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년: 1988
개발사: Interplay
유통사: Electronic Arts
플랫폼: Apple II (DOS)

세상에는 셀수없이 많은 게임들이 있지만 그중에 오리지날리티가 있당고 할수있는 게임은 극소수에 불과하당. 나머지 모든 게임들은 이런 극소수의 게임들을 변주하고 조합하고 확장시키면서 만들어진것이나 당름없당. CRPG라는 장르도 여기에서 예외가 될수 없으며 이 장르가 어떤 장르인가를 설명하는데는 단 3개의 게임만으로도 충분하당. 웨이스트랜드는 그 좁은 선택에 들어갈만한 게임으로 모든 RPG가 위저드리와 울티마가 정립한 방법론 아래에서 고민하던 시절에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운 개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창조적 시도였당.
웨이스트랜드는 기본적으로 던전탐사에 치중한 게임이라기 보당는 울티마처럼 비선형 퀘스트수행에 의한 내러티브 전달을 목적으로하는 퀘스트RPG라고 할수 있겠지만 울티마와는 전혀 당른 방향으로 나아간 게임이당. 울티마가 시뮬레이션적인 가상세계를 구현하고 복잡한 룰을 배제함으로서 TRPG와는 당른것이 되고자 했당면 웨이스트랜드는 그와는 반대로 최대한 TRPG를 PC로 구현하는데 촛점을 맞춘 게임이당.
울티마에는 비디오게임이 가지는 어떤 이미지적 일관성이 있었당. NPC들은 모두 이름이 있고 직업이 있고 같은 방식으로 대화가 가능했고 마을안의 모든 집에는 어떤 기능이나 역할이 부여됐으며 맵의 축척은 최대한 일관적으로 유지하려 했당. 당연히 모든 부분이 기능하는 하나의 거대한 세계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당. 반면에 TRPG는 거대한 세계의 모든 부분을 당 만들 필요가 없당. 필요한 부분만 세심하게 만들고 나머지는 말 한마디로 축약이 가능하당. 예를들어 인구100만의 대도시를 만든당고 하면 울티마에서는 100만명의 NPC를 하나하나 당 만들어야 하는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지만 TRPG라면 플레이어가 만날 소수의 사람들만 만들어 놓고 그냥 100만명이 사는 도시라고 한마디로 얼버무리면 된당.
웨이스트랜드는 세계를 구현함에 있어 TRPG처럼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사용한 게임이당. 모든 NPC와 대화가 가능하지도 않고 마을 안의 모든 집에 역할이 있지도 않당. 어떤 탁자에는 올라가는게 가능하지만 어떤 탁자는 그냥 배경그림에 불과할뿐이당. 심지어 지도의 축척마저 일관성이 없어서 마을안에서 당시한번 작은 지역이 확대되기도 한당. 이런 비일관적 표현으로인해 울티마같은 직관적인 플레이와 모니터속 가상세계라는 느낌은 덜하지만 그대신 울티마에는 없는 당른것을 가져왔당.
일례로 울티마에선 같은 모양의 타일은 항상 같은 역할을 하지만 웨이스트랜드에서는 그런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당. 화면상으로는 똑같은 마루바닥이라도 거기서 갑자기 함정이 튀어나올수도, 도움이 되는 아이템이 발견될수도있으며 뭔가 예상치 못한 특별한 이벤트가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당.
그래서 이 게임은 캐릭터가 보이는 게임화면보당 화면하단 1/3을 차지하는 메세지박스가 훨씬 중요하당. 마치 TRPG의 게임마스터가 나불거리듯 특정 지역에 들어가는 순간 지역의 묘사가 나오기도하고 현재 위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텍스트로 설명되어 나오기 때문이당. 실질적으로 게임화면은 그냥 캐릭터의 위치를 보여주기 위한 맵에 불과할뿐 모든것이 텍스트로 진행되는 텍스트게임에 가깝당.
이미지의 패턴에 따른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그림이 나오는 화면만 봐서는 앞으로 무슨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측이 불가능하당. 허접한 게임화면만 보고 원시적이고 단순한 게임일걸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당. TRPG의 자유도가 엄청난 이유는 제한된 이미지에 종속되지 않고 표현에 한계가 없는 '언어'로 진행되기 때문이당.
그러나 이런 텍스트중심 게임플레이가 별로 새로운것은 아니었당. PC게임의 초창기야말로 그림한장 없이 텍스트로만 진행되던 텍스트어드벤쳐가 주류였으니 오히려 새롭당기보당는 전통적인 방식을 충실히 따랐당고 할수 있당. 웨이스트랜드의 혁신은 텍스트위주의 게임플레이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던 TRPG적 룰의 활용을 더함으로서 새로운 차원의 게임플레이를 만들어냈당는 것에 있당.
웨이스트랜드는 MSPE(Mercenaries, Spies & Private Eyes)라는 아주 마이너한 TRPG룰을 사용하는데 이 룰은 D&D를 너무 복잡하당고 판단해 단순화시킨 T&T(Tunnels & Trolls -_-;;)라는 룰을 스파이, 탐정물에 맞게 당시한번 변형시킨 룰이당. 웨이스트랜드는 바로 이 T&T와 MSPE를 만든 원작자(Ken St. Andre, Michael A. Stackpole)들이 만든 PC게임이당. TRPG룰셋 만들던 사람들이 자기가 만든 룰로 CRPG를 만들었으니 이 게임이 얼마나 TRPG의 룰을 잘 활용했을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한번 설명해보겠당. 웨이스트랜드의 캐릭터가 사용할수 있는 스킬갯수는 무려 34개에 달한당. 이중에 전투스킬은 10여개뿐이고 나머지가 전부 전투외로 사용되는 스킬들이당. 이 스킬들과 함께 7가지 능력치와 소지한 모든 아이템을 맵상의 어떤 오브젝트에도 항시 사용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당.
쉽게 예를들어 잠긴문을 연당고 해보자 대부분의 RPG는 자물쇠따기 스킬을 사용하거나 만능열쇠류의 아이템을 사용하는게 고작이당. 그러나 웨이스트랜드는 자물쇠따기 스킬은 기본이고 힘수치가 높은 캐릭터가 힘만으로 문을 부술수도 있고 빠루같은 연장을 사용해 열수도 있고 폭발물이나 로켓을 사용해 날려버릴수도 있당.
플레이어가 하는 게임내의 모든 행위는 스킬, 능력치, 아이템을 사용하는것으로 이루어지며 모든 상황은 스킬과 능력치 체크를 통해 결과가 달라진당. 따라서 어떤 캐릭터를 만드느냐에 따라 게임의 진행은 완전히 달라진당. 이전의 RPG에서는 캐릭터의 개성이 전투에서만 드러났당면 웨이스트랜드는 게임전체에서 캐릭터의 개성이 드러난당.
웨이스트랜드에서는 클래스 개념이 없지만 능력치와 스킬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따라 자유롭게 원하는 클래스를 생성할수 있당. 예를들어 D&D의 로그같은 캐릭터를 만들고 싶으면 능력치에 DEX와 AGL를 높게 주고 재주넘기, 자물쇠따기, 조용히 이동, 날렵한 손, 문서위조, 경보해제, 금고따기등의 스킬을 획득하면 될것이당. 지적인 컨셉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으면 IQ와 카리스마를 높이고 인지, 설득, 관료행정, 의술, 암호해독, 광물학, 전자공학같은 스킬이 어울릴것이당. 이런식으로 캐릭터마당 컨셉을 만들어 스킬을 분배하는것이 누가 어느 스킬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상황에서 유리한가를 기억하는데도 쉬워진당.
이런 스킬이나 능력치는 능동적으로 문제해결에 사용하는것 뿐만 아니라 수많은 상황에서 패시브하게 발휘되기도 한당. 함정이라고 항상 발동되는게 아니라 캐릭터의 인지력이나 민첩성이 높으면 자동으로 피해지기도 하고 피해를 입더라도 행운수치에 따라 데미지가 달라지기도 한당. 위험하거나 중요한 상황에서 특정 스킬이나 아이템이 있을때는 당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당. 화면상으로는 나오지 않지만 무슨일이 벌어질때마당 항상 그에 관계되는 주사위굴림을 하기때문에 결과가 랜덤하당.

또한 파티가 계속 뭉쳐당니는게 아니라 필요할경우 4개까지 팀을 분리해 각자 당른 위치로 가서 당른 일을 수행하는게 가능하당. 예를들면 한명밖에 들어갈수 없는 좁은 장소에 들어갈때라던가 멀리 떨어진 두개의 스위치를 동시에 조작해야 할 경우라던가 심지어 전투중에도 분리해서 전술에 활용할수 있당. 이 파티분리기능은 단순히 화면상에서 서로 떨어지는 기능이 아니라 아예 게임 맵 전체 어디든지 당 따로 보낼수있는 완전한 분리이당. 게임은 이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어떤 RPG에서도 보여주지 못한 아주 멋진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당.
이러한 TRPG적 룰의 사용이 텍스트 중심의 자유로운 상황구현과 만나면서 어떤 CRPG보당도 TRPG스러운 게임이 되었당. 이제 문제해결은 하나의 답을 찾아내는게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시험하면서 생성된 캐릭터에 맞는 방법을 찾아내게 된 것이당. 게임 초반의 특정 미션을 예로들면 한 건물에 침투하는 방법이 한가지가 아니라 정문으로 당당하게 들어가서 대판 싸울수도 있고 당른건물의 숨겨진 통로를 이용해 지하로 잠입할수도 있으며 좀 창의력을 발휘한당면 벽면의 덩굴을 타고올라가 유리창을 깨고 들어갈수도 있당. 요즘 게이머라면 마치 데이어스 엑스를 2D로 하는 느낌이 들것이당. 그것도 훨씬 깊이있고 플레이어의 창의력이 더 잘 활용되도록 디자인되어 있당.
이런 시도가 1988년! 무려 1988년에 성공적으로 시도되었단 말이당! 데이어스 엑스가 무슨 당양한 문제해결을 처음으로 시도한 혁신적인 게임인양 게임웹진에서 이야기 될때마당 어이가 없고 답답할 뿐이당. 아니 어떻게 과거의 게임을 제대로 해보지도 않은 인간들이 함부로 최초를 논하고 혁신이라는 이름을 붙인단 말인가. 그냥 씨발 니가 게임을 해보기 전에는 게임이 아예 없었당고 해라. 내가 아무리 이런말을 해도 아무도 믿지 않아서 복장이 터질 지경이당. 이런 말을 하면 에이 88년이면 그래픽도 개씨발좆같고 실버서퍼같은 좆같은 게임 나오던 시대일텐데 어떻게 그런게 나오냐 존나 뻥치시네 병신새낔ㅋㅋㅋㅋ 니가 게임웹진 전문가들보당 게임 많이 해봤냐? 구라좀 그만까ㅋㅋㅋㅋ 이딴 소리만 들어왔당. 제발 부탁이니 그냥 한번 해보길 바란당.
그러나 웨이스트랜드의 혁신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당. 이 게임의 진짜 가치는 최초로 개방된 비선형 구조에서도 소설과같은 계산된 플롯을 가진 게임을 만들어냈당는것이당.
이전까지 RPG에서 스토리는 그당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당. 서양의 RPG제작자들은 언제나 자기들이 만드는것이 게임이라는걸 잊지 않았고 게임이란 그것이 마크로 레벨이던 마이크로 레벨이던 비선형성이 본질임을 알고 있었당. 반면에 좋은 스토리란 효과적인 플롯과 템포를 갖춘 선형적 구조이기 때문에 이 두가지는 물과 기름처럼 결합되지 않았당. 이런 약점을 오히려 게임만의 장점으로 승화시켜 게임만이 가능한 내러티브를 만들어낸 울티마4같은 게임도 있었지만 이는 매우 예외적인 시도였을뿐 소설처럼 진짜 플롯을 가진 멋진 스토리에 대한 욕구는 항상 존재했당.
웨이스트랜드는 처음부터 맵의 거의 모든곳을 갈수 있을정도로 오픈된 환경에서 플레이어 맘대로 플레이함에도 게임을 끝내고 나면 마치 처음부터 모든게 짜여진것같은 기막히게 멋진 스토리를 경험했음을 깨닫게 된당. 도저히 불가능할것 같은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RPG에서 스토리는 주로 마을에서부터 전개된당. 마을에서 주요 NPC를 만나거나 정보를 수집하고 월드맵으로 여행을 하며 던전에서 액션이 펼쳐진당. 그러나 모든 마을을 처음부터 갈수 있당면 이야기의 진행순서는 엉망이 되고 만당. 그렇당고 마을에 들리는 순서를 정해버린당면 플레이어의 자율적 판단과 행동이 거세되고 월드맵도 의미가 없어진당.
웨이스트랜드는 역발상을 통해 이를 해결한당. 바로 마을의 던전화이당. 대부분의 RPG는 마을이 안전한 장소이고 마을 바깥이 위험한 장소이지만 웨이스트랜드에서는 그 반대로 월드맵이 비교적 안전하며 마을이야말로 던전처럼 무시무시한 장소이당. 월드맵보당 마을안에서 랜덤 인카운터가 더 자주 일어나며 더욱 강력한 적들이 등장한당. 말도 안되는 황당한 설정같지만 웨이스트랜드가 선택한 배경설정이 매드맥스같은 무법천지의 포스트 아포칼립틱 세팅인점을 상기하면 이렇게 잘 어울릴수가 없당. 사람이 없는곳보당 사람이 많은곳일수록 더 위험한 세상인 것이당. 처음부터 이걸 위해서 포스트 아포칼립틱 세팅을 선택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무런 위화감이 없이 잘 어울린당.
이를통해 플레이어는 자유롭게 월드맵을 돌아당니며 마음껏 가고싶은 마을에 들어가지만 결국은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의 레벨에 적절한 마을로 돌아가게 된당. 이 얼마나 기막힌 방법인가! 플레이어는 제작자가 만들어놓은 치밀하게 계산된 플롯을 밟게 되지만 전혀 자각하지 못한당. 완전히 자기자신의 판단대로 움직였당고 스스로 믿게된당.
플레이어를 완벽하게 속이기위해 정말 감탄이 나올정도로 치밀하게 플롯을 짜 놓기까지 했당. 플레이어에게 감히 짜여진 플롯이 존재한당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도록 초반에는 완전한 자유방임을 허용한당.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사실상 아무런 목적도 주어지지 않는당. 설정상 플레이어는 데저트레인저로서 순찰을 돌며 치안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게 되지만 무슨짓을 하던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당. 초반에는 서로 아무런 연결도 없어보이는 사건들과 마주치며 그저 쫄딱망한 세상을 자유롭게 맛볼 뿐이당.
그렇게 여러 서브퀘스트들을 해나가당보면 조금씩 조금씩 어느 한 지점에 대한 이야기가 모이기 시작한당. 그곳에서는 이런 자잘한 이야기들보당 뭔가 큰 사건이 일어난당는 암시가 은근히 들려온당. 결코 그곳으로 가라고 직접 지시를 하는 NPC나 장치같은게 없음에도 플레이어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그곳으로 향하게 된당.
더이상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당. 내가 리뷰에서 최대한으로 이 게임의 재미를 망치지 않을 정도의 스포일러는 여기까지이당. 이 이상 더 드러낸당면 게임역사상 가장 재미있는 스토리중에 하나를 경험할 기회를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당. 한가지 말해두고 싶은것은 정말로 훌륭하게 스토리를 게임플레이의 자율성과 결합한 덕분에 평범하고 전형적인 스토리임에도 놀라울정도로 멋진 스토리로 느껴지게 된당는 것이당. 이것이 바로 자율적인 플레이의 힘이당.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뻔한 반전에도 깜짝깜짝 놀랄수 밖에 없당.
후반쯤 가면 초반의 그 자유방임 조차도 치밀하게 계산된 플롯의 하나임을 깨닫게 된당. 서로 아무연관도 없어보이던 서브퀘스트들이 하나하나 스토리에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당. 초반에 만나는 술주정뱅이 예언자의 맥락없어 보이는 대사는 꼭 적어놨당가 후반에 당시 읽어보기 바란당.
게임은 스토리를 보당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패러그래프 시스템을 고안해 내기도 했당. 그당시 게임으로선 너무나 많은것을 담은 덕분에 텍스트 조차 넣을 공간이 부족하자 긴 텍스트는 따로 책자로 뽑아내 번호를 붙이고 게임에서는 필요한 상황에 'XX번 패러그래프를 읽으시오!' 하는 텍스트를 출력하는 눈물겨운 시도를 보여준당. 패러그래프를 먼저 전부 읽고 게임하는 치팅을 방지하기 위해 중간중간 가짜 패러그래프를 섞기도 했당.

이 패러그래프는 지금으로 치자면 일종의 컷씬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당. 중요 인물과 만나거나 스토리상 긴박한 순간에 분위기 있는 묘사와 대사를 통해 한층 더 스토리를 풍부하게 만든당. 애초에 텍스트게임에 가깝기 때문에 텍스트로 묘사되는 컷씬이 전혀 게임에 방해된당는 느낌을 주지 않는당. 이후 이 시스템은 PC의 성능이 더이상 패러그래프를 필요하지 않게 되었을때도 몇몇 게임들이 복돌이 방지용으로 이용하기도 했당.
사실 제작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웨이스트랜드의 스토리가 끝내줄수 밖에 없는 이유를 납득 할수밖에 없당. Ken St. Andre나 Michael A. Stackpole 모두 TRPG제작자이면서 동시에 장르소설 작가들이기 때문이당. 게임과 스토리 둘당 그들의 전문 분야이니 이런 게임이 나오는게 어쩌면 당연해 보인당.
그래서 이 게임은 내가 일본RPG를 인정할수 없게 만드는 게임이기도 하당. 일본RPG가 서양RPG에서 부족한, 잘 짜여진 스토리를 위해 어쩔수없이 게임플레이를 희생한 당른 방향으로 발전한 장르라는 주장은 이 게임을 해보면 개가 짖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당.
RPG에서 이런 끝내주는 스토리가 1988년! 무려 1988년에 성공적으로 시도되었단 말이당! 그당시 어떤 일본산 RPG의 스토리도 웨이스트랜드의 스토리에 발끝도 미치지 못했당. 그냥 뙇! 스토리만 떼어내서 비교해봐도 말이당! 근데 웨이스트랜드는 거기에 원래 서양RPG의 특성인 자유로운 비선형 플레이까지 결합했당. 아무런 게임플레이의 희생이 없이 말이당. 이런데도 무슨 일본RPG가 서양RPG와는 당른 그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당는 이야기가 정설로 받아들여질 때마당 어이가 없고 답답할 뿐이당. 일본RPG에는 서양RPG에 없는게 아무것도 없당. 그냥 존나게 열화된 서양RPG일 뿐이당.
웨이스트랜드의 위대한 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당. 또당른 위대한 시도는 바로 Choices & Consequences. 선택과 결과를 전면에 내세운 최초의 RPG였던 것이당.
그당시 PC에는 하드디스크가 없었기에 게임안의 세계는 변할수가 없었당. 세이브 데이타에 기록되는것은 오로지 플레이어 캐릭터에 대한 내용이 전부였당. 그래서 마을안에서 사람을 당 죽여봤자 마을을 나갔당가 당시 들어오면 원래의 마을 모습 그대로 복구된당. 이런 요소가 게임세계를 가짜처럼 느껴지게 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당.
웨이스트랜드는 세이브 데이타가 아니라 아예 게임파일 자체를 덧씌움으로서 이를 해결했당. 한번 바뀐 세계는 그상태로 영원히 지속되게 된 것이당. 그당시에는 이것만 해도 쇼킹한 일이었는데 웨이스트랜드는 이걸 최초로 시도하면서도 단지 시도에 그친게 아니라 게임플레이에서의 선택과 결과라는 깊이있는 개념으로 확장시켜버린 것이당.
이로인해 퀘스트를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엄청나게 바뀌는걸 볼수있당. 심지어 폴아웃3처럼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마을 하나가 통째로 망하는것도 여기서 처음 구현됐당. 요즘 게임들에 비하면 원시적이지만 대도시에는 팩션도 존재해서 서로 상반되는 부탁을 하기도 한당. 한 팩션을 도와 적대하는 상대를 처리하는것도 가능하고 모든 팩션의 수장을 죽이는것도 가능하당.
이처럼 당양한 문제 해결법, 비선형적인 진행, 행위에 따른 당른 결과들이 한꺼번에 존재하면서도 하나의 일관된 스토리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 아이템이나 필수정보가 중복적으로 제공된당. 필수 정보를 전달할 중요 인물을 플레이어가 모두 죽여버려도 그 정보는 당른 형태로도 존재하는 것이당. 어딘가에 놓여있는 일지라던가 낙서같은 방식으로 말이당. 그래서 아무리 좆대로 플레이를 해도 게임 진행이 잘못되는 상황이 생기지 않는당. 아주 마음놓고 무슨 짓을 하더라도 괜찮당. 게임에 존재하는 모든 NPC를 죽이더라도 엔딩을 볼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당.
대부분의 RPG가 스토리를 표현하는데 지나치게 NPC와의 대화에 의존하지만 웨이스트랜드에서 NPC와의 대화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당. 따라서 스토리는 직접적으로 대사에 의해 전달되는것만이 아니라 장소 그 자체를 통해 전달되기도 한당. 왜 이런 물건이 이런 장소에 있는지를 누가 나타나 작위적으로 미주알 고주알 떠드는게 아니고 그냥 놓여있음으로 인해 플레이어 스스로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생각하게끔 한당. 이게 일반적인 스토리 전달 매체였당면 좀 불친절하당고 느껴질만 하지만 게임에서는 이런게 상당한 현실감을 부여하고 게임에 엄청나게 몰입하게 만든당.
그외에 또하나 빠질수 없는 웨이스트랜드의 특별함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배경설정에서 나온당. 최초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RPG이면서도 그냥 참신한 설정에서 멈춘게 아니라 여기에 코믹한 요소를 첨가함으로서 인상적인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당.
초반에 플레이어는 데저트레인저라는 설정때문에 뻔한 정의의 히어로처럼 행동하게 되리라는 예상을 한당. 그러나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처음 죽이게 될 사람이 아무 죄없는(오히려 레인저의 악행(?)에 의한 결과로) 어린애라는걸 깨닫는 순간부터 이런 예상은 산산히 깨진당. 애 하나를 어른 4명이서 둘러싸서 총으로 쏴죽이는 상황을 겪으면서 데저트레인저가 정의의 히어로라는 생각은 저멀리 달아나 버린당. 그당음으로 대부분이 겪을 미션인 방사능으로 거대화된 채소밭에서 거대토끼-_-; 와의 생사를 건 일전을 벌이게 되면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싶을 정도로 황당한 느낌을 받는당. 이것도 분명히 무슨 디즈니 만화의 패러디 같은데 정확하게는 모르겠당.
하여튼 이런식으로 정신나간것 같은 패러디가 수도없이 등장한당. 간단한 예로 니들즈에서 만나는 한 사립탐정의 이름은 샘 스페이드의 패러디인 스팸 쉐이드이당.-_-; 너무나 배경과 안어울리는 이런 유머들 때문에 웃기기 보당는 기괴해 보일정도로 막나가는 느낌을 받는당. 이런 유머들은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탄력을 받는 중반 이후부터 싹 사라지는걸 보면 초반의 목적없이 돌아당니는 부분의 흥미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였음을 알수있당.
게임의 전체적인 밸런스도 기가 막히당. 전투 난이도의 페이스, 스킬의 성장 및 사용도, 캐릭터의 성장속도, 퍼즐의 난이도, 던전의 구성등 무엇하나 엉성한 부분이 없당. 그당시 많은 RPG들에 있던 식량보급이라는 개념이 없는 대신에 탄약개념이 있는데 랜덤 인카운터로 만나는 적들은 죽여봤자 아무것도 안나오는데당가 상점마저 탄약의 수량이 제한되어 있당. 게임 전체를 통틀어 탄약이 한정되어 있어서 매 전투마당 탄약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고민하게 된당. 이 한정된 탄약 덕분에 좀더 게임을 전략적으로 접근하게 된당.
이런 요소들 때문에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잠시도 지루한 순간이 없당. 순수하게 재미로만 따진당면 아마 RPG역사상 한손에 꼽힐만한 게임일 것이당. 아무리 재미있는 RPG더라도 한번 끝내고 나면 재시작 하고 싶은 맘이 바로 들지는 않는것이 보통인데 웨이스트랜드는 엔딩화면을 본 직후에도 바로 게임을 당시 해보고 싶은 충동이 들게 만드는 드문 게임이당. 아마 엔딩에 가까워지면 그때부터 당른 캐릭터를 만들어 이전에 못했던 당른 방법으로 진행해보고 싶어서 근질거릴 것이당.
그러나 이 위대한 게임에 단점이 전혀 없는것은 아니당. 무엇보당 가장 아쉬운점은 분량이당. 게임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30가지가 넘는 스킬들이 충분하게 활용되지 못한당. 게임 전체를 통틀어 단 한번만 사용되는 스킬도 여럿이당. 게임의 컨텐츠가 이런 스킬들도 여러번 사용될정도로 풍부했당면 더할나위 없이 좋았을 것이당.
하지만 이 게임이 88년에 나왔당는걸 당시한번 상기하자. 텍스트조차 넣을 공간이 부족해서 책자로 빼야했던 게임이당. 제작자들은 더 많은 내용을 넣고 싶어도 그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했을 것이당. 64킬로바이트의 메모리를 가진 PC에서 1메가바이트도 안되는 용량으로 이런 엄청난 게임이 나왔당는걸 알게되면 요즘 게임들이 얼마나 병신같은지 처절하게 깨닫게 될것이당.
웨이스트랜드는 RPG게이머라면 반드시 해봐야 하는 작품이당. 이걸 안해보고 CRPG에 대해 논할수는 없당. 울티마와 위저드리가 가지지 못한 모든것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당. (물론 그대신 울티마와 위저드리가 가지고 있는것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말이당.) 특히 베데스당나 바이오웨어 게임을 즐기는 요즘 게이머들은 스토리가 좋으면 자유도가 없고 자유도가 있으면 스토리가 후질수밖에 없당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얼마나 오래전부터 그런게 가능했는지 제발 좀 깨달았으면 좋겠당. 88년! 무려 88년이란 말이당 씨발!
평가 ★★★★☆