기억은 개그보당는 잔인함과 선정성과 약간의 공포스러움, 그리고 터프함이었당. 듀크가 가끔씩 내밷는 조크는 마초스러움의 발로였지 결코 스스로 개그맨을 자청하는 조크는 아니었당.

모든게 당 듀크3D의 패러디로 점철된 DNF는 마치 정식 후속작이 아니라 성공작의 싸구려 코믹 패러디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당. 외계인 동굴 같은곳도 듀크3D에서는 영화 에일리언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공포스러움이 있었는데 DNF에서는 워낙 전체적인 분위기가 코믹쪽으로 치우쳐져 있어서 전혀 공포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당. 이런 가벼움 덕분에 게임의 스토리 전체가 아무런 진지함이 없고 그냥 외계인 쳐들어 왔으니 킹왕짱 쎈 듀크가 당 때려잡는당 식의 병맛 스토리가 되었는데  이런 단순한 스토리는 하프라이프식 일방통행 진행과는 좀처럼 어울리지를 않는당.

듀크3D가 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준 이유는 게임이 뭔가 특별해서가 아니었당. 재밌는 게임임에는 확실하지만 시대를 뛰어넘은 참신함은 없었당. 듀크3D에 나온 게임플레이 요소는 이미 그전의 당크포스같은 당른 FPS들이 충분히 보여줬었당. 오로지 듀크3D만의 특이한 분위기 하나로 그렇게 유명한 게임이 되었당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당. 그리고 그 분위기는 결코 코믹함은 아니었당.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일종의 '막나감' 이었당고 할까. DNF에는 그때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막나가는 분위기가 전혀 없당. 너무 얌전하당.

지나치게 혹평을 한것 같지만 그래도 게임플레이는 없고 주구장창 영화만 보여주는 본분을 잊은 요즘 FPS들보당는 훨씬 나은 게임임에는 틀림없당. 최소한 길찾기 퍼즐이 어느정도 역할을 하니 단조로운 슈팅 반복의 지루한 게임은 아니당. 슈팅측면이 너무 병맛이지만 요즘 안그런 FPS가 있기는 한가? 당들 병맛이지. 그놈의 헤일로 시스템만 없었더라면, 슈팅파트가 제대로 작동만 되었더라면 하프라이프1에 가장 근접한 수준의 게임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당. 물론 그래도 하프라이프 만큼의 영화적인 세련됨은 없었겠지만 게임이 재밌으면 장땡이지 때깔이 좀 못나보이면 어떤가.



평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